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 여행기’ 목차
공고
걸리버 선장이 사촌 심슨에게 보내는 편지
발행인이 독자에게
- 특히 편지를 보내는 구성은 탁월함이 돋보이는 면입니다. 걸리버는 거짓이 아닌 진실로 겪은 바를 전달하듯이 대화 형식의 구조를
주로 쓰는데 편지의 내용은 허구가 아니라는 관념을 의식한 채 걸리버의 모험담을 따라가게 됩니다.
제1부
릴리펏(소인국) 여행기
제1장 ~ 제8장
걸리버 선장이 소인국인 릴리펏에 난파했을 때에는 인간의 우월적 존재를 과시하기 좋았습니다. 힘과 자신감 있는 신체 조건, 모든
학문 분야에서 현명하고 위계 있는 정신 조건을 갖춘 문명인으로서 권위를 나타낼 수 있지요. 하지만 릴리펏(소인국) 궁정은 영국이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걸리버 선장이 비판하고 혐오하는 영국 사회의 풍토가 고스란히 보이기 때문입니다.
구두 굽의 높낮이에 따라 당파가 갈라지는 릴리펏의 형국은 영국의 토리당과 휘그당을 풍자한 모습입니다. 또 달걀을 위 혹은 아래로
어느 쪽부터 어떻게 깨느냐의 문제로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을 묘사하고, 걸리버 선장을 대하는 군주를 칭송하며 묘사하는 부분들은 관대하고 훌륭한
척 하지만 실은 옹졸하고 우매한 군주의 모습을 풍자하기도 합니다. 걸리버를 탄핵하면서 두 눈알을 뽑기로 한 군주의 묘사를 예로 들 수 있어요.
결국 릴리펏에서 탈출하여 자유의 몸을 얻고자 한 걸리버 선장의 결단은 여행을 마무리 짓고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소인국이 외국인에게는
번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이 나라는 두 개의 강력한 악 밑에서 신음하고 있다.
하나는 본국에 있는 난폭한 파당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의 가장 강력한 적국이
침공해 올지 모른다는 위험이다.
파당 문제에 대해서 말해 보자면, 지난 70개월 동안 이 제국에는
두 개의 서로 싸우는 파당이 있어 왔다. 그 두 당파의 이름은 트라멕산과
슬라켁산인데, 그들이 신는 구두굽이 높은 굽이냐 혹은 낮은 굽이내에 따라 그런 이름으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들은 그런 특징으로 상대방과 자신을
구분했다."
<걸리버 여행기 제 1부 p.54>
"우리가 달걀을 먹기 전에 그것을 깨트리는 방식으로 위쪽의 넓은 부분을 깨서
먹는 방식이 널리 인정되어 왔다. 그런데 현 폐하의 할아버지가 소년 시절에 계란을 먹으려고 오래된 방식으로 그것을 깨다가 그만 손가락 하나를
베고 말았다. 그러자 황자의 아버지인 황제가 모든 신민들은 달걀의 밑부분, 즉 갸름한 부분을 깨어서 먹어야 한다는 칙령을 내렸고 이에 불응할
경우 엄벌을 내리겠다고 위협했다."
<걸리버 여행기 제 1부 p.55~56>
제2부
브롭딩낵(거인국) 여행기
제1장 ~ 제8장
걸리버 선장의 다음 여행지는 거인국 브롭딩낵 입니다. 이곳에서는 걸리버 선장의 우월적 인간존재로서의 판세가 전부 뒤집어집니다.
소인국에서 겪었던 어리석은 분쟁과 억지스러운 당적 싸움에 회의를 느꼈던 걸리버 선장은 거인국 브롭딩낵에서는 반대 상황을 겪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느끼는지라 문명사회에서 인간이라는 존재의 우월성을 피력하려 노력합니다. 걸리버 선장은 거인국 국왕을 상대로 자신이 도시를
파멸시켜버릴 화약을 만들 수 있다면서 자신의 능력을 추켜세우자, 국왕은 대인답게 걸리버를 비웃으며 인간 사회의 부조리함과 자신들만의 이기적
행위임을 직설하며 그의 그런 태도와 자세를 비난합니다. 사실 걸리버 선장은 국왕을 상대로 자국과 자신에 대하여 자부하고 자긍하는 유리한 것들만
털어놓을 뿐 헛점이 될만한 진실은 말하지 않습니다. 스위프트는 인간의 상대적 가치에 대하여 말하고자 합니다. 과연 인간이 이성적인 존재인가 하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 아름다운 궁전은 이제 모두 불타버려서 땅바닥에 잿더미로 가라앉을
판국이었다. (중략) 천만다행으로 나는 아직 배뇨를 하지 않은 상태였다. 내가 불길에 가까이 다가가자 거기서 올라오는 열기와, 불을 끄려는 나의
신체적 움직임이 서로 결합되어 몸 속에 이미 들어가 있던 와인이 신속하게 오줌으로 바뀌었다. 나는 불난 궁전에다 오줌을 힘껏 누었고 3분 만에
불은 완전히 진화되었다."
<걸리버 여행기 제 2부 p.65>
"이 나라에서는 내가 한 명의 릴리펏 사람이 되어 아주 보잘것 없는 존재처럼
보일 것이니 나로서는 얼마나 창피한 노릇인가. 하지만 이런 창피가 나의 불행 가운데 가장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은 그 덩치에 따라 더
야만적이고 더 잔인해진다고 볼 때, 내가 저 거대한 야만인들 중 첫 번째 야민인의 손에 잡힌다면 그의 입 속에 들어갈 한 조각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걸리버 여행기 제 2부 p.105>
"마침 길 한가운데에는 소똥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뛰어넘음으로써 나의
민첩한 행동을 자랑하고 싶었다. 나는 열심히 달려가서 점프를 했는데 불행하게도 약간 짧아서 똥더미 한가운데에 무릎까지 빠지고 말았다.나는 아주
어렵게 나머지 부분을 헤치며 걸어 나왔고, 시종 한 사람이 손수건으로 내 몸을 깨끗하게 닦아 주었다."
<걸리버 여행기 제 2부 p.151~152>
"왕은 내가 이야기한 우리 나라의 귀족과 신사들이 하는 오락 중에서 도박을
지적했다. 그는 삶의 어느 시기에 이 오락이 시작되고 어느 시기에 끝나는지 알고 싶어 했다. 귀족들이 어느 정도 거기에 시간을 보내는지, 판돈이
너무 높아서 재산을 날릴 정도인지 등을 물었다. 야비하고 사악한 인간들이 월등한 도박 기술로 큰 돈을 벌지는 않는가? 그 때문에 우리의 귀족들이
그들에게 예속되어 그런 사악한 자들을 친구로 삼지 않는가? 그런 사악한 자들이 귀족들의 정신 수양을 방해하고 또 나아가 도박 빚 때문에 그런
츙측한 기술을 배워 남들에게 써먹도록 하지는 않는가 등을 물었다."
<걸리버 여행기 제 2부 p.161>
" 왕은 이 무서운 무기에 대한 나의 자세한 설명과, 더 나아가 그 무기를 만들겠다는 나의
제안을 듣고서 공포에 사로잡혔다. 나같이 무능력하고 비천한 벌레(이것은 국왕의 표현이다)가 어떻게 그런 비인간적인 생각을 품을 수가 있는지
경악했다. 국왕은 그런 파괴적인 무기는 분명 인류의 대적大敵인 사악한 악마가 최초로 만들어 낸 무기였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예술과 자연의
분야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것을 무엇보다도 즐겁게 여기지만, 그런 끔찍한 무기의 비밀을 아느니 차라리 그의 왕국 절반을 포기하겠다고 했다.
또 내가 목숨을 소중하게 여긴다면 앞으로 그런 말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걸리버 여행기 제 2부 p.165>
제3부
라퓨타(날아다니는 섬),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일본 여행기
제1장 ~ 제11장
3부 이야기부터 앞의 두 구성과는 사뭇 다릅니다. 날아다니는 섬인 라퓨타는 훗날 일본 애니메이션 ‘천공의 섬, 라퓨타’에도
영감을 주었어요. 당대 종교적 개념에서 벗어나 비실재적인 과학과 그 이론을 앞세우는 시대적 상황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사실 라퓨타는 영국이고
발니바비 섬은 아일랜드를 의미하고 즉, 라퓨타가 발니바비 섬을 식민 지배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라퓨타라는 곳은 천공섬으로 계급사회의 특권층만이 머물 수 있습니다. 오직 ‘학문을 위한 학문’을 추구하며 이곳에서 하위계급들을
관리하지요. 상류층 계급은 하류층 계급들과 구분하면서 인간 본성의 존재적 숭고함은 무시한 채 스스로 자신들의 이기적이고 만행적인 사회적 지위를
지키고자 애씁니다. 이런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는 사회를 식민 지배 과정으로 빗대어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방의 계획자는 학술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그의 얼굴과 수염은 옅은
황색이었는데, 양손과 옷이 오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소개하는 자리에서 그는 나를 꼭 껴안았다. 이런 인사는 굳이 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학술원에 처음 왔을 때부터 사람의 똥을 원래의 음식 성분으로 되돌리는 작업에 몰두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담즙으로 인한
색깔을 제거하고, 냄새를 방출하고, 침을 걷어내면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술원의 승인을 받아 매주 사람의 똥을 브리스틀
술통 정도 크기의 용기에 가득 받는다고 했다.
또 다른 어떤 계획자는 얼음을 태워 재로 만들어 그것을 다시 화약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불의 유연성에 관해 자신이 쓴 논문을 보여 주기도 했는데, 출판할 의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무척 독창적인 건축가도 한 사람 만났는데, 그는 집을 지을 때 지붕부터
시작하여 기반까지 내려가는 새로운 방식의 건축술을 고안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벌과 거미라는 두 세심한 곤충이 집을 짓는 방식과 비슷하다며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걸리버 여행기 제 3부 p.220>
제4부
후이늠국(말의 나라) 여행기
제1장 ~ 제12장
마지막 이야기는 앞의 1~3부의 이야기와는 정말 다릅니다. 앞서 이야기들은 인간 대 인간의 존재로서 문명사회의 제도와 관습,
정치사회의 모순적인 상황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면 4부는 말의 나라인 ‘후이늠’으로 가서 인간 대 고귀한 이성을 가진 말들의 관계로 이어집니다.
스위프트의 신랄한 풍자와 해학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인간의 이성과 야후의 존재에 대해 깊은 대화를 이어갑니다. 그곳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후이늠'이 이성과 고결함의 우월성을 갖춘 이상적 지배자이고, 인간의 형상을 한 괴물 '야후'는 야만인의 모습을 한 더럽고 혐오스럽고 무지하며
악의 근원과도 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어요.
걸리버 선장은 후이늠국에서 궁극적으로는 인간 존재를 비판하고 특히 영국의 정치 상황을 빗대어 법관, 의사, 정치가 등을 모두
사기꾼으로 매도합니다. 스위프트는 굉장히 날카로운 시선과 강한 해학적 웃음으로 제시합니다.
그러나 걸리버 선장은 짐승만도 못한 괴물 ‘야후’와 인간의 공통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기 부정을 해야만 하는 극심한 혼란에
빠집니다. 특히 걸리버 선장은 ‘똥’, ‘오줌’, 더러운 냄새, 추악하고 고약한 냄새, 혐오스러운 치정 등의 표현으로 여성 혐오를 드러낸다거나
인간의 반도덕적, 반윤리적 행위를 맹렬히 비판할 때 거론합니다. 4부에서 특히 ‘야후’를 일컬을 때 ‘똥’이라는 소재를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걸리버 선장이 인간 존재에 대해 증오와 혐오를 품고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짐작할 수 있지요. 결국 걸리버 선장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고향에
은둔하면서 미친 사람처럼 남은 생애를 보내게 됩니다.
"총리 자리에 오르는 데엔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째는 아내, 딸, 누나나 여동생을
신중하게 이용하는 법을 아는 것입니다. 둘째는 전임자를 배반하거나 음해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궁정의 타락에 대해 대중이 모인 곳에서 맹렬하게
비판하는 것입니다.
총리들은 마음대로 인사권을 휘두르며, 상원이나 국무회의의 사람들을 대다수
매수하여 권력을 지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면책법이라는 수단으로(나는 이 법의 특성을 주인에게 설명했다) 심판에서 벗어나고, 국가에서 약탈한
물건을 가득 안고 공직에서 은퇴합니다.
총리는 보통 타락한 애인이나 총애하는 하인에게 휘둘리는데, 그들은 총리의
모든 총애가 전달되는 은밀한 통로이기에 최종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자 왕국의 지배자로 불려도 무방할 것입니다."
<걸리버 여행기 제 4부 p.313>
"젊은 귀족들은 어릴 때부터 나태하고 사치스럽게 삽니다. 성인이 되면 음탕한
여자들과 어울리며 기력을 소모하고 끔찍한 병에 걸리죠. 재산이 거의 바닥나면 그들은 오로지 돈 때문에 천한 태생의 못생기고 건강하지 못한 여자와
결혼합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아내를 싫어하고 멸시하죠. 그런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보통 연주창에 걸리고 관절이 약하며 몸의 형태도
기형적입니다. 그래서 그런 가문은 3대를 넘어 유지되는 일이 좀처럼 없습니다. 부인이 대를 이을 건강한 아이를 얻고자 이웃이나 하인 중에 건강한
아버지를 찾아내지 않는 한 말입니다. 나약하고 병든 몸, 야윈 얼굴, 누렇게 뜬 안색이야말로 진정한 귀족 혈통이라는 표시입니다. 건강하고 원기
왕성한 외양은 귀족에겐 무척 수치스러운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보고 진짜 아버지는 마부라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걸리버 여행기 제 4부 p.314>
"여기서 솔직히 고백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 타락한 인간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저 훌륭한 네발 동물의 많은 미덕으로 인해 나는 진정한 지혜에 눈을 떴고 이해력도 넓히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무척 다른 관점으로 인간의
행동과 감정을 보기 시작했고, 동족의 명예는 신경 쓸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게다가 판단력이 예리한 주인 앞에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매일 내 결점을 지적하며 수긍하도록 했는데, 전에는 단 한번도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결점은 우리 인간들 사이에선 결점
축에도 들지 않는 것이라서 나는 정말로 놀랐다."
<걸리버 여행기 제 4부 p.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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