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들소 미래그림책 148
가야 비스니에프스키 지음, 밀루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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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그림책 148

나의 들소

가야 비스니에프스키 글, 그림 | 밀루 옮김

나의 들소”    

   

책의 표지를 보자마자 나는 이미 나의 들소에게 매료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방학 때마다 놀러갔었던 외갓집 앞마당 한켠의 외양간에는 우리 누렁이가 살았는데요, 누렁이 어린 시절 코뚜레를 뚫어주던 날, 나를 펑펑 울게 만들었던 누렁이의 거푸거푸 소리가 나의 들소 표지와 함께 갑자기 생생하게 살아났습니다. 방학 때가 되면 매번 놀러가서 누렁이를 지켜보던 시간이 학창시절이 되면서 뜸해져버렸고, 나중엔 우리 누렁이가 팔려갔다는 소리에 또 한 번 헛헛하고 미안해서 몰래 숨어들어간 골방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네 살짜리 꼬마 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또 왔다고 봐 보라는 소리에 들소 한 마리를 눈에 들여 놓습니다. 이 녀석은 엄마도 이미 알고 있는 정겨운 친구인가 봅니다. 소녀는 그 이후로 소녀의 들소를 매일매일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소녀만의 들소로 길들였지요. 그 시간은 고요하고 더디지만 아주 진지합니다. 진득하게 지나간 시간이 말해주나요, 소녀는 들소의 특별한 아이가 되어 속삭임을 듣습니다.

 그리고 또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요...

들소는 시간의 길고 긴 길을 따라 소녀와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하고 여정을 떠납니다.

소녀는 얼마나 외롭고 헛헛할까요... 새로운 봄이 와도 소녀에게는 휑하게 텅 빈 공터일 뿐입니다. 소녀의 들소는 약속한 겨울 길을 따라 돌아와 소녀와 마주합니다. 둘은 아주 소중한 시간들을 함께 합니다. 그 시간들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전부가 되어 긴 시간들을 만남과 이별로 채웁니다. 기다림이란 긴 시간여행은 소녀와 들소를 얼마나 꿋꿋하게 다져주고 성장하게 하는지요. 그렇게 서로는 인생을 섞어가며 살아갑니다.

  

   

  

가장 소중한 엄마의 대한 추억도 소녀와 들소는 공감합니다. 들어줍니다. 그리고 서로가 기억합니다. 하지만 기억은 한 순간 무섭게도 돌아옵니다. 어느 추운 겨울 아침, 돌아와야 할 소녀의 들소는 오지 않습니다. 어쩐 일일까요...밤은 소녀를 무겁게 만들었지만 무수한 별똥별이 소녀의 눈물을 따라 기억을 정화시킵니다.

가만히 흐르는 고요한 시간, 소녀의 들소는 들소가 아닌 모습으로 소녀의 가슴 속에 스며옵니다. 꽃이 되어, 바람이 되어, 소녀가 머무는 숲 속에 소리가 되어, 그 무엇이 되어 소녀를 항상 채워줍니다.

   

   

서로에게 헌신하며 사랑을 하는 들소와 소녀의 모습은 제게 퍽이나 인상 깊었습니다. 헤어짐의 고통과 깊은 슬픔의 무게도 고스란히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나간 시간들을 되새기며 저 또한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기억을 아픔 없이 아름다움으로 생각나게 도와준 나의들소에게 감사함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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