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아의 장풍
최영희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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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의 장풍

 

교보문고 제5회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수상작!

최영희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 영어덜트소설!


“네 말대로 난 비정상인지도 몰라.

인생도 머릿속도 단단히 고장 난 것 같다니까.

그래서 이 덧없는 세상, 한바탕 놀아 보려고.”


믿고 보는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수상 작품인데

'현아의 장풍' 제목과 앞표지를 놓고 보니 판타지 무협소설 같은 느낌이 팍 와주시네요^^

현아 안에 누가 또 있는 듯!! 말입니다. 이 얼굴의 의미는 과연......

강현아를 만난 이후로 나는 영어덜트 소설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현아의 장풍>에선 감히 외로움이란 덫을 놓았다.

오래전부터 외로운 소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외롭게만 끝나지 않는 소녀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내게도 유년의 황량한 벌판이 있었다. 바람이 몹시 세차던 그곳.

오늘 우리를 이루는 존재의 일부는 그 벌판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그 바람을 외로움이란 단어로 바꿔 불러도 무방하리라.

그래서 이 책은 바람의 이야기면서 외로운 소녀에 관한 이야기다.

 

"그대도 바람 부는 벌판에서 왔나요?

그렇다면 그대를 할퀴고 간 바람을 기억할 두세요.

그 아릿한 통증은 곧 장풍이 될 테니......

작가의 말. 최영희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을 갖게 된 고딩 강현아!

'홍익인간' 현아, 초능력도 너에겐 실수로 배정된...

넌 치명적 에러...

 

 

서울 왕십리 동흔동 다세대 주택 3층,

부모님 이혼하시고 5년 동안 혼자 사는 동흔고등학교 1학년 6반

강현아가 있어주십니다. 그냥 보기엔 지극히 평범스럽고,

 나사 하나 풀린 듯 어설픈 데다가 황당스러운데 밉지 않은 사랑스러운 현아.

한 가지 통통 튄다면 정의에 불타오르는,

그 불의란 불의는 전부 못 참는 성격!! 요것이 현아의 매력입니다.

현아는 한창 무르익는 사춘기를 보내며 사랑받을 나이인데 무척 외로운 아이입니다.

너무 외로워서 뼈 속까지 다 멍든 느낌......

유일한 삶의 희망은 아이돌 그룹 제이엠 덕후님(?)이 되어 소장 뿜뿜 덕질해 주시는 것이고,

친구라고는 아이돌 파파라치 심지훈 뿐이지요.

 

그런데 어느 날, 쿠궁~

현아의 온리 희망인 제이엠 그룹이 해체를 한다는 루머!

이게 말이 돕니까, 마음 줄 곳 없는 현아에게 제이엠 그룹이 어떤 존재인데... 세상 등진 소녀처럼 멍합니다. 제이엠 소속사로 한 걸음에 달려가보지만 무슨 성과가 있을지...... 한 무더기의 제이엠 팬들을 한심한 듯 봐주시는 어느 꼰대 아저씨 때문에 현아의 심기가 영 불편합니다. 결국 터져버린 분노의 손바닥에 기묘한 일이 터져버려 꼰대 아저씨는 날아가 버립니다. 갑자기 현아에게......,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분노의 손바닥! 외롭고 힘들고 무의미했던 현아의 인생에 번뜩이는 손바닥 무기가

제2의 인생 서막을 열어 주네요. 

 


현아는 두 차례의 장풍 사건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장풍은 맛이 고약한 미역국 때문이었으리라.

유난히 텅 빈 것 같던 식탁에서 생일 미역국을 잘못 먹은 여자아이는 위험한 존재가 되었다.

상처받은 소녀에게서 돌연 괴력이 튀어나온다는 설정은 소설과 영화의 단골 소재가 아니던가. 그리고 우연한 능력은 이제 자취를 감추었으리라. 나름의 결론에 도달했는데도 현아는 속이 후련해지지 않았다. 외려 일주일 전에 먹은 미역국 맛이 혀끝에 감돌면서, 17년 인생이 평소 체감하던 것보다 더 외로웠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지난 인생에 얼음 결정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 알갱이들이, 그 차갑고 자잘한 이물질들이 오늘따라 현아를 잠 못 들게 했다.

30,31

 

우주에서는 우리 지구인만 사는 것은 아니겠지요?

우주 은하 어딘가에서 전지전능한 절대자 집단이 ('설계자'라고 불리지요.) 지구를 설계하고, 인간의 존재 값을 설정해 문명을 이루고 살기를 바랐지요. 그런데 이 설계자들에게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으니... 지구인 중 누군가가 절대자와 동등한 파워를 지니게 되었다는 걸 알아챕니다.

지구의 인간 절대자, 우주의 특명 '오류 X' 강현아 찾기!!

우주의 오류 X를 제거하고자 설계자 미카가 직접 강림해 주십니다.

설정이 너무 코믹하고 코믹한 가운데 해학과 풍자가 섞여 있어요.

미카는 데이터 시스템으로만 '오류 X'와 지구를 체크합니다.

언제나 이론과 현장은 차이가 있듯이 미카도 지구 현장으로 임무 수행을 위해 급파됐지만 혼란을 겪기 시작합니다. 현아를 봐서는 절대 위협적일 수 없을뿐더러 허당에 꽈당에, 손바닥 장풍이 현아 덕분에 적재적소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지요. 현아의 마음속 헛헛한 공간을 꽉 채워주던 제이엠이 사라지면 그나마 현아의 어두운 불행을 가려주던 위장막이 제구실을 못할 텐데, 현아가 가엾어져요. 현아는 자신 안에 갇혀 살기를 단호히 거부하며 세상 밖으로 장풍과 함께 나올 준비를 합니다. 제2의 인생은 그래도 살맛 날 지 모른다는 기대를 가지며......


“아무튼 장풍은…… 내 품에 쏙 들어온 꽃다발이야. 저번에도 말했잖아.

이 힘 때문에 힘이 난다고. 제이엠 오빠들 해체하고 삶의 의욕이 바닥났었는데 요즘 다시 살맛이 난다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 힘은 네 것이 아니야.”

“오케이, 오케이. 그 힘이 하느님, 알라, 아툼 그분들만 소유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하려는 거지? 그런데 말이야, 신들만 가질 수 있는 힘을 내가 소유했다면 나도 신이네? 신도 별거 아니구먼.”

“강현아! 넌 지금 우연히 주운 걸 네 것이라고 우기는 어린애랑 다를 바 없어.”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것……. 그런 게 어디 한두 갠 줄 알아? 내가 엄마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것도,

강현아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도 다 우연히 얻은 결과물들이야.

우연의 다른 이름은 운명이거든, 그리고 내가 쥔 우연들 중 가장 맘에 드는 게 이거야!”

p. 67,68


씩씩하고 정의로운 강현아를 향한 나의 팬심은 거부할 수가 없네요.

눈물 흘릴 때 흘릴 줄 알고, 나서야 할 때 나설 줄 아는,

남의 불행을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그녀의 아픈 공간을 누가 헤아려줄 수 있을까요?

전 지구적 존재로 거듭난 강현아의 맹활약을 따라다니며 웃고, 울고, 찡하게 울리는 마음을 다시 부여잡을 때까지 현아의 그늘에 빛이 들어올 때까지~~

시종일관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그녀의 이야기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습니다. 현아가 장풍을 사용하는 일인 '척력' 즉 락싸멘툼의 횟수가 빈번해지면서 현아 속에 설계되어 잠식해 있는 무도인 최배달의 데이터가 점점 현아를 지배하고 있어요. 현아의 의식이 최배달에게 지배당하게 되자 우주의 설계자들은 결국 강현아를 없애야 한다는 결정을 하게 됩니다. 미카는 도저히 그럴 수 없음에 갈등을 하게 되는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요......


설계자들은 현아에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자신들의 실수를 무마하기 위해 현아의 존재 값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현아가 홍익인간이 된 건 외로운 유년의 연장선이었다. 나는 사랑받은 자격이 없는 아이인데 엄마 아빠가 나를 키워 주었고, 세상 사람들도 나를 참아 주었으니 조금이나마 그 신세를 갚겠다는 것이다. 미카는 네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고 말해 주고 싶었다. 사실 너는 언제나 사랑받는 존재였다고, 설계자들은 너의 성장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었다고, 뭘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너 자체로 소중한 생명체였다고. 하지만 이젠 영영 말해 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설계자들이 일을 망쳐 버렸으니까.

p.147



지구인 현아의 현아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우주인 미카의 미카다움은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요.

우리는 각자가 작은 씨앗의 존재에서 거듭나 아름다운 성장체가 될 때까지,

사랑받고 사랑을 줄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미카는 이 모든 지구인들의 삶을 지켜보며 우주의 통찰자로서 그들의 할 일을 잘 하고 있기를 바라면 되겠지요.

우주적인 관점에서 나를 통찰해 보는 현아의 장풍......

모두가 사랑이고 평화이고 삶의 이유임을 다시 느껴봅니다.

시종일관 즐겁고 눈을 뗄 수 없는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빠져보시길 강력 추천합니다.


 

현아의 장풍 작가소개
 

최영희

영어덜트소설을 주로 쓴다. 고양이와 좀비를 좋아하고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다. 2013년 [어린이와 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제11회 푸른 문학상,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2016 SF 어워드 우수상, 교보문고 제5회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꽃 달고 살아남기』, 소설집 『존재의 아우성』, 『광장에 서다』, 『안녕, 베타』, 『복수는 나의 것』, 『첫 키스는 엘프와』, 동화 『인간만 골라골라 풀』 『슈퍼 깜장 봉지』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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