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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항에 사는 소년 ㅣ 소원라이트나우 4
강리오 지음 / 소원나무 / 2019년 12월
평점 :
어항에 사는 소년
열네살 영유가 마주한 가족이란 이름의 폭력,
그 속에서 써 내려간 상처와 치유의 기록들!

소원라이트나우 04
영유, 열네살 소년.
학교에 갈 수도 없습니다.
하는 일이라고는 온 종일 집 안에 틀어박혀 바깥 놀이터 빨간 그네를 쳐다보는 일과 엄마가 기분 상해 하지 않도록 설거지, 청소를 해 놓는 것이며, 엄마가 가끔 기분 좋을 때 사들고 오는 먹을거리를 허겁지겁 먹어 치우는 일이 전부랍니다.
사채업자에게 쫓겨 도망치듯 집을 나와 아빠는 교도소로 가고 엄마와 영유는 조폭들에 쫓겨 들킬새라 숨어들어 산지도 3년입니다.
영유는 육체적, 정신적 학대로 인해 성장발육도 더디고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해 경계성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로 그려집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인 영유의 아픈 마음의 눈으로 엄마와 또래를 바라보고 세상을 향해 어렵게 나아가는 두려움을 잘 전달해 줍니다.
영유의 엄마는 고아였어요. 아빠는 일찍 혼자가 된 사람이었고요. 누구보다도 영유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었지만 일이 잘못된 후 빚이 많아진 집안의 몰락을 견딜 수 없던 엄마가 알콜중독자로 변해가는 모습과 이를 옆에서 지켜보며 모든 것들로 부터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영유, 두 모자지간의 어려운 생활고에 모든 문제의 스트레스를 폭력과 술로 해소해 버리는 이 가정의 무너짐이 고스란히 영유가 감당해야 할 채무의 몫으로 돌아옵니다.
"방으로 들어온 엄마가 리모컨 버튼을 꾹꾹 눌렀다.
한참 돌리다가 멈춘 채널은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엄마가 리모컨을 내려놔서 나는 리모컨을 내 쪽으로 조심스레 끌어왔다.
엄마 옆에 있는 물건은 뭐든 날 향하는 무기가 될 수 있었다.
나는 가능하면 엄마 주변에 물건을 두려고 하지 않았다."
p.37_또래 중
영유의 유일한 희망은 동생처럼 애지중지 아끼고 사랑하는 물고기 스핀과 혼자만 타고 싶은 빨간 그네와 군만두를 갖다주는 배달 형, 유일한 또래 친구인 하마엉덩이 현재이지요.
빨간 그네를 바라보는 영유와 현재의 마음 나누기는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높이높이 날아올라 하늘에 닿고 싶은 영유의 결핍을 대신하기도 하고,
집에선 형에 밀려 가족으로부터 무시당하고 학교에선 왕따 당하고 두들겨 맞는 현재의 오갈데 없는 마음이 집과 학교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나와 혼자선 너무나 버거운 외로움과 슬픔의 무게를 빨간 그네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영유에게 군만두를 가져다 주는 배달 형도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납니다. 형의 빨간 오토바이를 타고 하늘을 날듯 바람을 맞는 영유를 보며 한없이 서늘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익숙해진 폭력과 냉대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고, 왜 라는 물음을 상상조차 해 볼 수 없는 영유의 갇힌 상황이 어항에 사는 스핀에게 투영되어 그려집니다. 영유가 자신의 처지를 스핀에게 투영하며 자신의 운명과도 같은 스핀의 삶을 어항 밖의 자유로운 날갯짓으로 꿈꾸는 대목은 눈물이 펑펑 쏟아져내립니다.
"나는 스핀을 쫓아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스핀은 빨간 그네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모래에 몸을 파붇는가 하면 빨간 그네의 의자를 입으로 물기도 했다.
밖으로 나온 스핀은 한층 더 몸집이 커져서 돌고래 같았다.
스핀이 나를 보더니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내게로 다가왔다.
스핀은 내 앞에서 몸을 낮추었다. 나는 스핀의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스핀이 빠르게 날아올랐다.
나는 스핀을 놓칠 새라 두 팔로 스핀을 꽉 잡았다.
스핀은 나를 태우고 몸을 수직으로 세워 하늘로 올라갔다.
빌라 건물들과 놀이터가 점점 작아졌다.
뜬금없지만 나는 왠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스핀, 우리가 해냈어!"
p.213~214 _ 스핀 중
힘없이 약한 아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없고 자신의 행복과 생명을 지켜낼 수 없는 현실이 가슴아팠습니다.

엄마 또한 약자로서 위로받고 도움 받아야 할 위기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서에 반하여 오랜 세월 폭력과 자해라는 잘못된 판단과 방법으로 자신을 몰아세우고 급기야는 영유와 동반자살을 선택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가는 시간은 두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는 내내 다급해진 나는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긴박했고, 행여나 영유와 스핀이 잘못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어항에 사는 소년>에서는
현재도, 배달 형도 모두 아픈 손가락입니다.
위기 가정에 대한 관심과 지원체재도 문제와 헛점이 많은 현실입니다.
<어항에 사는 소션>에서는
어느 누구 한명을 꼭 집어 비난하거나 응징할 수 없습니다.
다 같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실천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법의 책읽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정말 소설다울 때 힘을 발휘하는 것 같습니다. 담담하게 현실을 이야기하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강리오 작가님의 흡입력 있는 글을 읽으며 등장인물 한명 한명이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