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란 말 따위 - 딸을 빼앗긴 엄마의 마약 카르텔 추적기
아잠 아흐메드 지음, 정해영 옮김 / 동아시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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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제목에 쓰인 ’두려움‘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멕시코의 범죄 조직 세타스는 사람들의 두려움을 역이용하여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성공 비결로 앞세웠다. 그런 세타스의 광기 속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두려움을 다스려야 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몰랐던 젊은이들의 객기는 목숨으로 대가를 치르게 되었고, 딸을 잃은 어머니는 두려움과 절망만으로는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 없음을 깨닫고 이 뿌리를 뒤흔들겠단 결심을 한다.

하지만 밀수를 통해 성장한 멕시코 카르텔들은 군인 출신들을 꾀어 범죄에 동원하고 폭력을 권력 유지 수단으로 삼는다. 부패한 정부와 범죄 조직의 만연한 유착 관계 사이에서 평범한 사람들은 언제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처해 있었다. 바로 옆집에서 총소리가 나도 모르는 척, 우리 집 문과 창을 닫고 숨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린 멕시코의 ‘산 페르난도’. 납치범들의 몸값 요구가 얼마나 만연했는지, 은행들은 납치 피해자 가족을 위한 대출 상품까지 출시한다.

한 사람을 쫓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뻔한 표현이긴 하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다. 딸을 납치했다는 협박을 받은 미리암은 딸의 몸값을 여러 번 내고도 딸을 돌려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녀는 딸이 여전히 살아 있을 것이란 희망을 놓지 못한다. 그녀의 마음이 곳곳에 서술될 때마다 몇 번이나 한숨을 내쉬었는지 모른다. 내가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의 마음에는 착잡하지만 결국 이 모든 혼란을 초래한 무능한 정부에겐 엄청난 분노가 타올랐다.

책의 제목처럼 과연 두려움이란 말뿐인 걸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이 지역에선 사람들의 두려움이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은 이 일이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섰다는 것을 시사한다. 두려움은 끝나지 않았다. 이 사실이 나를 분노하게 한다. 과연 이 두려움에 끝이 있기나 한 걸까.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절망 속에서도 이 절망에만 초점을 맞추어선 안 됨을 느낀다.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벌인 세타스를 추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미리암의 이야기에서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그녀의 용기, 결국 그녀를 주축으로 하나로 모였던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두려움은 정말 한 단어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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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투더퓨처, 역사의 시계를 돌리다 - 뉴스로 읽는 세계사
김상운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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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리가 분단국이란 것을 잊을 때가 있다. 이차대전, 남북전쟁을 지나 벌써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익숙해진 일상 속 여러 정치 문제들이 마치 나와 관련 없는 일인 양 느껴질 때도 있다.

이 책 『빽투더퓨처, 역사의 시계를 돌리다』는 미중갈등, 남북한 관계의 핵심 이슈, 한미관계를 주로 다루며 서로 얼키고 설킨 각국의 이해관계를 설명해 준다. 벌써 분단 80년이 지났으니 대충만 알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사건들이지만 저자는 사건 당시로 시계를 돌려 우리를 그 시대 속으로 데려가 준다. 사건이 일어난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 주니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기분은 덤이다.

결국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왜 우리가 지나간 역사 속으로 시계를 돌려야 할까.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 흐름을 타고 우리는 현재에 도달했으며, 이 흐름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책을 읽고 나니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은 수많은 선택의 결과로 만들어졌음을 느낀다.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는 것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보싸움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권력이 바뀔 때마다 국정원을 개편하며 발생한 여러 혼란들의 사례들을 읽고는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재미있는 건 일견 우연인 것처럼 비치는 사건들이 싫은 인과관계로 엮인 ‘필연’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입니다. 역사 기술이란 우연으로 보이는 개별 사건들을 하나로 꿰어 인과관계를 파악해 보려는 시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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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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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마냥 순수하게 지냈을 것 같은 위대한 작가 헤세. 하지만 그도 역시 인간이었다. ‘인간’으로서의 헤세가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고통, 두려움, 우울, 갈등, 고민과 번뇌를 엿볼 수 있는 책, 『삶을 견디는 기쁨』.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어두운 면을 헤세는 어떻게 대했을까. 그것을 딛고 어떻게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헤세는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과제라고 말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현해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헤세답게 그가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이 이 책 속 아름다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그 시간에 동화되어 가는 나를 발견한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내가 지나온 시간도 헤세의 문장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불면과 자고자 하는 강박에 시달리던 날들이 생각났다. 헤세는 불면의 밤조차도 어떤 것의 방해 없이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돌아보니 그 많은 밤들로 내가 이루어졌구나, 헤세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는 사람이구나, 느낀다.

내가 겪는 하루하루, 사소한 행복과 불행이 합쳐진 하루들을 꿰어 내 인생은 만들어진다. 불행은 행복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늘이 흐린 날도 있는 것처럼 내 인생도 매번 밝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을 언어로 표현해 주는 헤세 같은 작가와 책과 문장이 있고 그것을 읽을 내 의지만 있다면 흐린 하늘은 점점 개어 찬란한 햇살을 보여 줄 것이라 믿는다. 그 햇살은 고통 속에서 떠올랐기에 더 빛날 것이다. 그 속에서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인간의 능력임을 깨닫는다. 책의 제목대로 ’삶을 견디는 기쁨‘이 차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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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델피아
곽건호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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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사는 미국으로 여행을 떠난 재순. 블로그에 올리면 관심을 받을만한 소재를 찾던 중 사촌의 아내는 한 여성을 소개해 준다. 10년 전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범인의 어머니였다. 이 사건에 관심이 생긴 재순은 점점 사건에 빠져들어 범인의 동기에 궁금증을 갖고 사건을 재구성하게 된다. 과연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평소에도 『케빈에 대하여』,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같은 사건들을 다룬 작품들에 관심이 있었다. 자식이 충격적인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같은 것이 궁금했었는데 이 책도 비슷한 류의 책이지만 소설의 형식으로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선택했다. 사실 읽다 보면 문체나 개연성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던 점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재순이 이 사건에 파고든 계기이다. 보통 소설이라면 과거 어떤 사건을 겪어 PTSD가 있다거나 총기를 좋아했다거나 무언가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 텐데, 재순이 이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성공하기 위해서라는 점이다. 취업도 잘 안되고 남들과 다른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이 아닐까, 생각하며 납득이 되었던 부분이다.

다음은 대비감이다. 초반 책 내용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재순의 일상, 평범한 여행기가 주를 이룬다. 책이 얇은 편인데 언제 사건을 다루고, 언제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거지? 의문을 가지던 찰나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오히려 그래서 평범한 일상과 남겨진 사람들의 발악이 더 대비되어 느껴졌던 것 같다. 여행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식사도 하며 여유롭게 지내는 재순과 그 사촌들의 일상과는 달리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 특히 에필로그에서는 충격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책을 다 읽고 나면 책 뒤표지의 ‘덮어야 할 진실, 차라리 밝혀지지 않는 편이 나은 진실도 있는가’라는 문구가 너무나도 이해될 것이다.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예상한 내용은 총기 사건 후 범인의 가족들, 피해자들 같은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 슬픔 같은 것이었으나 이 책은 내가 예상했던 대로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읽는 내내 뭐야? 뭐야? 하며 읽었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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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만 년을 사랑하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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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년을 사랑하다’라는 보석을 찾아달란 의뢰를 받은 탐정 란페이. 보석을 찾기 위해 백화점 재벌 ‘우메다 소고’의 미수 축하연이 열리는 외딴섬에 도착한다. 그를 맞이해주는 화목한 우메다가와 즐거운 생일 파티. 그러나 생일 파티의 주인공은 다음날 사라진다.(두둥)

이어서 소고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유언장과 곳곳의 힌트들이 발견된다. 이 사람은 사람들을 가지고 노는 것일까, 아니면 간절한 마음으로 자신의 기억에 초대하려는 것일까. 화목해 보이는 이 가족에게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외딴곳에 갇힌 사람들,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떤 사건‘이란 줄거리는 흔한 플롯이지만 역시 아는 맛이 주는 재미가 있다. 어쨌든 우리는 이 한정된 공간과 사람 안에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결말을 향해 나아가야 하지 않은가. 그 사이에서 작가의 역량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단순히 사라진 보석과 재벌, 남겨진 유언장에 얽힌 미스터리 소설로 읽히던 초반부의 내용에서 서사는 점점 깊어지며 전쟁과 전후세대의 상처까지 파고든다. 악한 개인이 없는 것도, 막장 소설이 아닌 것도, 사회의 비극을 다루는 내용이란 점까지도 내 취향 저격이었다.

중간에 ‘이길 줄로만 알았던 전쟁은 끝났지’라는 대사에는 잠시 ‘롸? 이길 줄로 알아? 그럼 우리나라는?‘ 멈칫하긴 했으나 민족감정은 잠시 차치하고... 전쟁으로 인해 평범한 사람들에게 닥친 비극, 특히 그 비극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 어린아이들에 초점을 맞춰 읽다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결국 그 전쟁의 비극이 만들어 낸 이 이야기에 몰입하여 끝까지 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또르륵(원래 잘 울긴 함..^^) 우메다 옹을 생각하며 아련해지는 이 마음•••

이 이야기는 단순히 문제 해결! 하며 끝나지 않는다. 전쟁이 끝나고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지금은 그때와 달라진 게 있냐는 질문을 던진다. 술술 읽히는 문체와 끝까지 허점을 짚으며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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