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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평점 :
제목에 낚였다.
오리인지 닦인지 모를 왠 녀석의 어서순함으로 포장된 표지가
이 책의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그 지랄맞음과 축제를 기대했다.
근데, 그 잠깐의 기대를 뒤로 하고
작가 소개에서부터 아~ 가슴을 쓸어 내렸다.
눈물, 다독임, 시력을 잃어가는, 그래서 눈앞이 어둠으로 가득한....
그 와중에 신나는 일을 찾아 승리하기 위해
어둠 속을 찾아 헤매는 ... 작가 조승리..
.............
사람이 어느 하나의 감각을 송두리째 잃고 나면
다른 나머지 감각들이 훨씬 더 예민해진다고들 하던데...
작가는 어린 나이 점차 어두워지는 시력 대신
더 느리게, 그대신 더 차분하고 섬세한 공감력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호흡하는 놀라운 감각을 얻게 된 것같다.
눈뜨고 사는 사람들이 뻔히 보면서도
헤아리지 못하고 미쳐 생각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
그리고 그것들이 가진 삶의 진실...
작가가 들으면 화내고 욕할 일이지만...
눈을 감고 삶의 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 작가가
한편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 눈이 멀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자식의
부모 마음은 또 어떨 것인가? 말만 꺼내도 눈물이 날테고
내 자식 눈만 뜨인다면 수십년 전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약수를 찾아 헤매일테고
용하다는 절을 찾아 머리에 비수를 꽂는 무모함도 감내하는 것이 당연할 터
그러나 작가와 그 모친은 그 엄중함과 눈물 섞인 공포를 넘어서
그 와중에 익살과 웃음으로 인생 승리를 만끽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수를 들이켠 후 배 아프다는 딸 자식에게
"어쩐지 물이 뿌연 게 영 상태가 안 좋더니!"... "엄마는 괜찮아?"
"나는 안 마셨지!"..."내가 눈 뜨러 갔냐? 네가 눈 뜨러 갔지?"를 남발하는 엄마
물론 그 사이 눈물고 콧물, 미안함과 절규가 오갔겠지만
그들이 절망을 넘어서는... 절망을 안고 사는 방법은 오히려 유쾌해 보였다.
.....
이병률 작가가 말하는 '정확한 삶의 태도'를 가진 작가라는 평가를 그제서야 이해했다.
그녀는 머리로, 앎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 특별한 경험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조건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손과 발로 세상을 마사지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닥쳐올 온갖 불안과 두려움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헛똑똑이인 나보다...
그녀의 확고하고 정확한.. 경지와 숙력된 삶의 태도는
부끄럽고 초라한 나를 응원하는 듯하다.
우리는 그녀를 통해, 세상이 축제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
... 네가 선물한 반짝이는 별무리를. 찬란히 빛나다 사그라지는 빛의 입자를. 나는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보았고, 너는 내 곁에 서서 내가 바라보는 하늘을 함게 바라봐주었다. - P17
‘극복‘이라는 말처럼 오만한 단어가 있을까? ... 잊어야지만 살 수가 있다. 그래서 누구부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 P38
인간의 귀소본능이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림움이라는 것을.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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