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용기
박세경 지음 / 달그림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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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용기 ★★★★★

 

점부리는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노력하면 그 모습에 다가갈 수 있다고 믿었어요.

 

 달그림 출판사 / 박세경 글 그림

 

점부리가 독백을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

노력하면......그 모습에......

 

그러면, 점부리가 꿈꾸는 일들이 노력한 만큼 진정한 성공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요?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 노력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지요.

그리고 목표한 일을 해내는 도전 정신도 정말 중요해요.

그런 것들이 없다면 혼자서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수행하는 동안 많은 장애물에 부딪힐텐데 그럴 때마다 나의 약한 의지에 주저하고 쓰러져 방황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성공이 꼭 행복과 똑같은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그런지......

성공한 사람들과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이 항상 겹쳐 보이는 일은 그닥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떤 용기>라는 책은  점부리라는 오리가 주인공입니다. 점부리를 보면서 어느 덧 내가 그녀에게 안쓰러운 시선을 거둘 수 없다는 것 알았습니다.

그리고 점부리의 내면에 나의 자아가 숨겨져 있던 것을 보았습니다.

아...... 내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그리고 지금도 얼마나 많은 점부리들이 용기를 필요로 하며 자기 자신만의 성장통을 앓고 있을까 라는 생각에 다다르니 그들에게도 이 책을 꼭 소개하고 싶어졌습니다.

 

점부리는 성공하고 싶었어요.

멋진 차, 멋진 집, 멋진 남편을 얻는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했지요.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상상하며 열심히 일했어요.

 

점부리를 응원해 주고 싶은데 그보다는 먼저 씁쓸한 웃음이 지어졌어요......의아한 나의 반응입니다. 점부리가 성공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모습에 왜 나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드는 걸까요? 아마도 점부리가 겪고 있는 상황때문일까요?

저 높은 빌딩들의 숲,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 어딘가 모를 익숙한 광경이 나로 하여금 점부리의 성공담을 못들을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생각이 들게 만들었나 봅니다. 13층 네모난 사무실에 혼자 모니터를 바라보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 점부리......

안아주고 싶어집니다.

 

 

점부리는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할 때마다

별나게 생긴 외모가 방해된다고 생각했지요.

 

나는 어느 부류일까요?

점부리가 열심히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꼭 나쁜 것 만은 아닌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나는 없고 껍데기만 있는 그런 느낌.

모두가 같은 꿈을 꾸며 성공하기 위해 달리기 시작했을 뿐인데, 나는 점점 뒤처지고 낙오자가 되는 듯한 느낌...... 뭐가 문제인지 조차 의식하지 못한채 나를 자학하며 내 탓이라 여기고 내 안에서 문제를 찾으려 무단히도 자신에게 냉소적인 눈빛을 쏘아대던 그 시절들......  

 

 

점부리는 매일매일 겨드랑이 털을 뽑았어요.

성형 수술을 하기 위해 돈도 조금씩 모았어요.

 

 

성공한 사람들은 언제나 당당하고 멋져 보였어요.

점부리는 곧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도 고치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어떡해요. 점부리는 점점 자신의 개성을 잃어가고 있어요. 사회가 요구하는 외모며 말솜씨며, 행동이며 언제든지 당당해만 보이는 성공한 사람들의 자태에 물들어가고 있어요. 한 가지에 몰두하면 다양한 구성에는 관심이 없고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정할 줄 아는 미덕은 사라지나봅니다. 나는 더이상 판단할 수 없고 오로지 타인의 것을 내 것인양 재해석했을 뿐이라는 이유를 둘러대곤 하지요.

 

 

"으악. 팔이 안 올라가."

점부리는 승진을 위해 쉴 새 없이 일했어요.

시간을 아끼려고 점심도 책상 위에서 해결할 때가 많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어깨가 찢어질 듯 아파 왔어요.

 

1평 남짓 나의 공간에는 책상, 컴퓨터, 책곶이, 각종 서류뭉치와 전화기, 약간의 내 개인 소품들, 그리고 미니 가습기와 선인장 정도. 이 공간에서 부지런히 일하고 꿈 꾸고, 다시 한 번 포부를 크게 갖고 목표를 수정하고, 자꾸만 살은 찌고, 손목과 목 근육은 뻐근하게 굳어가고, 어깨가 말을 안듣습니다. 그래도......

성공해야 하는 걸요. 부가 대출 옵션들도 아직 날 미끼처럼 붙잡고 있는데다가 위로도 올라갈 야망이 아직은 나의 자존심을 치켜 세우고 있기도 하고요......

행복은 언제쯤...... 정말 있기는 할런지요...... 허상같은......

 

며칠이 지나도 어깨가 낫지를 않자 점부리는 병원으로 향했어요.

사람들이 많은 거리를 지나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걸어가는 내내 괴로웠지요. 동료들이 추천해 준

'왜가리의 행복한 병원'에 도착한 점부리는

기분이 언짢았어요.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니

 아프다는 건 어쩐지 실패처럼 느껴졌거든요.

 

한없이 작은 모습으로 사람들 속에 파묻혀 존재감 없이 걸어가는 이 그림은 정말 나의 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정면으로 마주하기 힘들면서도 눈물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AI 인공지능 사이버 로봇까지도 모조리 나의 행복을 방해하는 제거해야 할 장애물처럼 보여서 말이지요. 또 하나 점부리에게 있어서 정말 불편한 진실은 성공 가도를 걷고자 열망하는 무리들에게 민폐를 주는 것 같아 아파서 찾아간 병원 이름이 '행복한'  병원이라니요. 환자인데 행복한...... 실패, 실수, 헛점 투성이라 그런건데 말이지요.

 

 

점부리는 복잡한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한 자세로 누웠어요.

"바람이 느껴지지요? 이번엔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쉬어 볼게요."

숨에 집중하다 보니 불안하던 마음이 안정되었어요.

"지금부터 서로의 눈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눠 볼까요?"

다들 처음에는 쭈뼛거렸지만 조금씩 마음을 꺼내 놓았어요.

성공을 위해 달려왔는데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다는 고백이 많았어요.

......

햇살 좋은 주말에는 산책도 했어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지만 용기를 냈어요.

걷다가 마주친 이웃과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했고요.

 

점부리가 드디어 용기를 냅니다. 몸의 리듬이 겉잡을 수 없을 만큼 망가을 때 마음은 드디어 소리를 내줍니다. 점부리가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기 위한 첫 번째 용기를 내고보니 산책도 할 수 있고, 이웃과 인사도 나눌 줄 알고, 마트에 들러 신선한 재료를 사다 요리를 해 볼 생각도 할 줄 아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성공을 위해 너무 많은 소소한 행복들을 망각하고 살아온 건 아닐까요.

왜가리 의사 선생님의 충격적인 일침, 점부리는 사람이 아닌 오리라는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다면 점부리는 아직도 자신을 앞으로만 내몰며 살아갔을지도 몰라요.

아침마다 동이 터오는 걸 보며 스트레칭을 했고,

저녁마다 해가 지는 걸 보며 근육 운동을 했어요.

하루하루 성실하게 보내던 어느 일요일 아침,

점부리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점부리의 팔이 털로 가득 뒤덮여 있었거든요!

점부리는 부르르 떨면서 의사에게 전화를 했어요.

"선생님, 큰일 났어요. 온 몸에 털이 났어요. 지금 좀 와 주세요."

길게 자란 털 아래에 날개가 돋아나 있었어요.

점부리는 자신도 날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의사가 말했어요.

"연습하면 날 수도 있지요! 함께 나는 연습도 시작합시다."

 

점부리의 모습에 변화가 일고 이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용기가 정말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아갑니다. 나의 나다운 모습이란 어떤 것일까요? 점부리는 인간들처럼 보였어야 했기에 온 털을 다 뽑아버리고 날개가 있었다는 기억도 상실한 채 아픈 어깨 통증을 운명처럼 달고 살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 무엇인지 알아갑니다. 더럽고 밉고 가리고 싶은 나의 치부가 아닌 정말 나다운 모습을 드러내고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 이젠 모두가 부러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루하루 진짜 자기 모습을 찾아가는 나. 

점부리가 용기를 내니, 이제서야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인정해 주는 목소리. 이런 건 사진으로 잠겨야 한다고,  포기하지 말라고, 멋지다고, 잘하고 있다고, 못해도 된다고, 또 하면 되니까.

 

점부리는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날개가 있어서 행복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점부리라고 해요."

 

점부리는 성공을 말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날개를 숨기지 않아요. 용기가 가져다 준 최고의 선물이지요. 행복을 말하고, 자유를 누리며 당당한 인사를 합니다. 점부리를 소개합니다. 자, 이제 나의 모습으로 돌아와 봅니다.

내 어깨 위에 놓여 있는 많은 이름들, 통증들, 아픔들.

나의 행복과 맞바꿀 수 있는 것들이 맞을까요?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피치 못할 이유도 있을겁니다. 그래도 한번쯤 나 자신을 돌아보며 다시 재정비를 해 보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2020년 다시 날아보는 겁니다. 내려놓는 일들도 용기를 필요로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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