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신의 타고난 운명을 지고 세상에 나온다.
운명은 피와 땀, 눈물 그리고 고귀한 희생으로 형상화되어 진정한 가치를 얻는다.
이런 운명을 받지 못하고 가리어지면 인간은 삶의 깨달음과 진리를 얻기까지 업을
등지고 싸워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의 숙명적 굴레고 '인생'이다.
‘운명의 선로에 들어서면 절대 그곳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잔은 2년의 노예생활, 만나야만 하는 새로운 사람들, 살이 찢기는 시련의 나날들,
죽음을 무릅쓴 기나긴 분노와 좌절의 울부짖음, 피와 고통의 채찍질.
하잔은 깨닫는다. 운명은 쉬이 엮이는 금덩어리가 아님을.
「운명」은 끊임없는 수련과 갈등과 고민 속에서 덕을 쌓는 고해의 수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
삶을 사랑하고 진정으로 대하는 것. 이라함의 표주박에 하잔의 깨달음의 가치가 쌓인다.
하잔은 드디어 이라함에게 바틀란족의 정신이 깃든 가죽신, 흰 외투를 선물할 수 있게 된다.
전쟁 속에 오른 피난길, 아비야사, 새로운 왕국을 세우고 평화가 찾아오는 듯 하나
그것도 잠시
티아기니의 유혹이 찾아온다.
운명은 또 다른 운명과 얽히고설키게 된다.
운명과 운명이 조우할 때, 치열하게 맞서 싸워
나의 운명을 세워 나가야 한다.
스스로의 운명에 진정한 사랑과 견고한 진리,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와 지혜를 단단히 쥐어야 한다.
세상 유혹은 끝이 없고 시간을 정하여 찾아오는 법이 없다.
언제든 유연하게 맞설 나를 준비해 둬야 한다.
하잔은 이라함이 도움으로 티아기니의 유혹을 이겨낸다.
하잔은 성인이 된다. 운명을 치고 가치를 숭고히 드높인다.
그리고 모두의 희망이 된다.
하잔의 깊고 넓은 직관력과 통찰력은 그를 추종하는 백성들을
행복하게 하고 평화롭게 만든다. 운명의 여유. 그는 돌아볼 줄 아는 성군이 된다.
전쟁 중 맞은 화살로 최후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그는 기적처럼 잠시 깨어나 우리들에게 마지막 유언을 한다.

잠든 자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