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견디는 기쁨 -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헤르만 헤세 지음, 유혜자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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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마냥 순수하게 지냈을 것 같은 위대한 작가 헤세. 하지만 그도 역시 인간이었다. ‘인간’으로서의 헤세가 갖고 있는 삶에 대한 고통, 두려움, 우울, 갈등, 고민과 번뇌를 엿볼 수 있는 책, 『삶을 견디는 기쁨』.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어두운 면을 헤세는 어떻게 대했을까. 그것을 딛고 어떻게 위대한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헤세는 시대와 개인의 아픔을 표현하는 것이 작가로서의 과제라고 말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표현해 보아야 한다고 말하는 헤세답게 그가 지나온 수많은 시간들이 이 책 속 아름다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한 문장, 한 문장 곱씹으며 그 시간에 동화되어 가는 나를 발견한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내가 지나온 시간도 헤세의 문장 속에서 다시 태어나고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불면과 자고자 하는 강박에 시달리던 날들이 생각났다. 헤세는 불면의 밤조차도 어떤 것의 방해 없이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돌아보니 그 많은 밤들로 내가 이루어졌구나, 헤세는 사소한 것에서도 의미를 찾는 사람이구나, 느낀다.

내가 겪는 하루하루, 사소한 행복과 불행이 합쳐진 하루들을 꿰어 내 인생은 만들어진다. 불행은 행복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하늘이 흐린 날도 있는 것처럼 내 인생도 매번 밝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아픔을 언어로 표현해 주는 헤세 같은 작가와 책과 문장이 있고 그것을 읽을 내 의지만 있다면 흐린 하늘은 점점 개어 찬란한 햇살을 보여 줄 것이라 믿는다. 그 햇살은 고통 속에서 떠올랐기에 더 빛날 것이다. 그 속에서 의미와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인간의 능력임을 깨닫는다. 책의 제목대로 ’삶을 견디는 기쁨‘이 차오른다.

이 리뷰는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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