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파링 파트너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6
박하령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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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6

 

나의 스파링 파트너

 

고통의 속살을 깨물고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책의 서평을 신청하게 된 건,

책을 소개하는 포스팅 속에서 나의 눈길을 재촉하다 가슴에 꽂힌 바로 이 문장,

"그렇게, 우리는 성장한다" 때문이었다.

 

청소년문학 톱시리즈에 자리매김한 자음과 모음 출판사의 소설들은 우리 아이들이 애독하는 작품들이다. 성장하는 중이고 상채기들을 가슴에 묻고 한뼘씩 자라나는 주인공들은 나의 또 다른 내면 세계이다. 비단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 그리고 지금도 성장하는 중인 모든 이들의 면면인 것 같다.

 

 

박하령 작가의 <난 삐뚤어질 테다!>를 알고 있고, 최근에 내가 읽은 <발버둥치다>는 딸 아이의 책꽂이에 다소곳이 꽂혀 있다. 작가의 필체는 힘이 있고 단단하다.

아픔을 이야기할 때도 담대하고, 기쁨을 이야기할 때도 담담하다. 중성적인 문체가 나의 자의식을 강하게 만든다.

 

나의 두려움을 보고 내게 다가선 거다.

난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주먹을 내지를 것이다.

놈은 나를 단련시킬 스파링 파트너다.

출처 입력

여섯 작품의 단편 소설집으로 엮인 <나의 스파링 파트너> 안에는 특히 아픈 손가락처럼 다가온 나의 모습이 있었다.

[수아가 집으로 가는 시간]이 그러했다.

맏딸로 자란 나는 언제나 어깨가 무거웠고, 그런 만큼 빨리 성숙하져야 했던 가정 환경이 있었다.

"리액션"

난 살아가는데 지장 없을 만큼 의사표현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감정 표현의 비율이 어느 정도여야 적당하다는 말이지?

정말 내가 애늙은이라는 말을 들어야 할 만큼 수준 이하인 걸까?

그래서 난 의도적으로 내 안에서 느껴지는 것들에 감탄사를 넣어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봤다.

하지만 그 결과, 리액션이라는 건 하품처럼 저절로 나와야 하지 억지로 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의도를 갖고 감탄사를 뱉는 순간, 감정은 바로 변질되고 온몸에 소름만 돋았다.

다시 말해 내 안에 감정이 고여서 그것들이 차고 넘치면서 저절로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이어야 하지 의도를 가지고 터트리는 건 진짜가 아니라는 말이다.

p.71

나연이가 한없이 착하고 너른 마음으로 동생에게 배려하고 양보하며 무난하게 자라오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해 볼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연이 스스로도 자신의 참 모습을 들여다볼 일이 없었고, 그런 나연이와는 정반대 기질을 갖고 있던 수아가 나연이와 함께 머물게 된 일을 계기로 자신의 내적 기질과 갈등을 일으키는 낯선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나연이의 장점이던 성격이나 행동들이 수아의 등장으로 인해 결점처럼 오인받는 상황이 벌어지자 나연이는 질투와 분노, 화라는 평소에 보이지 않았던 자신의 또 다른 얼굴에 불함을 느끼고, 자신을 오해하는 가족들에게 서운함을 느낀다.

꼭 나를 보는 듯 했다.

가족들의 상처주는 말들에 나연이가 자신의 억울함을 토해내는 순간 어찌나 눈물이 흘러내리던지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어 내 어릴적 모습을 회상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토닥여야 했다.

엄마가 나연이를 와락 껴안으며 미안하다 말 할 때,

그동안 얼마나 아팠을지 공감해주며 진심으로 나연이게게 사과할 때,

나의 가족은 나에게 그러지 못했음을 떠올리며 어릴적 나를 만났다.

비록 나는 그런 위로와 사과를 받지 못했지만, 주인공 나연이와 나연이 엄마를 통해 감정을 몰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었다.

나의 스파링 파트너는 결국 나 자신의 아무렇지 않게 가라앉은 어두운 자아인지도 모르겠다.

"언니네 엄마 아빠도 언니가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다잖아.

아플 땐 악 소리 내야지."

"그러게."

수아가 집에 가는 시간이 다가오지만

수아 말대로 또 다른 수아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

알아서기지도 말고 까이지도 말고 똑바로 서야겠다.

p.91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내 감정 표현에 진실해지고자 하는 결심이 왜이리 어려운걸까. 서투르게 말고 정확하게 나를 드러내는 일이 왜이리 어렵고 낯선 일이 되어버린 건지 깊게 생각해 볼 이유가 생겼다.

성장하는 중인 모두에게 박하령 작가의 <나의 스파링 파트너>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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