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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의 시선 창비청소년문학 12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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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청소년문학상수상작 #율의시선 #김민서장편소설
#창비 #북스타그램 #도서추천 #도서리뷰

**본 서평은 창비에서 지원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요즘 학교에서 마주치는 적나라한 아이들의 세계가..
그들의 서글픈 감수성이 마치 현실처럼 적확하다..

조금만 약점이 보이면 달려들어 무시하고 짓밟고,
조금만 나보다 나아보이면 아부떨고 잘보이려는…
어른들의 냉정한 현실 세계보다
더 살벌하고 치졸한 축소판!

무섭도록 아프다.
주변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
내 위치와 수준을 가늠하고
언제 치고 빠져야하는지를 눈치보며 살아남아야 하는 곳..

그리고 그곳은
자신의 의지나 선택과는 무관한
부모의 생활력, 가난, 결핍에 철저히 지배당하는
그야말로 전쟁터며 생지옥이다..

…….

자신을 구하려다 횡단보도에서 목숨을 던진 아버지..
방관하는 행인들..
주검 앞에서 느낀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의 절망과 슬픔..

율은 그때부터 고개를 들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다.
오로지 상대의 신발과 땅바닥을 쳐다보며
무감각과 무정, 외면으로 자신을 지킨다

…..

학교에서 배운 도덕과 인간성은
비정한 현실과 무관한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아차린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정상과 비정상,
죽음과 겨울, 초록과 두려움에 갇힌 그 때
눈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아마 껴안아 줄거야.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안아 줄거“라는 친구를 만난다.

늘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은 외계인이라는
비정상의 친구 이도해!

….

비밀스럽고 내밀한
영혼을 교류하는 둘만의 진솔함은
마치 쓰레기 더미에서 피어나는 진한 우정처럼
아무도 이해 못할 의미와 가치를 피워낸다..

….

늘 우리 곁에 뻔한 모습으로 존재했던
더 깊고 더 어두운 상처로 가득했던 이도해를 통해
율은 어느새 고개를 들고
검은 하늘 움직이지 않고 길을 밝히는
북극성을 흠모하게 된다…

….

세상을 향했던 왜곡된 시선을 쳐 올리고..
공허와 어둠을 물리치고..
거짓같은 삶을 소설로 풀어내는 율..

누구보다 깊게 패인 성장통을 겪으며
삶과 강함. 상처와 극복..
그 모순 속에서 자라는 인간의 의지를
오묘하고 정갈하게 배워간다.

….

땅으로 쳐박힌 시선을
하늘로 끌어올리기가 이리도 어려운 일일 줄이야..
또 그 고개듦 하나로
앞에 놓인 세상이 이렇게 달라질 줄이야…

삶은, 세상은 또 그렇게 변하고
사람은 또 그렇게 나아가는 것인가 보다…

……

”이름 같은 게 뭐가 중요하냐. 아무렇게나 불러도 상관없어“
”이름은 단순히 부르기 위해 있는 게 아니야. 기억하기 위해 있는 거지.“ …. ”특별하니까 기억하고 싶은 거야.“ -46

……

”네 눈 앞에서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할 거야?“
”아마 껴안아 줄 거야.“
”떠나는 길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도록 안아 줄거야.“ -85

……

”타인의 인생과 가치관을 가감 없이 마주하는 일은 새로운 우주를 발견하는 일과 같았다……어쩌면, 아주 어쩌면 말이지, 사람들은 모두 각자만의 세계를 가진 외계인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외계인이라서 우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헐뜯고, 그리고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아 평생 헤매는 것이다.“ -142

….

“무감각하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했다. 무감각해진다는 건 스스로를 도려내는 일이었다. … 그런식으로 도려내고 도려내다 보면 언젠가 나는 텅 비어 버릴 것이다.”-192

……

“W에서 한 뼘, 북극성이 있었다. 나는 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별이 아름답다는 낭만적인 이유에서 그런 것이 아니다. 고개를 숙일 수 없었기에 별을 볼 수밖에 없었다. 아래를 보는 순간 비참한 현실을 맞닥뜨릴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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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지음 / 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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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낚였다.

오리인지 닦인지 모를 왠 녀석의 어서순함으로 포장된 표지가

이 책의 내용일 거라 생각했다. 그 지랄맞음과 축제를 기대했다.


근데, 그 잠깐의 기대를 뒤로 하고

작가 소개에서부터 아~ 가슴을 쓸어 내렸다.

눈물, 다독임, 시력을 잃어가는, 그래서 눈앞이 어둠으로 가득한....


그 와중에 신나는 일을 찾아 승리하기 위해

어둠 속을 찾아 헤매는 ... 작가 조승리..


.............


사람이 어느 하나의 감각을 송두리째 잃고 나면

다른 나머지 감각들이 훨씬 더 예민해진다고들 하던데...


작가는 어린 나이 점차 어두워지는 시력 대신

더 느리게, 그대신 더 차분하고 섬세한 공감력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호흡하는 놀라운 감각을 얻게 된 것같다.


눈뜨고 사는 사람들이 뻔히 보면서도

헤아리지 못하고 미쳐 생각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

그리고 그것들이 가진 삶의 진실...


작가가 들으면 화내고 욕할 일이지만...

눈을 감고 삶의 진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혜안이 생긴 작가가

한편 부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 눈이 멀어간다는 소식을 들은 자식의

부모 마음은 또 어떨 것인가? 말만 꺼내도 눈물이 날테고

내 자식 눈만 뜨인다면 수십년 전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약수를 찾아 헤매일테고

용하다는 절을 찾아 머리에 비수를 꽂는 무모함도 감내하는 것이 당연할 터


그러나 작가와 그 모친은 그 엄중함과 눈물 섞인 공포를 넘어서

그 와중에 익살과 웃음으로 인생 승리를 만끽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약수를 들이켠 후 배 아프다는 딸 자식에게

"어쩐지 물이 뿌연 게 영 상태가 안 좋더니!"... "엄마는 괜찮아?"

"나는 안 마셨지!"..."내가 눈 뜨러 갔냐? 네가 눈 뜨러 갔지?"를 남발하는 엄마


물론 그 사이 눈물고 콧물, 미안함과 절규가 오갔겠지만

그들이 절망을 넘어서는... 절망을 안고 사는 방법은 오히려 유쾌해 보였다.


.....


이병률 작가가 말하는 '정확한 삶의 태도'를 가진 작가라는 평가를 그제서야 이해했다.

그녀는 머리로, 앎으로 세상을 재단하지 않았다.

어린 나이 특별한 경험과 그것을 받아들이고, 조건 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손과 발로 세상을 마사지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닥쳐올 온갖 불안과 두려움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헛똑똑이인 나보다...

그녀의 확고하고 정확한.. 경지와 숙력된 삶의 태도는

부끄럽고 초라한 나를 응원하는 듯하다.


우리는 그녀를 통해, 세상이 축제라는 것을 배울 수 있다. ^^

... 네가 선물한 반짝이는 별무리를. 찬란히 빛나다 사그라지는 빛의 입자를. 나는 오랫동안 하늘을 바라보았고, 너는 내 곁에 서서 내가 바라보는 하늘을 함게 바라봐주었다. - P17

‘극복‘이라는 말처럼 오만한 단어가 있을까? ... 잊어야지만 살 수가 있다. 그래서 누구부다 빨리 체념한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방법이다. - P38

인간의 귀소본능이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림움이라는 것을.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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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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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복어 #문경민 #문학동네
#북스타그램 #도서리뷰

“하고 싶다, 되고 싶다, 먹고 싶다, 같은 모든 욕심이
무너지던 나를 일으켜 세웠다.”

가장 본능적인 삶의 요구에 충실해 질 수 있을 때
우리는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무기력.
이제는 더이상 꿈도 바람도 없는 시시껄렁한.
먹어도 그만 한끼쯤 굶어도 그만인 지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지금의
나와 너, 모두가…

이 책을 통해 두현이처럼…
자기만의 뜨끈한 복국 한 그릇씩 든든히 먹고
“무너지는 스스로들을 일으켜 세우기를” 바라본다..

….

세상 누군에게
각기 그 정도와 간절함은 다르겠지만
이만큼의 절망과 결핍, 상처가 없을까??

허나 우리 대부분은 그 삶의 조건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자기방어와 회피의 좋은 핑계로 삼는다…

난 부모가 가난해..
난 학벌이 좋지 않아..
난 얼굴이 못났어…
난 돌봐야할 가족이 있어….

그 어떤 말이라도 내 부족과, 내 무기력을 탓할
핑계가 된다..
하지만 한발만 떨어져보면.. 남들의 그 조건들을
우린 쉽게 별일 아니라고 여긴다..
그러면서 내 아픔만 크다고…



“화가 날 때는 이 분노가 그럴 만한 것인지 의심했고
슬플 때는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렸다.
원하던 일을 이루지 못해 자존심이 상했을 때는
다음에 잘하면 된다고 무작정 미래를 낙관했다.”



어른들에게 주는 일침이다.. 다큰 우리도 그러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불륜에 감옥행, 엄마는 견디지 못해 세상을 등졌는데
고등학생 주인공은 아직 아물지 않은 고통을
이 말을 곱씹으며 … 멀쩡하다고 되뇌며 견디고 있다.

….
자신을 믿고, 울음을 삼키며 묵묵히 살아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복국이 먹고 싶었다. 그래, 바로 이거다. 삶이 온통 회색빛이었기 때문인지 하고 싶다, 되고 싶다, 먹고 싶다 같은 모든 욕심이 나는 반가웠다.”

….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

위선적인 말들로 아이들을 훈계하고 감싸는 척하는 어른들을
아이들이 악착같이 눈치채고 이렇게 세상을 바꿨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그 말이 옳다고
이 개같은 세상을 같이 욕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을 뿐이다ㅜㅜ

내 역사의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재경의 말과 두형의 지지에 박수를 보낸다..
그 어떤 세상의 편견과 횡포에도..
결코 약해지지 않는 독한 마음…

아픈 상처와 과거의 눈물을 외면하지 않고…
엄마의 죽음도.. 아빠의 진실도…
당당히 마주하며 자신만의 독을..
신념을.. 날카롭게 벼리는.. 아이로 걸어나가길…

“운명이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내가 어찌할 스 없는 조간은 존재한다. 조건에 매여 살고 싶지 않았다. 조건이 자겯은 아닐 것이다. 잘 살아갈 조간, 행복할 조건 같은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졌지만 잘 살 자격, 행복할 자격 같은 말에는 ‘뭐라는 거야?’하며 눈을 치뜰 것이다.”

… 쇠도 깎을 수 있는 사람!!

멋지다.. 청산가리..^^

***본 도서평은 <문학동네>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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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창비청소년문학 123
박영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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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었다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넋을 잃고 지내던 때가 있었다.

눈을 감으면 엄마가 내 앞에 있었고, 눈을 뜨면 엄마가 사라졌다.

옆에서 나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가, 돌아보면 아무것도 없었다.

난 지금도 엄마의 호흡이 느껴진다. 없어도 있다.



인생의 큰 불행을 겪고 다른 공간으로 떠나버린 아버지,

함께 살고 있지만 제 시간을 잃어버린 어머니

그리고,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모호한 할머니와 종려, 자작, 그리고 장희


큰 혼란과 불안 속에서 시공간을 잃어버린 '나'와 '동생'은

훔쳐보며 귀담아들으며, 시간의 지평선을 넘나든다.


냄새와 입자, 발자국과 경계를 넘어 아스라히 숨겨진 비밀같은 그곳

천천히 어루만지면 없어진 모든 것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다만 만나고 함께 할 것을 선택했다.



"인생을 두고 너무 아름다운 꿈은 꾸지 말아야 한다고..."

"아름다운 인생이 분명히 있을 테지만,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름다운 인생은 아니라고..."


다만


"맘먹은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렸지. 암, 거기에 달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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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귤을 좋아하세요 창비청소년문학 122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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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느낌은 가볍고 상큼한 귤빛이었다. 청소년들의 풋풋한 첫사랑 이야기 정도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글 속으로 들어갈수록 빛깔과 향기가 깊어졌다. 카를 융의 심리학에서 말하는 '페르소나'가 보이기도 했고, 느닷없이 대만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떠오르기도 했다. 애잔하게 서랍 속에 감추어둔 나의 첫사랑이 떠오르기도 했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한참 생각나게도 했다.


문학의, 소설의 묘미는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와는 또 다르게, 작품 속 푸른 정원을 산책하며 독자가 스스로 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들고, 과거와 현재 또 미래를 기억하고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 짧은 책 한 권으로 세상 모든 사람들을 만나 웃고 떠들고, 실컷 울고 돌아온 느낌을 갖도록 만드는 것!


나이 차이가 많이 남에도 불구하고, 쌍둥이처럼 닮은 형과 동생.

형이 가상 세계 속에 남겨둔, 가장 깊은 곳의 비밀스러운 마음.


형의 학교에 입학한 동생이 정체성을 찾아 방황하던 중,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형의 모습을 발견해가며 아파하고, 혼란스러워하며, 성장해가는......



세상이며 주변 사람들을 다 이해하고 아는 것처럼 생각하다가

돌이켜 보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 하나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깨달음.


하물며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과, 세상은 얼마나 제각기 나름의 인연과 고민 속에서

끝없이 발버둥치며 견디고 있는지 알 수 없을 일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고, 무언가를 더 오래 들여다 볼 마음이 필요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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