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톰의 발라드
빅터 라발 지음, 이동현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마지막으로,

"푸른 눈의 노르웨이인"

아기 세명은 구역 내에서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말론 17장

 

블랙 톰의 발라드

빅터 라발 지음ㆍ이동현 옮김ㆍ황금가지

 

 

앎 - ZIG ZAG ZIG

 

황금가지로부터 책이 도착했다.

음......

커버지를 보고 한참을 생각에 잠긴다.

뭐지? 도대체 이 디자인의 정체는......

기타 머리를 감싸고 도는 문어 빨판.

그렇게 표지 디자인을 이해 못한 채 작가의 헌사를 살펴보니

 

"엇갈리는 심경으로

H.P. 러브크래프트에게 바친다"

 

공포 문학의 아버지, 러브 크래프트

그의 20세기 고전 공포물 <레드훅의 공포>를

새로운 시각과 특유의 리드미컬한 자신만의 문장으로 재해석한 책,

<블랙 톰의 발라드>를 그에게 바치는 것이다.

그래도 감을 잡지 못하겠는 의문의 문어 빨판.

인류의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감정은 공포다.

그리고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공포는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다.

H. P. 러브크래프트

 

 

가장 오래되고 가장 강력한 미지의 것에 대한

공포가 그림 안에 숨어 있었음을 나는 뒤늦게 알아차린다.

작가의 공포소설을 처음 접하다 보니 관찰하지 않을 수 없다.

아는 바가 없으므로.

이 책의 주요인물 중 하나인 로버트 수댐이라는 노인은

꼭 집어서 나에게 보란듯이 일침을 가한다.

 

 

"무지(無知)의 장막이 자네가 태어난 이래

얼굴에 줄곧 드리워져 있었으니까.

그걸 걷어내 주랴?"

 

"난 어느 무시무시한 전설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믿어."

-5장

 

1920년대 뉴욕, 재즈의 거리

아메리칸 드림을 찾아 뉴욕으로 불법 난민, 이민자들과 혼혈인,

그리고 유색인종이 너저분하게 유입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백인들의 시선에서.

뉴욕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같은 실수를 한다.

그들은 장소를 보지 못한다.

이 점은 맨해튼은 물론 퀸스의 플러싱 메도스나

브루클린의 레드 훅 같은 외곽 자치구들에서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좋든 나쁘든 마법을 찾아 이곳에 오지만,

아무래도 여기에 그런 것이 없다는 사실을 납득하지 못한다.

1장

 

 

토미 테스터, 할렘가의 스무 살 흑인 청년.

별볼일 없는 연주실력의 재즈 기타맨.

닥치는 대로 잡일을 하는 대가로 아버지를 부양하며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어느 날 그에게 괜찮은 보수의 심부름 일이 하나 도착하고,

자그마한 노란 책자를 전달해 주려 퀸스 플러싱의 마 애트라는 여인을 찾아간다.

노란 공책 양쪽 표지 모두 지그 재그 지그(Zig Zag Zig)라는 세 단어가 새겨져 있다.

지혜 - ZIG ZAG ZIG

 

 

 

노란책의 정체는 슈프림 알파벳.

 

토미는 마지막 한 페이지를 완벽하게 뜯어내고 전달한 상태다.

 

 

문제가 생긴다.

토미가 노인 로버트 수댐의 파티 연주 제안에 수락하고

그의 집으로 초대되어 가게 된다.

부자인 로버트 수댐은 재산을 둘러싼 가족과 소송에 걸려 있고

미친 치매 노인이라 몰리며 재산 관리 차원 상

거의 몰수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탐정 하워드와 뉴욕 경찰 말론이 거리를 두고 수댐을 지켜보는

가운데 수댐의 대저택에서 예정대로 파티가 열리게 된다.

 

그런데 수댐의 파티 행사는 기묘했다.

수댐이 초대한 거의 모든 이민자, 혼혈인, 유색인종들이

모인 가운데 연설을 할 것이다.

그가 종교적으로 절대적 존재로 숭배해 마지 않는

미지의 공포, 잠든 왕에 대해서.

 

"오늘 밤 우리는 아주 먼 곳까지 다녀왔어.

유령들이 들끊는 외계(Outside)로 갔던 거야.

유리가 여행했던 장고들 가운데 잠든 왕의 경계도 있었지.

그분의 안식처는 해저에 있어.

모종의 방법을 통해 손을 뻗어 그분의 얼굴을 만지고

그 거대한 눈이 열리는 것을 볼 수도 있을 만큼 가까이 말이야. "

고날 밤 내내 로버트 수댐의 화제는

지구가 태양 주의를 도는 것처럼 거듭

잠든 왕 이야기로 돌아왔다.

 

잠든 왕.

 

어느 시점에선가 수댐은 이 존재를 다른 이름으로,

그 진정한 이름으로 불렀지만,

토미 테스터는 그 이름을 기억할 수 없었다.

6장

 

 

수댐은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극혐오주의자다.

이 혐오는 그에게 중요한 위치와 의식을 낳게 하는

결정적 배경이 된다. 비천한 그들을 새로운 신세계로

인도할 적임자로 잠든 왕, 악마를 숭배하고 불러내는

매개자로서 이들을 지배하려 한다. 수댐 자신만이 이 더러운 족속들을

이끌어 낼 수 있으며 그들을 정화시킬 수 있는 은총을 베풀수 있다고 말한다.

 

잠든 왕.

지금 이 세상 질서와 억압적인 문명의 종말.

인간과 그 모든 우행의 끝. 무관심에 의한 멸절.

"그리고 내 안에서 마침내 너희들은

정당한 지배자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9장

이해 - ZIG ZAG ZIG

 

토미는 이 상황이 공포스럽다.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를 휩싸고 정체 모를 존재로 부터

 어디로든 도망쳐야 하는 자신을 끊임없이

따라오는 어두운 기운이 공포스럽다.

<블랙 톰의 발라드>는 토미와 수댐의 갈등을 다루는 전반부와

 뉴욕 경찰 말론과 토미의 갈등을 다루는 후반부로 구성이 된다.

잠든 왕으로 표현되는 악마 숭배 의식과

 악마를 소환하는 이단적 종교 의식 속에 로버트 수댐은

무지한 하층민들 위에 군림하며 모든 것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급기야는 종교 의식 관련한 영아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서

뉴욕 경찰들의 백인 우월 지위 아래 그들을 소탕하기로 한다.

그들은 이미 한가지 정신으로 세계를 적대하기 시작했으며

잠든 왕의 보이지 않는 권위적 공포심에 더욱 복종한다.

<블랙 톰의 발라드>는 주인공 토미의 이름이 여러번 바뀌면서 불린다.

이것은 작가의 계획된 소설적 장치인 것 같다.

토미의 정체성이 할렘에서 다르고, 백인 동네에서 다르고,

계급에 따라, 장소에 따라 변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또 후반부에서는 블랙 톰으로 불리우며 그의 거대한 위치가 변모한다.

슈프림 알파벳의 종교 교리를 통해

이들이 잠든 왕을 소환하는 의식을 완결하기에 이른다.

말론의 등장은 후반부에서 이들의 갈등과 사건을 끌어간다.

제물로 바쳐지는 영아 납치 사건은 단순한 루머였는지

발각되지 않은 숭고한 의식의 완성이었는지 알 수 없다.

 

문어 빨판 같은 표지가 이해가 된다.

잠든 왕의 정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사람이었지?

그러니까 아버지 같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나쁘게 대한 적은 없었어.

내가 옆에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행동했어.

그래서 말했지.

빌어먹을, 그러면 최약의 괴물이 되어 주겠다고 말이야.

한때 내 것이었던 것들을 되찾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

블랙 톰이 속삭였다.

18장

관찰 - ZIG ZAG ZIG

<블랙 톰의 발라드>는 공포 소설이다.

같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차별받는 빈민층의 고통은

육체와 영혼이 매일매일 죽고 사는 얼굴없는

공포와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포를 이겨내는 방법은

슈프림 알파벳이 주는 교리처럼 그들만의 결속이 느껴지는

힘과 은밀히 약속된 언어가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공포스러움의 반전은 새로운 약속의 신세계였기 때문이다.

1920년대 뉴욕의 시대적 배경과 사회적 문화 차이의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사색해 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다양한 심리 변화를 보이는 인물들 개개의 시선과 감정처리를

따라 한 소재를 엮은 빅터 라발 작가의 흡입력을

만끽해 보며 흥미롭게 읽었다.

커버지의 문어 빨판은 그 유명한 신화적 존재 크툴루였다.

 

내가 언젠가 마귀 같은 네놈들 머리 위로 크툴루를 불러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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