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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럼 팔로우! - 인플루언서 세계의 진짜 이야기 ㅣ 탐 그래픽노블 10
귀르반 크리스타나자야 지음, 조제프 팔종 그림, 권지현 옮김 / 탐 / 2025년 6월
평점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증정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인플루언서의 세계, "좋아요? 그럼 팔로우!"
인플루언서들의 세계,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인플루언서를 선망하죠. 그들이 올려주는 사진과 영상을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그들의 "영상이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와 구독을 남겨주세요!"(유튜브 등)라는 말에 구독과 팔로우를 누릅니다. 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마음에 댓글을 달고, 때때로 '언팔'을 하기도 하지요.
그리고 동시에 우리는 그들이 방문한 공간을 방문하고, 그들이 먹은 것을 먹고, 그들이 입은 것을 입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인터넷 너머에 있는 세계가 아니라, 내 삶에 깊게 영향을 주는 무언가에요. 그래서 그들을 '영향력을 주는 사람(인플루언서)' 이라고 부르나봅니다.
이 책은 그런 인플루언서들의 세계를 고발합니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성된 책이라 알기 쉬운 학습만화 형식을 빌려서요. 그래서 알기 쉽게 꾸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내용이 결코 가볍지만은 않습니다.
저자는 프랑스인이라 '프랑스의 인플루언서 세계인가?'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지금, 그것은 비단 프랑스나 어느 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죠. 우리는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에 사는 그들과 동일한 경험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인플루언서는 인플루언서인거죠.
> 좋아요? 그럼 팔로우!

책은 한 남성이 여자친구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여자친구는 좋아하지도 않는 디자인이었죠. 남성도 그걸 알고있었지만, 계속해서 올라오는 인플루언서들의 광고에 나도 모르게 그 가방을 구매해버린거에요.
그렇게, 책은 인플루언서와 광고에 대해 꼬집는 것으로 포문을 엽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실감한 남성은 자신의 반려동물을 이용하여 인플루언서가 되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들처럼 사진을 꾸며 올리죠. 그 것이 전혀 일상과 맞지 않는 내용이라 할지라도요. 말똥을 주워 먹고 배탈이 난 강아지는, SNS 속에서는 숲을 거니는 우아한 반려견이 되어 있습니다. 사진을 멋지게 나오게 하기 위해, 주인은 강아지를 물가로 데려가 포즈를 취하게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정작 그 강아지는 물을 싫어함에도 불구하고요.
이 부분은 많은 인플루언서들의 모습을 지적하기도 해요. 어차피 그들이 올리는 이야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들의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그 외에도 책은 다양한 인플루언서와, 인플루언서 지망생들의 이야기를 비꼽니다. '나만의 멋진 사진'을 남기기 위해 남들 다 가는 여행지에서 남들 다 하는 포즈로 사진을 찍는 모습. 그 '멋진 사진'을 위해 정작 멋진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오염시키는 모습. 그리고 그 '멋진 사진'이 모으는 좋아요와 팔로우에 휘둘리는 인플루언서들의 삶, 등이지요.
SNS가 발달하기 전에는 그것이 반짝이는 별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는 시대에요. 그래서 모두가 인플루언서를 선망하고, 모두가 인플루언서가 되기를 바라죠. 인플루언서가 된다는 것은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획득한다는 의미에요. 그것은 부와 명예, 그리고 성공을 의미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빛이 밝을수록 그림자는 짙다고 합니다. 그들의 밝은 면 뒤에 있는 현실이 그렇게 반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책은 고발하고 있어요. 가령,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던가요. 책에 있는 주인공은 인플루언서가 되기 위해 피드를 올리며, 좋아요 하나 하나 올라가는 모든 시간을 핸드폰에 몰두하죠. 정작 그와 함께하고싶어하는 강아지는 홀로 남겨둔 채로요. 집은 각종 광고 협찬 물품으로 넘쳐납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이지만, 마치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물품인 것 처럼, 그러나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녹여 광고해야 하는거죠.
>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우리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플루언서가 되고싶어해요. 하다못해 마이크로인플루언서라도 되기 위해 노력하죠. 저만 해도 이렇게 글을 쓰고 매일 포스팅을 남기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서일지도 몰라요. '공감'이 달리고, '이웃'이 늘어가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니까요. 제가 그렇게 '공감'과 '이웃'에 절절메는 시간에, 아이들에게 책을 한 권 읽어주는 것이 현실에는 훨씬 더 도움이 될텐데 말이에요. (물론, 항상 공감과 댓글, 감사합니다. 이웃추가는 환영이에요!)
책은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은 우리에게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를 해주어요. 우리들이 항상 보고 있는 밝은면 아래에, 또 다른 현실이 있다는 것을요. 물론 밝은 면도 그들의 현실이에요.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보여주지 않는 다른 현실 또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사실 그 다른 현실이 더욱 중요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해요.
책은 경고의 내용들을 담고 있어요.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수 있다, 네 일상이 엉망이 될 수도 있다, 인플루언서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생생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고 말하죠. 그리고 반려견을 인플루언서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 옆에, SNS에 관심없는 여자친구를 배치함으로써, 인플루언서 세계에 냉소를 날려요.
인플루언서의 밝은 삶을 선망하기 전에, 우리의 삶을 제대로 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현실의 시간
매일 그림책을 읽다가 오랜만에 읽는 책이었어요. 비록 청소년을 위한 학습만화지만요.
매일같이 핸드폰을 하고 블로그를 들락거리던 제게 경종을 울리는 책이었답니다. 일명 현타라고 하죠. 항상 스스로 핸드폰 중독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책이 그런 제게 인터넷에서 그만 빠져나와 현실을 살라며 세게 망치를 두드리는 느낌이었네요.
우리에겐 SNS 속의 세계보다 더욱 중요한 현실의 시간이 있어요. 이 책을 기점으로 글을 올리는 시간 외에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현실로 다시 복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탐색 말고, 저를 위한 책들도 좀 탐색해야겠고요.
간만에 책을 읽으니 머리도 조금 씻겨나가는 기분이었답니다. 핸드폰을 줄이고, 게임도 줄이고, SNS도 줄이고, 현실 육아에 조금 더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 이런 사람들에게 추천
인플루언서를 선망하고, 그들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에요. 청소년 타겟의 책이지만, 오히려 청소년 타겟의 책이기 때문에 책을 잘 안 읽는 성인들도 편하게 휘리릭 읽을 수 있는 내용으로 쓰여 있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제 1 장래희망이 인플루언서라고 하죠. 유튜브,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모두 인플루언서니까요. 인플루언서는 확실히 돈을 잘 법니다. 성공하는 삶을 살아가죠. 그리고 정말 자주 보는 대상들입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그들의 삶을 선망하게 되는 것은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저희 아이도 한 때 "나는 유튜버가 될 거야."라며 먹방 유튜버의 길을 걷겠다 선언했을 정도고요. 지금도 '유튜버처럼' 동영상과 사진을 찍고는 한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기도 해요. 특히나 아이들은, 학생들은, 대체로 인플루언서의 밝은 부분만 보고 살아왔을테니까요. 그들의 '진짜 삶'은 다양하다는 것,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밝은면과, 어쩌면 그보다 더 좋은 다른 면도 있지만, 또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두운 면도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직업은 좋은 것과 힘든 것이 다 있으니까요.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와 '팔로우'의 의미를 다시 알아보는 시간이 된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