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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걱정하지 마요, 나는 잘 살고 있으니까 - 유쾌하고 짠내 나는 혼삶러의 리얼 생존기 ㅣ AcornLoft
이주원 지음 / 에이콘온 / 2025년 8월
평점 :
혼자 산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밥 한 끼를 해결하는 일부터, 여름이면 당연히 먹어야 하는 수박 한 조각까지도 ‘혼자’라는 이유로 주저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맞아, 나도 그랬지” 하며 몇 번이나 웃다가도, 금세 코끝이 찡해졌다.
저자는 17살부터 혼자 살았다.
대학 시절, 주말이면 텅 빈 기숙사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큰 도전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한다.
그 두려움을 넘어 혼자 식당에 앉아본 순간,
세상은 내가 혼자인지에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 단순한 사실이 그에게는 돌파구가 되었고,
결국 ‘혼자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수박 이야기’였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수박은 참 어려운 과일이다.
무겁고, 자르기도 힘들고, 양도 많다.
그래서 그는 오랫동안 수박을 멀리했지만, 문득 가족과 함께 먹던 시원한 수박 맛이 그리워졌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수박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 수박을 함께 먹던 시간과 사람들이 그리웠던 게 아닐까 싶다.
그 고백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먹먹해졌다.
책은 이렇게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통해 혼삶의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늘 따뜻한 응원으로 끝을 맺는다.
혼자 살아서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있더라도, 시대가 변하면서 또 다른 대안들이 생기고 있다는 것.
반쪽짜리 수박, 미니 수박처럼, 혼자 사는 삶도 점점 더 다채로운 방법으로 채워질 수 있다는 희망을 건네준다.
무엇보다 이 책이 특별헀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혼자사는 생존 팁을 넘어 혼자 사는 동안 ‘나와 친해지는 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혼밥, 혼영, 혼여행… 혼자라는 단어가 붙으면 왠지 외로움이 떠오르지만, 사실은 그 순간에야 비로소 나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 음식, 장소, 취향이 하나둘 쌓이며 ‘나의 색깔’이 짙어지는 과정.
이 책은 그 길을 걸어온 사람의 따뜻한 기록이자, 뒤따라 걸어가는 이들을 위한 든든한 응원이다.
혼자 산다는 게 가끔은 버겁고, 때로는 외롭고, 또 우습게도 수박 하나조차 마음대로 못 먹게 만들 때가 있다.
그럴 때 이 책을 펼치면 “괜찮아, 너 혼자여도 잘 살고 있어”라고 다독여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