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김설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을 관찰중입니다

보기만 해도 만지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진노랑색의 책 표지에 눈물 방울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오돌도돌한 책 제목 폰트의 질감을 느끼며 방문을 노크하고 섰는 여자를 본다. 위태로운 듯한 분위기에 집중하며 등을 보이고 돌아앉아 있는 소녀의 뒷태에 내 마음도 돌린다.

Chapter 01 -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저자 김설님은 '글짓는 보라캣' 필명으로 블로그 활동을 꾸준히 하는 나만 아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책에 관련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블로그를 파도타고 다니다보면 어김없이 김설님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된다. 그래서 나만 아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이담북스를 통해 책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감정조절 장애가 있는 엄마라고 고백한 그녀가 딸 아이의 우울증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시작된 '왜 우리에게 ......'라는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여과없이 드러나 있다.

깜짝 놀란 이유는 그거였다. 짐작도 못했던 저자의 암울했던 세계가 분신과도 같았던 딸아이의 삶에 버거운 무게를 지웠다는 죄책감과 그럼에도 나 뿐만이 아닌 모두가 다들 그렇게 하고 산다는 자기 합리화 속에서 저울질 하느라 정말 중요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었구나....그러니 모두들 지금 이 순간, 그 자리에서 멈추세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무엇이 나와 눈을 맞추나 찾아보세요~ 라고 말해 주고 있으니 말이다.

자식이 성장하는 만큼 나도 성장하는 부모가 되어야 함을 머리로만 기억하고 가슴으로 일으키는 응집력은 없던 나였다. 그런데 오늘 나는 한방 맞았다.

어떻게 이렇게도 무지한 상태로 아이를 양육했는지 알 수가 없다. 누구도 막지 못했던 불도저 같은 성격과 터무니없는 행동들에 스스로 정당성을 부여하면서 살았던 세월을 다 지워버리고 싶다.

어쨋든 지금은

아이에게 낙제 점수를 받고 엄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그동안 까먹은 점수를 회복할 기회가 남아 있는지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63쪽 박탈당한 자격

 

Chapter 02 - 다 엄마 잘못이야

저자 김설님의 기록을 따라가며 딸 아이와 위태롭게 이어지는 관계를 지켜보는 내내 숨을 죽였다. 그리고 어느새 이 기록의 말들은 나와 내 딸 아이의 일상으로 번져들어갔다. 이제 중학교 2학년이 된 아이. 지금은 코로나19때문에 집에서 나와 지내는 일상이 더 많아져 낯선 서로에 대해 다시 알아가는 중이다.

귀한 시간들......초등 시절의 딸 아이와 사춘기를 지나가는 지금 시절의 딸 아이 정체성은 정말 다르다.

나도 실수 많은 허점 투성이 엄마. 사소한 일상거리로 딸아이와 갈등을 일으켜 사먹해지기라도 하면 그 뒤로도 며칠은 서먹한 까치발로 자기만의 동선을 위태롭게 지나다니기도 하는데......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을 시시때때 필수명제처럼 달고 외줄타는 딸 아이를 평범한 일상으로 끌어드리려는 엄마의 마음이 과연 어떨지...짐작이나 가겠는가 말이다.

자식 하나 어쩌지 못하는 부모가 되어 외로움에 눈물 짓는다.

슬픔의 힘으로 오늘을 산다.

슬퍼하지 않으면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사실을

지나온 슬픔으로 알았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슬픔까지 긍정한다.

편의점에 앉아 (독백) 68쪽

 

Chapter 03 - 이 병 치료가 되는 걸까?

상처가 생기고 아물면 그 자리는 흉터가 남는다. 그리고 기억은 그 흉터를 발화점으로 사용한다. 언제나 다시 아픈 거 같으면 어느새 내 자아는 그 상처가 생긴 날로 돌아가 나의 기억을 키우고 있음에 놀라 소스라칠 때가 있지.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네 마음의 소리>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못했던 날들을 후회하며 지나온 날들과 화해하는 저자 김설님의 강한 용기와 집중력에 감탄한다. 전문가들보다 더 전문적인듯 깊은 사색과 섬세한 감정 표현들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엄마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주는 기록들......

비록 완치란 있을 수 없다고 하여도 이미 저자 김설님과 딸 아이는 예정된 결과의 말들에 연연하기 보다 지금의 행보를 차근차근 이어갈 듯하다.

'사랑과 미움, 용서와 화해'

이 모든 것들이 눈치를 살피는 누군가에게 인생을 건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조심히 야무지게 밟고 디뎌 내 밑에 잠 자는 또깍또깍 행복이 될 거라는 걸 증명하듯이, 알면서 말이다.

딸의 내면에는 두 개의 다른 자아가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어리광이 많은 아기와

힘겹게 우울을 건너는 이십대의 여자.

엄마, 업어줘(독백) 130쪽

 

Chapter 04 - 우울증과의 동행

저자 김설님의 기록이 막바지에 이른다. 긴 여정을 통해 자신을 깨고 나왔더니 다시 처음이다. 쉽지 않은 동행은 오로지 허락된 사람들만의 특권인 거처럼 보인다. 책 속에 일상을 묻고 도망가기로 했던 마음은 사실 표현할 수 없었을 뿐 이제는 평범하고도 소소한 행복을 나누고 싶다는 메시지인 듯 싶다. 책 속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자유를 누리는 힘과 날아오르는 도약, 살포시 웃으며 꿈을 꾸는 좋은 날들은 다양한 모양과 색깔로 매일매일 그려지고 있다. 기록과 그림이 함께 동행하는 저자 김설님의 일상을 응원하며 책을 덮었다.

그리고 나도 그녀와 더불어 힘을 낸다.

오늘도 되는대로 살아갑니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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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8 18: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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