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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
저기 미래가 있다.
모두 함께 출발하자.
p.13 책머리에
지난 해부터 정통문학과 더불어 사변장르와 자기계발서들을 일부러 찾아 읽기 시작했어요. 생각을 붙잡는 힘이 자꾸 고착되어 내 바깥의 세계와 갈등이 생기면 유연하게 변화하지 못하고 부딪히는 부분의 내 안의 생김새가 마모되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굵은 줄기의 내가 사랑하는 문학은 꾸준히 읽되 다양한 방점을 찍을 줄 아는 즐거운 책읽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제미신 작가의 책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보았으니 검은 미래의 달까지 가야하는데 갈 길이 비단 지금의 도시, 국가, 세계만 넘을 일이 아닌 것 같아 단단한 각오를 다져야겠습니다.
SF 장르를 아주 많이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요새 서점가에 자주 보여지는 책들을 살펴보면 핫한 이유가 있더라고요. 플롯을 구성하는 이야기의 힘이 상상과 공상을 넘어서는 차원에서 두렵고 떨림으로 다가오곤 합니다. 특히 황금가지 출판의 제미신 작가는 22편의 단편집을 묶어 우리 인간에게 한가지를 강조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부숴버리는 것, 불평등과 부조리를 파괴하는 것. 우리 인간이 함께하는 출발점으로부터 다시 시작하는 시간과 공간의 넘나듦. 잇대어 살아가는 공존만이 인류의 가치를 살리는 살 길이라는 것 말입니다.
제미신의 단편작 모두를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철학적 사상 저변의 근간이 되는 '대조할 만한 상대가 없다면, 즐거움이 취하는 서로 다른 형태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단 말'이냐는 물음은 왜 우리가 끊임없이 선택하고 투쟁하고 설득하고 사랑하며 포용해야 하는가에 대해 끈질기게 생각하게 하네요.
거침없이 선택하는 단어들과 직선적인 문장구성의 당당함에 작가 인생의 고단함과 노곤함이 함축적으로 느껴집니다. SF장르임에도 불구하고 색깔도 많이 다르고요.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어제들, 충분히 못한 내일들>, <잔잔한 물 아래 도시의 죄인들, 성자들, 용들 그리고 혼령들>, 그리고 제일 파격적이었던 이야기는 <천국의 신부들>이었습니다.
제미신 작가의 <부서진 대지> 3부작 시리즈도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찾아 읽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3부는 우리나라에서 아직 출간 전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