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노란돼지 교양학교
정명섭 지음 / 노란돼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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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역사탐험대

                               노란돼지 교양학교

 

“저는 걷는 것을 좋아합니다. 걸으면서 만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죠. 그래서 많이 걸었습니다. 제가 걸으면서 느낀 것은 길 위에는 또 다른 스승이 있다는 것입니다. 책이나 사진으로 봤을 때에는 실감 나지 않았지만 현장에 가서 남은 흔적을 보면 현재와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알게 됩니다.우리의 근대사가 아픔으로 가득하다는 것은 현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남북 분단과 오랜 독재, 가해자 일본이 오히려 모르쇠로 일관하는 과거사 문제까지 현재는 과거와 집요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죠.”

-작가의 말, 정명섭

 

 

 

 

이 책으로 허니 밴드 서평 이벤트에 선정된 후 받자마자 감사의 표현으로 서평을 쓰기 전에 세 번 완독했다. 처음엔 과거사가 보였고, 두 번째는 현재가 보였고, 세 번째는 흔적을 찾아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보였다.

특히 이번 책은 집필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발품과 공을 들여 사료를 정성껏 모았을까 하는 생각에 작가의 정신을 높이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많은 역사 사적들 중에서 추천하라고 하면, 단연코 어린이들을 위한 피와 땀이 가득 묻어나는 이 책을 손에 꼽고 싶다.

 

역사는…… 우리를 앞으로 이끌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아무나 역사를 바르게 알고 이끄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게 현실이 된다. 왜 그럴까. 서로 얽혀 있는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상황들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정의로운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가려져 있는 상태를 더 바라고, 침묵을 더 지키고, 흔적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해야 이익을 보는 무리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2019년 올해는 우리나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기 위한 영화, 방송, 문화, 지역 축제 등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고, 관련 서적 출판도 활발했던 것 같다. 올해가 원동력이 되어 우리의 역사 바로 알기 프로젝트는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일제의 잔흔을 찾아 떠난 탐험 이야기!!

 

《역사 탐험대, 일제의 흔적을 찾아라! 》…… 처음엔 잘 보이지 않던 가리어진 낡은 것들이었지만 더불어 함께 자세히 알고 보니 그 안에 숨겨진 아픔과 슬픔이 서린 이야기들이 보였다. 더불어 함께 안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중학생 동찬이와 역사를 평생토록 공부한 노인호 교수님이 만나 같이 여행하는 기행 에세이와도 같은 글이다.

 

일제 시대는 다른 말로 하면 식민지 시대였다.

일제 강점기 동안 우리나라는 상상할 수 없는 온갖 방법으로 역사와 문화를 유린당했고,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아무개 개인들은 그들의 삶과 인생을 모조리 점령당했지만 아직도 치유받지 못해 흔적으로 남아 있다.

 

 

 

 

이제는 빛바랜 기억 속에 묻혀 세대가 바뀌어가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기억해내야 할 흔적들을 찾아가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곳은 모두 열 군데다.

첫 지역은 인천_삼릉 마을 줄사택 유적, 대전_소제동 철도 관사와 대전_옛 충남도청, 전북_군산 내항, 광주_치평리 비행장과 광주 학생독립운동 기념관이 다섯 번째, 부산 기장 광산 마을, 나머지 네 군데는 서울 서대문 형무소 역사관, 서울 용산 거리와 철도 병원, 서울 박노수 미술관과 벽수산장, 덕수궁 대한제국 역사관이다.

 

동찬이와 노인호 교수님은 전국을 돌아보면서 우리나라 어디에든 일제 시대의 흔적이 남아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처음엔 분명히 역사는 따분하고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어려워서 알기도 싫은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몰랐을 동찬이의 마음이 나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피식 웃음도 났다. 노 교수님의 친절하고 세세한 설명에 마음이 동요되어가는 동찬이는 진지해져만 가고 역사를 바로 보고 깨닫게 되는 눈을 경험한다. 얼마나 소중한 경험일까.

 

동찬이의 식민지 역사의 아픔을 제대로 들여다보기!!

나도 이 책이 소개하는 열 곳을 모두 가보지는 못했다.

둘의 문답식 이야기를 들으며 해설가와 떠난 기행처럼 나도 따라갔다.

 

 

인천 부평 삼릉 마을 줄사택

1910년 사람을 땅에 심다의 식민지 시대

제국주의 ? 힘 있는 나라가 약한 나라를 식민지로 삼는 일

서울에서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부평역에 가면 인천 지하철로 갈아타고 동수역에 간다. 이곳엔 다 쓰러져 가는 낡은 집들이 눈에 들어온다.

삼릉엔 나도 가본 적이 없는데 사진만 봐도 얼마나 허물어져 있을지 짐작이 간다.

삼릉은 미쓰비시 전범 기업의 마을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은 중국과 정쟁을 치른다. 이때 전쟁 중 필요한 군수물자를 동원하기 위해 여기 부평 지역에 무기 공장 조병창을 세우게 된 것이다. 공장을 세우니 많은 인력의 노동자들을 수용할 사택을 줄줄이 만든 것이다. 이 공장들을 1942년 미쓰비시가 인수하면서 모든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다.

 

 

 

“한국인 노동자는 월급도 적게 받았고, 식당도 이용하지 못했다고 해.

저런 줄사택도 일본 노동자들에게 먼저 주었으니 한국 사람들은 꿈도 못 꿀 일이었고 말이야.”

“진짜 너무했네요. 그런데 사택들의 크기가 다르네요.

이쪽 건 좀 크고 저쪽 건 많이 작아요.”

“그건 입주한 사람의 직급에 따라 다른 크기의 사택을 주었기 때문이란다.”

-p.19

 

광복 후 남겨진 일본 사람들 집을 ‘적들이 남겨 놓고 간 집’이란 뜻의 적산가옥이라 한단다.

 

 

박노수 미술관과 벽수산장

수성동 계곡 그리고 기린교 다리

서울 시청 뒤, 프레스센터 앞 9번 마을버스를 타고 서촌을 간다.

서촌은 경복궁의 서쪽이라는 뜻이란다. 세종대왕이 태어나신 곳이라 세종 마을이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 한번 가봐야지 싶다. 한적하니 인왕산이 보이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음식점들도 나란히 볼거리인 듯하다.

언덕 위의 집, 박노수 가옥

1907년 고종이 헤이그 밀사 사건으로 강제 퇴위 당한 후 순종이 황제 자리에 오른다. 순종의 부인 순정효 황후의 큰아버지 윤덕영이 딸과 사위를 위해 지어 준 집.

 

 

“나라를 팔아먹고 일본에게 받은 돈으로 이 집과 자기 집을 지었단다.”

“친일파였다고요? 방금 황제 부인의 큰아버지였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더 나쁜 놈이지. 집은 1층은 벽돌로 지었고, 2층은 목조란다.

겉모양은 서양식인데 내부는 일본식으로 되어 있지.

하지만 서까래는 한옥 모양이고,

내부에는 온돌방과 벽난로까지 있어서 한 가지 형태라고 보기는 좀 어렵단다.”

-p.156

 

 

 

 

이곳은 화가 박노수가 사들였다가 종로구에 기증하여 지금은 그의 작품을 전시하는 미술관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정원 곳곳에는 석탑과 석등, 기묘하게 생긴 돌, 어항도 있고,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고 한다.

윤덕영은 나라를 팔아먹은 돈으로 땅 2만 평을 사들여 프랑스식 모양의 대저택을 10여 년 가까이 시공했단다. 당시엔 부와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로 큰 서양식 주택을 짓는 게 유행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평생 온돌에서 지낸 습관에 길들어져 벽난로와 침대 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한편에 한옥을 따로 짓고 생활했다고 하니 정말 그 와중에 그런 여유를 부린 사람들 욕이 안 나올 리 없겠다. 동찬이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어린이들에 애국하는 마음이 불끈 솟을 수 있도록 역사 공부하는데 힘써야 함을 또 한 번 느끼는 대목이다.

이로써 나도 꼭 들러봐야 할 곳이 생겼다. 이 책은 답사 갈 때 꼭 챙겨가야 할 지침서 역할을 톡톡히 해 줄 듯싶다.

지금도 풀리지 않고 응어리져 있는 양국 간의 관계가 갑갑할 때가 있다. 과거를 청산하고 바른 미래를 맞이하기 위한 현재의 역사 공부를 게을리하면 절대 안 될 것 같다. 어렵고 난해하다고 했던 근대사를 알아가고 기억할 수 있도록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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