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마음에 심는 꽃

 

 

2019.가을 황선미 작가

 

황선미 작가님의 "마당을 나온 암탉", "나쁜 어린이 표", "엑시트"를 즐겁게 보고 있었다.

이번에 드디어 우리들 곁으로 올 수 있게 빛을 본 "마음에 심는 꽃"은 아기자기하게

알맞게 핀 소담스러운 꽃들이 '피우고 살찌우고 지고 하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다.

 

이응이 야무지게 동그랗고 자음이 반듯한 게 마치 아직 눈꼬리가 올라가 있던 오래전 내 얼굴 같다. 사는게 궁색하고 주변인으로 밀려나 조용히 관찰하는 처지일망정 책 좋아하고 쓸 줄 안다는 자존심만으로도 내가 나일 수 있었던 시간이 거기 있었다.

- 작가의 말 <시작을 기억하다>

 

삶이 무거워질 때면 가끔씩 꺼내 보는

오래된 사진처럼 아름다운 이야기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우리 집은 마당이 있었지만, 정원이라기 보다는 한쪽 편에 작은 미니 화단이 있었다. 화단에는 특별하게 꽃을 심지 않았는데도 봄이 되면 어딘가에서 홀씨가 날아와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그러면 꿀벌이랑 나비가 찾아들고, 무당벌레도 기어다니고, 송충이도 가끔씩 보이고 했다.

그때 화단에 제일 많았던 꽃이 맨드라미랑 사루비아였다. 그리고 봉숭아..

 

 

 

<마음에 심는 꽃>은 그렇게 나의 마음 속 꽃밭에 봄이 찾아왔음을 알려준 책이다.

우리들의 성장소설. 어른이 되고도 아직 자라지 못한 마음 한 구석, 옛 기억의 상자.

또 한가지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은 의도적인지는 몰라도 목차에 있다.

 

 

 

학교에 찾아온 손님 : 학교에 찾아온 _______ 손님

인동집의 꽃밭 : 인동집의 _______ 꽃밭

새 이웃 : 새 이웃 _______

인동집 사람들 : 인동집 ______ 사람들

도시에서 온 아이 : 도시에서 온 ______ 아이

민우의 사정 : 민우의 _____ 사정

일기장 속의 꽃잎 : 일기장 속의 _____ 꽃잎

삼촌과 함께 온 손님 : 삼촌과 함께 온 ____ 손님

민우가 수현에게: 민우가 _____ 수현에게

 

이야기 속의 제목에는 밑줄이 그어져 있다.

나는 이 밑줄이 참 좋다. 책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을 때마다 밑줄에 들어가는

나의 상상이 달라지고 있었다. 지금은 또 다르다.

 

다른 독자들도 이 움직이는 상상을 즐겨보길 바란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 둘 터를 버리고 도시로 달아나고, 수현이네는 아직 이곳에 남아토마토 농사를 짓고 있다. 작은 시골 분교, 수현네 반에서는 일학년 네 명, 삼학년 세명이 함께 공부한다. 친한 친구들도 서울로 전학을 가버리고, 삼촌도 외지 공장에 돈벌러 취직해 가고......한창 바쁜 농사철에 일손이 부족한 아버지는 걱정이 한아름이다......

 

 

 

느티나무 밑둥

 

학교에 찾아온 양복 차림 손님

수현이는 시간이 따분한지 운동장을 냅다 달리고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다.

거꾸로 보니 어지러운 볼록 세상, 찔레꽃 나무, 굵어 보이는 느티나무 밑둥.

승용차 한 대가 서고 선생님을 찾아온 말쑥한 손님은 교정과 사택을 둘러본다.

다시 운동장으로. 손님은 느티나무를 쳐다보더니 두 팔로 나무를 껴앉아버린다.

마치 어린아이 같이.

 

 

 

인동초 덩굴 "인동집"

 

 

 

인동초의 꽃말은 "부성애, 사랑의 인연, 겨울을 이겨내는 덩굴"

인동집에 살던 홀어머니와 딸도 도시로 떠나버려 계속 빈집이다.

삼촌은 인동집 뜰을 삽질하고 수현이와 미정이에게 제안을 하나 한다.

 

 

꽃을 키워 봐, 반을 나누어 줄 테니.

꽃밭을 잘 가꾼 사람에게 삼촌이 상을 줄 거야."

p.29 인동집의 꽃밭 

 

 

어른들은 일하러 들로 나가면, 수현이랑 미정이는 인동집에서 꽃밭을 일군다.

채송화, 봉숭화, 과꽃, 맨드라미, 백일홍, 족두리 꽃씨...

하지만 삼촌도, 미정이네도 도시로 떠나가고......

마음이 휑한 수현이는 한동안 인동집을 가지 못한다.

 

 

 

 

 

 

붓꽃

붓꽃의 꽃말은 " 좋은 소식, 잘 전해 주세요"

인동집에 새 손님이 들어섰다.

수현이는 걱정이 한움큼이다.

낯선 자동차는 밤새 내린 비 때문에 물러진 땅을 밟아 바퀴 자국이 깊게 패였다.

수현이는 울컥 울음이 솟는다.

인동집 낯선 가족은 도대체 누굴까, 왜 하필 인동집으로 이사를 온걸까......

미정이네도 빈 상태로 있는데...

고약한 사람들. 방문이 덜컹 열려 엿보이는 얼굴이 하얗고 앳된 남자아이. 그리고 방 안에 꽂혀 있는 노란 붓꽃.

수현이는 씩씩거린다.

할머니는 허리를 다치셔서 병원에 가시고, 처음 보는 아주머니가 집에서 토마토를 포장하고 계신다.

 

 

"이건 내 꽃밭이니까 다시는 건드리지 마!"

p.55 인동집 사람들  

 

 

 

                            

                    

분꽃

분꽃의 꽃말은 "겁쟁이, 내성적, 소심, 수줍음"

민우. 늘 혼자 새침해 보이는 도시소년. 이 시골엔 왜 왔을까.

수현이는 민우가 못마땅하다. 하지만, 민우의 이상한 행동이 병 때문이란 것을 알게 된 후 수현이는 민우가 신경쓰인다. 민우는 늘 숨이 차서 맑은 공기와 좋은 약이 빌요한 아이다.

민우를 불러 저녁을 먹기로 한 복날, 수현이는 우연하게 민우의 일기를 보게 된다.

 

공책 갈피에 눌린 분꽃......

 

 

 

나는 가슴이 텅 비었다.

누워 있으면 머리가 무겁다.

가슴이 비어서 바람에도 날아갈 것만 같다.

병은 나을 수 없을 것이다.

엄마, 아버지는 나 때문에 고생을 한다.

p.94 일기장 속의 꽃잎

 

 

 

 

민우한테 들켜버려 깜짝 놀란 수현이는 일기 공책을 떨어뜨린다.

납작해진 분꽃들이 땅바닥에 포르르 흩어지는데......

 

 

 

 

 

 

 

 

꽃밭

 

시골소녀 수현이는 감정표현이 서툰 투박한 아이.

도시소년 민우는 일찍 철들어버린 예민한 아이.

민우는 궁금하다.

왜 꽃밭을 나의 집에 가꾸는건지. 그러면 매일 볼 수 없을을텐데.

수현은 말해준다.

삼촌이 시켜서 했노라고. 꽃밭을 잘 가꾸면 상을 준댔다고.

삼촌이 곧 다시 온다. 공장을 그만두고 농사를 지을거라고 했다.

삼촌 편지가 그렇게 말해줬다.

"뭘 갖고 싶은데?"

"예쁜 옷이랑, 머리띠 그리고 동화책."

 

 

 

 

나라면 꽃밭을 가질거야.

p.104

 

 

 

 

 

비밀의 화원

 

학교 운동장, 둘째 시간

전교생의 농구 시합

수현이의 공이 패스를 외치며 허공을 가로지른다.

그런데 민우가 코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수현이는 걱정이 달아올라 지독한 몸살을 앓아버린다.

민우는 괜찮은걸까..

인동집에 앉아 민우가 남겨놓은 꾸러미 속

비밀의 화원을 펼쳐본다......

그리고 편지 한 장......

 

 

 

 

콩닥콩닥 뛰는 어린 시절 마음이 크는 이야기...

부끄럽기도 하고, 설레이기도 했던 나만 아는 나의 이야기......

그 때 그 시절, 모두들 어땠을까.

그리고 지금은 다들 잘 지내고 있을까......

그리운 소식 하나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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