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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황교익 지음 / 지식너머 / 2019년 8월
평점 :
음식은 어떻게 신화가 되는가
평소 미디어를 통해 저자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의 견해를 아주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있어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방면으로 사고를 확장시키며 찾아가며 보는 즐거움을 더하게 되었다.
우선 제목이 주는 첫 마주함은 <음식과 신화의 위치선정하고
넘어가자>이었다. 음식이 인간을 뛰어 넘는 신화의 범주에
들어가려면 그것이 인간을 음미하게 만들고 우러러 아름다움을 지키고 우리가 절대시할 수 밖에 없는 권능과 지배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기준을
삼아봤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신화의 반열에 오를 만큼 음식이 자신의 영역을 인간 세상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상상해 보는 맛을 느끼게 해 준다.
목차를 보면 1부 “갑과
을의 밥상”, 2부 “한식 세계화 네버다이”, 3부 “웅녀는 마늘을 먹지 않았다”, 4부 “맛 칼럼니스트는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다”로 나뉘어 있다.
우선, 음식이 인간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될 만큼 시대 흐름의
반열에 올라 정치대세와 경제성장을 위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변증해 왔는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음식에 대한 오감의 희열도 열어둬야 하고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도 갖추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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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갑과 을의 밥상 편에서는
우리가 흔히 일상 생활에서 즐겨먹는
데일리 푸드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떡볶이의 명칭, 떡볶이의
계통도, 떡볶이 세계화를 추진했던 프로젝트의 뒷이야기는 아주 흥미롭다.
치킨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흥미롭게 읽었다. 맛의 특색을 가려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치킨이 비슷하다면 원형의 맛도 변형의 맛도 없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튀김 옷을 벗겨내거나
양념을 걷어내면 어느 프랜차이즈의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나의 사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푸드포르노”의 대세, “유기농”의
정체를 알게 되는 부분도 공감이 가는 내용이었다. 특히 “삼겹살”, 그리고 우리나라 쌀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돕는 “갑과 을의 밥상” 부분도 음식이 주는 시각이 나에겐 새롭게 읽히는 대한민국의 또 다른 방향이었다. 저자 황교익 칼럼니스트가 들려주는 우리나라의 토질, 기후, 지질학적 영향, 대륙간의 이동경로,
농업국가의 현시점 등을 통해 나는 새로운 견해를 가지게 되었다. 음식은 음식일 뿐이었는데
일종의 어떤 제물과도 같이 보여지니 역사 속에서 수많은 협상 테이블을 가지고 있는 공작요원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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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한식 세계화 네버다이 편은 속 시원한 한방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슬로푸드”를
너무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일목요연하게 풀어주니 왜 진작 나는 이렇게 정리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앞으로는 황교익 저자님의 말을 인용해서 이렇게 말하면 되겠지. “비빔밥”의 통일된 맛, 평양 냉면, “남도음식의
탄생”이야기는 매우 유익하다. 특히 “김치의 세계화” 부분에서는 화도 많이 치밀었다. 처음 알게 된 배경지식도 있었고, 특히 너무 가볍게 알고 있는 남의
지식이 나의 것인 것처럼 굳어져 안일하게 치부했던 일들이 대부분인 것 같아서 스스로에게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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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 웅녀는 마늘을 먹지 안았다 편은
문학적 상상력을 총동원해야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의 섹션 중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혔다. 한번도 상상해 보지 못했던 한민족 최초의 “곡물음식”을 생각해 봤고, 오천년을 먹은 “판타지”와 “콩”을 들고 나간
전쟁통, “사찰음식”, “떡”의 공동체 시대, “왕족음식”과
“향토음식”의 역사 조작 스토리텔링, 특히 “차례”와 “제사”상의 예법은 전부 새로운 이야기이면서 낯선 시대로의 여행이었다. 종교적, 사상적 관념이 음식에 대한 배경을 자극하는 상상을 더하여
주고 저자의 설득력 강한 목소리가 우리 민족의 음식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절대신화에 반하여 몰입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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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 맛 칼럼니스트는 정치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편에서는
도기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밥그릇”의 아름다움, 정치인의 서민 “코스프레”의 상징인 “칼국수”, 소금을
빼놓을 수 없다 했더니 일제가 두었던 “천일염전” 이야기, 더불어 천일염 “미네랄 마케팅” 부분에
이르면 우리는 먹고 사는 문제인 음식이 단순하나 단순하지 않게 본다. 시대마다 계층마다 유용한 도구로
변모하여 시대의 맛깔스런 의식을 어떻게 이끌어왔는지에 관하여 인문학 개론처럼 쉽게 읽혀진다. 이 책에
쓰여진 칼럼들 중 어떤 편들은 좀 더 깊은 고찰이 필요하거나, 고증이 필요한 부분도 있고, 좀 더 활발하게 연구되고 공론화되어 모두에게 문제 의식으로 자리잡아야 할 부분도 있다.
음식을 매개로 우리 나라 맛에 대한 정직한 고민이 필요하고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음식이 그 나라의 대표성을 가지고 우뚝 서서 어떻게 신화가 되어가는지 살펴봤으니 신화가 된 이야기들을 하나씩
다시 펼쳐보고 미래로 뻗어 계속 전승될 수 있도록 진짜 음식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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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저자 황교익 칼럼니스트의 생각에 동조한다.
오래간만에 깊게 읽어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