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리는 것들은 다 귀여워 - 웅크림의 시간을 건너며 알게 된 행복의 비밀
이덕화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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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표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주는 그림들. 그리고 무해한 글. 앉은 자리에서 곧바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하지만 책장에 깊숙하게 박아두고 다시는 펼쳐 보지 않을 그런 책이 아니라, 가까이에 살며시 내려두고 가끔 아무 페이지나 펼쳐보고 싶은 책. 


[웅크렸다 다시 발산하는 것들은 쉽게 움츠러들지 않는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웅크림의 시간을 가진다] 라는 문장을 읽고, 한참을 또 읽고 또 읽고 넘어가다가. 다른 쪽을 읽다가도 다시 돌아와서 또 읽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긴 움츠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해서 일까.

나의 이 힘든 시간도, 움츠러든 나의 모습도, 사실은 다시 발산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작은 용기..? 작은 시작? .. 자기 위안..? 

요즘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끌어내어 다시금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매일같이 병원을 다니며 나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는 나를 살며시 안아주는 것 같은 문장이랄까.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 더. 


[요즘 집 정리를 하면서 느끼는 점은 내게 있어 집 청소는 '과거 내 물욕에 대한 뒤치다꺼리' 같다는 것.]

심난한 마음과 복잡한 정신을 정리하고 싶을 때, 괜시리 집 정리를 하고 또 하는 내가 하는 생각이다. 허한 마음을 건강하게 달래지 못하여 물욕을 폭발시키고, 추후 그걸 또 정리하여 내다버리며.. 나 지금 뭐하는거지.. 하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구나. 내가 살아가는 건 언제까지나 나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인가.. 


요즘 나 자신이 그야말로 움츠러들어 있어서 이 귀엽고 무해한 책을 읽고 쓰는 이 글도 자꾸만 나의 어두운 내면으로 움츠러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금 웅크리고 있을 뿐이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자주 해주며 조금씩 조금씩 .. 다시금 나를 피워낼 준비를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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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를 타는 사람들 노란상상 그림책 120
김숲 지음, 강혜진 그림 / 노란상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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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는 그림책.

그러나 자꾸만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을 떨쳐내기에는 길고 긴 시간이 걸리는 책.


아주 가끔, 특별한 일이 있어 이른 시각에 버스를 탔을 때. 사람이 별로 없겠지, 하던 생각과는 달리 수많은 사람들은 언제나 그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안 보이는 사람. 

안 보이기 위해 숨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 

그러나 진짜로 안 보이면 세상이 멈춰버린 것처럼 그 빈 공간이 크게 느껴질 수 많은 사람. 

일터에서 고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가서야 비로소 자기의 이름을 찾는 사람.

이런 사람들 하나 하나가 모여 우리가 함께 하는 세상을 가꾸어 나가고 있다. 


덤덤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말투로 쓰인 글, 따뜻한 느낌을 주면서도 현실을 그대로 관통하는 그림이 어우러진 멋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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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아이들
이주영.고흥락 지음 / 지식프레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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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술술 읽히도록 아주 매끄럽게 쓰여진 책이다.

그럼에도 나는 책을 여러 번 덮었다 다시 펴기를 반복했다. 


내가 오래도록 힘들어했던, 나의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들이 책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마음이 힘들어져 덮었다가, 다시 궁금해서 열기를 반복할 수 밖에 없었다. 


글쓴이는 초등 교사로서의 경험, 그리고 위센터와 중등의 상담교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읽는 내내 그가 다양한 위치에서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문장들이 매끄럽고 일상 대화 형식으로 쓰인 부분이 많아 읽는 것 자체는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지만, 교사로서 읽든 보호자로서 읽든 마음이 쉽지는 않을 책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며, 각자의 자리에서 수많은 힘든 경험을 하고, 이게 내 탓인가,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가,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인가, 나 때문에 더 나빠지면 어떻게 하지, 등 자책하고 힘들어할 많은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되면서도 실질적으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 지 계획하고 어려운 한 걸음을 떼게 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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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sdomeye 2025-05-08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 손가락인 아이들이 책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어서 힘든 마음에 책을 덮었다 펴기를 반복했다는 글을 읽고 눈물이 흘렀답니다. 이 책이 교사나 보호자에게 위로가 된다는 말씀도 좋네요. 아울러 학생을 묵묵히 바라보는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도 전해집니다. 늘 지금처럼 스스로에게 하는 편안한 다독임으로 행복하시길요...고맙습니다.

wlswn226 2025-05-09 08:21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wisdomeye님도 언제나 안온한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새로 쓰는 말밑 꾸러미 사전 - 우리말 어원사전 새롭게 살려낸 한국말사전 4
최종규 지음, 숲노래 기획 / 철수와영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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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말밑 꾸러미라는 제목 자체가 무척 예뻐 두근거렸다.

나는 평소 책을 늘 곁에 두고 살며 글 읽기가 생활화되어 있고, 앞으로는 글을 좀 더 많이 쓰는 것이 목표인 사람이다. 그리고 새로운 언어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책을 읽다가 영어나 다양한 유럽어들의 어원을 라틴어에서 찾아 설명해 주거나 고대 언어에서 그 뿌리를 찾아 알려주는 것들을 접하면 왠지 모를 감동까지 느낀다. 그러다가 갑자기 마음이 동해 알지도 못하는 라틴어 문장들의 참맛을 해석해 주는 책도 사서 읽게 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우리말의 어원에 대해서 자세히 탐구해 볼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식하지도 못하다가 이 책을 접하고 나서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물론, 가끔 우리말을 사랑하시는 많은 선생님들의 말맛이 살아있는 책들을 접하기도 하고, 이 말은 이러이러한 말에서 나왔기에 이런 뜻을 가졌다 등등 새롭게 알게 되었을 때 정말 재미있다고 느끼기는 했다. 그러나 늘 쓰는 우리 말, 우리 글이기에 오히려 너무 쉽게 여기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온라인이나 각종 매체에서 넘쳐나는 신조어들, 온갖 외국어들이 무성한 각종 간판과 안내문 등을 보며 큰 피로를 느낀다. 또한, 여러 방송 매체에서조차 너무 심하게 틀린 우리 말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것을 접하면 큰 불편함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이 보고 배울 텐데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말밑 꾸러미를 늘 곁에 두고 조금씩 조금씩 더 자세히, 더 깊이 공부해야겠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좀 더 바르고 예쁜 우리 말들을 많이 쓰고, 평소에도 글과 말을 접할 때 한 번쯤 멈추어 말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 싶어졌다.

‘어렵다‘거나 ‘쉽다‘가 아닌, ‘즐겁다‘나 ‘새롭다‘나 ‘사랑스럽다‘라는 말을 마음에 심으면, 누구나 수월하게 말밑을 깨닫고 말빛을 찾고 말넋을 살릴 만하다고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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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를 망가뜨리는 것들 - 미디어로 만나는 차별과 불평등 이야기
조현수 지음 / 리마인드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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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음악, 소설 등등... 인간의 감정을 넣어 만드는 모든 작품에는 현실의 사회 문제가 녹아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의도를 가지고 일부러 심각하게 조명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며, 자연스러운 일상 속에서 보여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현실의 사회문제를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와 연결해서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를 좀 더 이해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늘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어린이가 상식이 살아 있고 개인의 자유가 민주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꿈꾸는 소시민으로 자라, 지금을 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알아야 할 문제들을 알려준다. 

역시 이러한 문제들은 알면 알수록 무언가 '불편'함을 느끼게 되며, 그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무언가 작은 노력을 시작함으로써 건강한 사회로의 한 걸음을 내딛게 되는 것이 아닐까.

다만, 저자가 다룬 영화나 드라마의 일부는 15세 이상 관람가,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경우가 있어서 청소년들에게 약간 부적합할 수도 있다. 특히, 더 글로리나 오징어 게임의 경우, 그 소재나 구성, 연기력 등 모든 면에서 극찬을 받은 좋은 작품임에는 분명하나, 청소년에게는 너무나 큰 충격일 수 있는 장면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저자는 청소년들에게 사회문제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지만, 청소년 뿐 아니라 특히 교사나 학부모들에게 좋은 책인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회문제에 한참 호기심이 생길 청소년들에게 교사로서, 부모로서 그러한 문제를 이론적으로 딱딱하게 다루며 알려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이 책을 발판 삼아 함께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며 그것이 다루고 있는 사회문제들에 대해 같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어 본다면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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