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 이야기
헤르만 헤세 지음, 두행숙 옮김 / 문예춘추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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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가정에서 ’밝은 세계‘만 알고 살던 싱클레어가 사춘기를 겪으며 ’어두운 세계‘를 알게 되고 그 양면성의 경계에서 방황하고 혼란을 느끼던 찰나 다가온 데미안. 데미안을 통해 그는 세계가 이분법적으로 나뉜 것이 아니라 여러 모습으로 변화하는 존재란 것을 알게 된다. 동시에 싱클레어는 내면의 세계로 몰입하기 시작한다.

삼 년 전에 한창 우울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분을 잊기 위해 무작정 읽어 내려간 게 데미안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때의 기억으로 막연히 데미안은 내게 ’위로‘였다. 여러 감정들에 휘둘릴 때 내 내면으로 파고 들어가 그 감정을 온전히 바라보고 맞서라는 위로이자 조언. 원래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그 때 이후로 책을 더 열심히 읽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헤세단 활동으로 삼 년만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예전에 읽었던 내용들은 이미 기억에서 휘발되어 전체적인 분위기 말고는 남아 있는 게 없어서 거의 처음 읽는 느낌으로 시작했다. 사실 책에서 싱클레어가 하는 경험들을 내가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 독일은 주입식 교육에 순종을 요구하는 학교, 인간보다 신을 더 중시하는 기독교적인 사회 분위기, 1차 대전에서의 패배로 인한 혼란 속이었기에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는 해석에 머리를 탁, 치며 생각했다 “아, 해석 먼저 읽을걸…”

하지만 내가 명백히 이해한 것은 이 책이 정체성과 내면의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정임과 동시에 사람을 끌어당기는 강렬한 흡입력을 지닌 소설이란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세상에게 느꼈던 여러 혼란들과 강렬한 기억들을 되살리는 마력을 지녔기도 한다. 언제 읽어도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헤세의 문장들을 읽으며 내 인생에서 이 책을 여러 번 만나리란 예감이 들었다.

이 리뷰는 <헤세단 2기> 활동을 통해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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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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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자취한 지 벌써 7-8년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내가 서울에서 산다고 말하기가 어색하다. 서울을 좀 이해해보려 읽어본 이 책은 화려해보이는 도시의 모습 속 감추어진 어두운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네 명의 작가가 바라본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담긴 앤솔러지. 내가 몰랐던, 또는 알고 있었으나 생각하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을 읽으며 흥미로웠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역시, 서울은 알 수 없는 도시•••’

⊹사라진 소년_정명섭
실미도 부대 생존자들이 총살 당했던 곳을 찾아 개웅산에 올라갔던 네 명의 소년 중 한 명이 돌아오지 못한 채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동네에 남아있던 그 중 한 명에게 배달된 편지. “나 좀 데리러 와 줘.”
⇀ 내용이 예상되긴 했지만 역시 사람이 무섭고 돈이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각박해진 서울의 모습이 느껴지는 소설.

⊹선량은 왜?_최하나
죽일만해서 죽였다고 말하는 선량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소설. 고즈넉한 동네로 이사와서 여유로운 생활을 하던 그녀는 왜 살인자가 되었을까.
⇀ 동네 재개발 문제 속 개념 없고 이기적인 사람들 천지삐까리 ㅠㅠ 선량의 감정과 서사가 천천히 빌드업 되면서 ‘나같아도 죽였다’란 생각이 드는 순간 섬찟했다.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_김아직
연극 초연을 앞둔 새벽, 주인공 샹지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심장마비로 사건을 종결하려 하던 찰나, 뭔가 수상쩍다. 공원의 노숙자와 가출 청소년, 경찰의 합동수사(?)
⇀ 제일 추리소설 같아 재밌었던 파트! 뭔가 이 인물들이 같이 나온 다른 소설이 있는 것 같은데 모르고 봐도 전혀 문제는 없다.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_콜린마샬
서울에 산 지 어언 십년이 지난 미국인. 어느 날 호프집에서 만난 ‘지혜’라는 여자와 친밀해지려던 찰나 그녀가 잠수를 타버린다. 지혜를 찾기 위해 신촌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녀를 ‘안다’고 말하는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나눈다.
⇀ 지혜를 찾으러 다니는 동기가 좀 납득이 안되긴 했으나...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서울의 모습과 그 변천사를 보는 것이 꽤 흥미로웠다.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서울을 알게 된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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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 감성 디어 제인 오스틴 에디션
제인 오스틴 지음, 김선형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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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고 매력적인 여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시대를 초월한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라면 말이 다르죠? 이성파 T의 면모를 가진 언니 엘리너와 극극극F인 낭만에 살고 낭만에 죽는 메리앤. 사랑에 빠질 때, 사랑에 상처받을 때 두 자매의 서로 다른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 + 이성과 접촉할 기회가 적었던 시대에 젊은 처녀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주위 사람들의 오지랖을 읽다 보면 잉? 벌써 다 읽었네?

제인 오스틴의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유머인 듯, 풍자인 듯한 유쾌한 서술은 웃음을 참기 힘들면서도 씁쓸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사랑 이야기 속 당대의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날카롭게 드러내는 제인 오스틴의 방식은 읽는 내내 왜 이 책이 아직까지 사랑받을 수 있는지를 느끼게 한다.

특히나 이번 엘리에서 번역되어 나온 〚이성과 감성〛은 마치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의 내레이션이 떠오르는 듯 현대적인 번역이 매우 인상 깊었다. 거기에 더해 내가 잘 모르는 당시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를 잘 설명해주는 친절한 주석에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건 덤이다.

이 모든 게 합쳐져 읽는 내내 인물들의 대화와 성격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졌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마다 볼 수 있는 주변 인물들의 헛소리 파티를 읽고 있자면 마치 내 옆에서 말하는 듯 입체감이 느껴져 웃참 챌린지 스타트. 누가 누구랑 연결될 지, 마치 내가 엘리너와 메리앤이 된 것처럼 사랑의 짝대기를 그으며 결말까지 달리다보면 시간 순삭 ㅠㅠ 이러니 제인 오스틴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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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과감성
#제인오스틴
#김선형옮김
#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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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토호 - 모두가 사라진다
니이나 사토시 지음, 김진아 옮김 / 북로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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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히는 동생 아오바, 동네 친구 아키토와 함께 숙제를 하기 위해 집 근처 산으로 간다. 숲 속의 낡은 건물을 발견한 아이들은 호기심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고, 방 중앙의 반투명한 천을 본다. 그 순간 천 건너편에 있던 동생 아오바가 녹듯이 사라진다. 그 후로 문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된 나쓰히. 주변 인물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지는 일들을 경험하던 나쓰히는 우연히 <아사토호>라는 고전 문학의 존재를 알아낸다. 그리고 그 문학의 기묘한 역사도 함께.

책을 덮고 나지막한 감탄사만 ”와•••“
미스터리지만 동시에 우리가 이야기를 어떻게 인식하고 다루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읽는 내내 이야기의 결말이 어디로 뻗어갈지,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그렇다고 생각하는) 현실은 과연 내가 느끼는 그대로 존재하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한다. 원래 그런 이야기란 표현이 이렇게 소름 끼치게 다가온 적은 처음이었다;; 마지막엔 약간 기생수 같은 느낌도 살짝...?

❝타인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하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공감과 동정은 있어도 모든 것을 다 알 수도 없고, 그렇게 허락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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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진화 - 그들은 어떻게 시대를 앞서갔는가
미하엘 슈미트잘로몬 지음, 이덕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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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학자 리브 팀스가 2016년 발표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40’ 목록이 발표되자 격렬한 논쟁이 일었다. 괴테, 아인슈타인, 다빈치가 각각 1,2,3위를 차지했지만 여성은 마리 퀴리가 유일했고, 너무 미국중심적이었으며 그 기준이 너무 미심쩍었기 때문이다.

“천재란 인정받는 존재에 불과하다”
‘천재’란 사실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다. 사회적 인식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흔히 천재라 불리는 사람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특별히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우연‘ 때문이다.

다윈, 아인슈타인, 퀴리, 베게너, 칼 세이건, 에피쿠로스, 니체, 칼 마르크스, 킬 포퍼, 줄리언 헉슬리••• 우리가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사상가들이다.

이 책의 인물들은 어떤 업적 덕분에 이 책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지만 그들은 그게 오로지 자기 덕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인생은 유한하고 혼자서 그 많은 일을 이루기엔 짧기 때문이다. 그들 역시 다른 이들의 업적 위에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나갔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이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다. 현대 세계관의 기초를 세워주는 책이자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 속 주관을 찾고 나에게 필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생각의 토대를 만든 이 위대한 사상가들은 어떻게 그 사상을 개척해 나갔는지, 서로 주고 받은 영향을 살펴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하는 책! 그리고 그 사상 위에 우리는 또 어떤 통찰을 쌓아 나가 우리만의 길을 개척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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