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짚잠자리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권정생 지음, 최석운 그림, 엄혜숙 해설 / 길벗어린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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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잠자리

#권정생님 글

#최석운님 그림

#엄혜숙님 해설

#작품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그러니까 말이지,

이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그리고 아주 무서운 것도 있는 거야.

그러니까 기쁘고, 즐겁고,

또 무섭고 슬프기도 하단다.”

권정생 작가님의 그림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에 뛸 듯이 좋았어요.

누구나 가슴에 품는 좋아하는 작가나 그림책이 있겠지요?

제게는 권정생 작가님이 그렇습니다.

권정생 작가님만이 그려낼 수 있는 세계가 있고,

캐릭터들이 있고,

듣고싶고 알고싶은 순우리말들이 숨 쉬며 자라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번 밀짚잠자리는 작가님의 작품해설과 작가후기,

그리고 작가연보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그간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나의 어린 시절도 함께 회상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밀짚잠자리는 꼬랑대기(고리의 함경도 방언)

밀짚처럼 노랗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인 듯 합니다.

갓 태어나 이제 처음 세상구경 나온 밀짚잠자리의 유리알 두 눈은

세상을 다 넣어도 될 만큼 커다랗고 반짝반빡 빛이 납니다.

물속에서만 살던 애벌레이더니 어느새 자라 끙끙,

껍질 벗고 날아올라 푸른 하늘 둥둥 떠가는 흰구름을 담습니다.

꼬부질랑 오그라졌던 꼬랑대기를 쭉 펴고 기지개를 켰습니다.

똥구멍에서 방귀가 나왔습니다.

엄마 엄마, 쟤가 방귀 뀌었어.”

버드나무 위쪽 가지에

마침 아기 무종다리(종달새)가 엄마 무종다리하고

까불랑거리며 놀고 있었습니다.

괜찮아. 너도 태어나서 금방 방귀 뀌었단다.”

엄마 무종다리 말에 아기 밀짚잠자리는

코가 간질간질하도록 부끄러웠습니다.

몸을 꿈틀꿈틀 떨다가 우쭐 공중으로 날았습니다.

발가벗고 물속에 풍덩 들어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밀짚잠자리는 볼볼볼 이리저리 날아다니다

잔디밭에서 바랭이 잎사귀를 갉아먹는 아기 방아깨비를 만나요.

그리고,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번에는 어느 고추밭 울바자(섶가지, 대나무 등으로 만든 울타리)에 털썩

내려앉아 무당벌레와도 하나님 나라 이야기를 나눕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 높이 있다고 말하더니 쳐다만 봅니다.

밀짚잠자리는 갓 허물을 벗고 세상 힘껏 날아올랐는데

신기한 만물 투성이 사이로 구경만 실컷해도 모자랄 지경에

본능적으로 죽음을 생각합니다.

삶이라고 말하기에 너무 짧고 고단한 생명을 갖고 사는

벌레들이며 곤충들이며 식물들이며 그리고 동물들.

순간 이 작고 여린 밀짚잠자리의 인생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어요.

좀 더 먼 곳까지 날아가 시골집 담장 안마당에 있는

황소, 강아지, , 토끼, 고양이도 만납니다.

참 재미있다.”

밀짚잠자리는 커다란 눈으로 자꾸자꾸 돌아다보았습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만치 재미있을까?”

또 훌쩍 날아올라

골목길에서 아장아장 걷는 아기, 그리고 조금 큰 아이를 만납니다.

탈탈탈탈 시끄러운 경운기 소리에 밀짚잠자리는 무서움도 배웁니다.

길섶 민들레 잎사귀 위에서 개미들을 봅니다.

그거 맛있는 거니?”

밀짚잠자리는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

왜 먹고 싶니?”

너도 일해서 먹어야지. 부지런히 일하면 이런 것 얻을 수 있어.”

개미는 친절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밀짚잠자리는 고개를 끄덕했습니다.

 

꽁지를 치켜들었다가 놓으면서 또 날았습니다.

배도 고프고, 힘도 들고, 깜박 졸기도 하는 새에,

눈을 뜨니 해님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루살이들이 머리 위에서 많이 날고 있었습니다.

밀짚잠자리는 그 하루살이가 먹고 싶어졌습니다.

팔랑 날아 올라가 한 마리 잡아 냠냠 먹었습니다.

또 한 마리 잡아먹고

또 한 마리 잡아먹고 배가 불룩하도록 먹었습니다.

하루살이들이 달아나고 있었습니다.

아이구 무서워라!”

아이구 무서워라!”

도깨비가 나와서 우릴 잡아먹는다!”

밀짚잠자리는 배 속에서 하루살이들이 앵앵 울고 있는 것만 같아 깜짝 놀랍니다.

나를 도깨비라고 했지.”

왜 내가 하루살이를 잡아먹었을까?”

고뇌와 번민에 찬 밀짚잠자리가 가슴을 찡하게 울리네요.

달님을 만나 하소연을 합니다.

내가 하루살이를 잡아먹었어요.”

어쩜, 그랬었니?”

배가 빵그랗도록 먹었어요.”

“..….”

배가 고파서 자꾸자꾸 잡아먹은 거예요.”

달님은 밀짚잠자리에게 세상은 아주 예쁜 것도 있고, 미운 것도 있고

무서운 것도 있다고 말해 줍니다.

그래서 살다 보면 기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무섭고 슬픈 때가 있다는 것을요.

굽이쳐 흐르는 소용돌이처럼 삶이 순탄하지만은 않다고

 

말해줘야 할 때가 있습니다.

모든 생명은 생명에게 빚을 지고 기대어 살다가 다음 생명들에게

다시 그 자리를 내어주고 물러나는 것입니다.

고마워할 줄 알고, 미안해 할 줄 알고, 위로할 줄 알고,

 

감사할 줄 알고, 사랑할 줄 아는……

우리는 그렇게 자연의 이치와 순리 속에서 우리의 삶을 베풀며

살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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