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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가슴 시린 동하의 일기
미상 지음 / 당동얼 / 2019년 10월
평점 :
인 연
- 가슴 시린 동하의 일기
미상 지음
춥고 긴 겨울이 지나가고
꿈처럼 다가온 그해의 봄,
시리도록 아름다운 동하의 일기가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두 해 반의 짧은 세월이 흐르고
유난히 단풍이 붉던 그해의 가을,
노을이 서글프게 울던 날
조용히 일기장이 닫혔습니다.

[인연]은 몰래 훔쳐본 일기장이었던 것이 나를 설레이게 했다.
잠시 이 글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 미상님의 후기 <노을 편지>를 먼저 보고 싶었다.
"엄마!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가 보고 싶어서 밤마다 베개를 적시며 울고 있어요.
엄마!
어느 날 강옥이라는 아저씨가 찾아오셔서 저를 잡고 한참 우셨어요.
그리고 그 아저씨가 엄마와의 즐거웠던 시절을 기록한 글이라며 일기장을 저에게 주셨어요."
미상은 아직 사랑을 잘 모르는 나이이지만 그 일기를 읽고 엄마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엄마의 낯선 모습에 주저했지만 곧 어렴풋한 앎을 넘어 두 분의 비밀 일기를 다듬어서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인연] _ '가슴 시린 동하의 일기' 안에는
두 사람의 안녕과 사랑을 담은 시와 편지들이 그득하다.
표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애틋한 그리움과 친애하는 마음은
사랑을 뛰어넘어 초월적인 영혼의 만남을 그리는 것 같다.
오래 전 만들어진 한편의 고전 명화를 보는 것 같은 서정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이제 너를 무어라고 불러야 모습을 볼 수가 있고
이제 너를 어떻게 불러야 대답을 들을 수가 있나?
......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망망한 우주에 홀로 버려진 이 외로움을.......
......
이제,
더는 견딜 수 없는 슬픔의 격랑으로
가엾이 절뚝이는 내 심장의 고동을 멈추리니
저 아득한 하늘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피에 젖은 양데구름들이 모여 누군가를 영결하기 위하여
걸어 놓은 만장 너머 너의 세상으로 나를 이끌라.
아! 정녕 애달픔은 끝이 없는가?"
어릴적 동하와 강옥이는 부모님들이 친해서 서로 짝으로 점찍어 주었나보다.
진짜 오누이처럼 오손도손 잘도 지냈지만 이사를 하게 되어 서로 떨어지게 되었고
속절없이 지난 세월에 서로를 가슴에 묻고 살았더랬다.
먼 훗날 우연히 다시 만나......
이런 것이 인연일까......
다시 만날 일이 너무 강렬했다.
시간을 돌고 돌아 서로를 다시 봤으니 말이다.

"복사꽃 아름 안고 숨을 듯 감출 듯
나의 새악시야!
꽃가지 빙빙 돌다 그만 넘어져도
방울방울 웃음이 나의 새악시야!
월궁에서 오신 항아님이신가?
무지개 타고 오신 선녀님이신가?
날개옷일랑 아니 감추겠어요.
꽃 피고 산새 노래하는 이곳은
다름 아닌 그대 머물 선경인 것을."
동하와 강옥이의 다시 만난 재회는 두 사람의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돌아볼 수록 앞으로의 시간이 더 귀하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서 서로를 바라볼 마음이 야속하기만 하다.
다시 만난 시절도 사랑을 하고,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기록한다.
강옥의 머릿 속엔 악성 종양이 퍼져가고,
동하는......
"젖내 달콤한 너의 품속에
행복한 게으름은 남겨 두고 다녀올게.
그리움의 아픔을 가슴에 안고
때로는 황량한 들길도 걸어야 하겠고
지나가는 소나기에 그대로 젖다가
여울 급한 내도 건너야 하고
달을 벗 삼아 밤새워 걸어야 할 때도 있어야 하겠고
흰 구름 머무는 산마루에 잠시 쉬었다가
저녁연기 피어나는 옹기종기 산골 마을의
호롱불 외딴집에서
손등 저리게 살기 힘든 이야기도 들으면서
울컥울컥 솟구치는 너에 대한 그리움을
참고 참으며 힘들어하겠지만
그리움의 아픔이 크면 다시 만나는 기쁨 또한 크겠지?"

동하와 강옥은 어디쯤에서 다시 만날까?
아직 만나러 가는 중일까.
아직 만나러 가지 못한 마음,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를까.
동하와 강옥의 일기장은 그렇게 닫혔다.
아직도 내 마음은 둘의 강 언저리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다시 만날 때에는 꼭,
산 너머가 아니라 물 건너가 아니라,
꼭,
노을 지는 꿈길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