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 상 - 도스또예프스끼 전집 8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8
도스또예프스끼 지음, 홍대화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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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꼴리니코프는 자존심 강하고 고독한 젊은 청년이고 지독하게 가난하다. 방세를 못내 집주인을 피해다니다가 우연히 전당포일을 하는 노파를 알게되고 물건을 몇 번 잡히면서 세상에는 필요없는 사람이 있고, 더 위대한 일을 할 사람을 위해서 그런 사람 몇 명 쯤 희생하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편집광적인 철학에 빠지게 되버린다. 그리고 그 타겟을 정말 속물스럽고 도무지 인생이 가치없어보이는 전당포 노파로  정하고는 몇 번이고 살인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계획을 짠다. 살인의 동기 유형은 크게 존 레논을 살해한 그 놈과 다를 바가 없어보인다. 확실히 라스꼴리니코프는 근본이 못돼먹은 놈은 아니지만, 자신의 오만한 성격으로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저지르고는 계속 거기에서 번민하고 시달리다 끝내 자수하고 만다. 도스토의 소설의 대개 그렇듯 여기서도 정말 다양한 군상들이 출현한다. 여주격인 나타샤는 한마디로 창녀인데, 정말 가난이 죄란 말이 딱 들어맞는 인물이다. 살인자와 창녀...현실에서 정말 가장 밑바닥인 돌이키기도 어려운 입장의 두 사람이지만, 어떻게보면 전혀 살인자 스럽지 않고, 전혀 창녀스럽지 않은 인물들이기도 했다. 죄의식의 차이인가.....라스꼴리니코프는 혼자만의 세상에서 오만해져버려 죄를 짓지만, 나타샤는 그야말로 희생정신이니깐. 라스꼴리니코프는 나타샤 역시 자신과 다를바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 내면에서 외면으로 발로되는 과정은 전혀 달랐고, 그 심리적인 결과 또한 물론 전혀 달랐다. 소설 내내 벌어지는 심리 싸움의 묘사는 언제봐도 그림같다. 이건 그래도 그나마 해피엔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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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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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난 살인을 저지르지도 살인을 저지른 누군가와 친분도 없지만, 사회라는 시스템 속에 만연한 편견을 당연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내용이다. 히가시노 소설 중 처음으로 읽은 그냥 미스터리 아닌 단순 그냥 소설이었지만 참 재밌고 공감가게 잘썼다. 다채로운 사건들이 주인공에게 벌어지면서 그때마다 직면하게 되는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겪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는 그닥 영웅스럽지도 않고 또 심히 속물스럽지도 않은 딱 평범한 사람의 심리 그 자체였던거 같다. 답답한 답이 없는 사회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만약 좀 더 어린 나이에 이런 내용의 소설을 읽었다면 굉장히 분개하거나 너무 말이 안된다거나 이건 정말 재수가 드럽게 없는 경우라고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현실이 이와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편견으로 이루어진 사회 역시 결국 필요악일 수밖에 없다고 긍정한다면 긍정한다. 사회는 가끔 정말 양파껍질 같다. 누구도 그 중심이지 못한채 벗겨내고 벗겨내도 다들 양파껍질마냥 주변인이 될뿐이다. 세상에 전혀 어떠한 편견에도 시달리지 않는 소위 주류라고 불리는 인간들이란 과연 얼마나 있는걸까. 애당초 모든게 환상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전부 거기에 매달려있고, 그래서 아마도 사는건 고통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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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구혜영 옮김 / 창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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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쿨한 주인공은 학교 선생이다. 학교 궁술부의 동아리 담당선생인데 언제부터가 학교에서 신변의 위협을 느낀다. 범인도 범인이지만, 또 그 동기도 동기지만, 항상 그런건지 무작정 해피엔딩을 히가시노는 그닥 썩 내켜하지 않는지 시니컬한 엔딩이 인상적이었다.. 약간 주인공에게서 양 웬리스런 쿨함을 느꼈다..만사 그냥 적당히...그리고 그 주변에서는 그런 그를 둘러싸고 그만 모른채 복잡한 감정들이 오고간다. 모든 것에 벽을 치고 거리를 두고 무둔한 척하는 어른과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아직 세상에 지치지 않은 소녀들의 모습에서 묘한 대조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일본이라고 모든 여고생들이 대담하고 밝히는건 아니다(당연하잖아!!)라는 당연한 사실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물들인 .....흠....그런 편향된 의식을 재고하게 해주었다. 참고로 트릭이 기가 막히는 것 같다. 화살을 가지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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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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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속 그 화가에게 그러잖아. 그렇게 파렴치하고 뻔뻔한 행위를 어떻게 할 수 있냐고. 하지만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갔네. 확실히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약간 좀  그랬던거 같아.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중년의 나이에 깨닫게 되어 거기에 올인하는 삶을 산다는게 이제는 그렇게 사회전체에서 비난할 정도로 인정받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 않냐 싶어서 말이야. 그냥 저 당시에서는 선진 국가라던 유럽조차 저렇게 가족 내팽게치고 예술하는 사람을 도덕적으로 좋게 보지 않았구나 할 따름이었어. 아니면 지금도 그런걸까..다시 생각해보니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올인하더라도 금전적으로 혹은 적어도 명예롭게 유명해져 성공하지 않는다면 역시 사람들이 욕을 하긴 할거라는 생각이 들더군..그러고보니 옛날에 어떤 형 한분이 서른살 넘어서까지 취직해서 돈 벌 생각은 안하고 시작에만 몰두하던 친구가 있다고 혀를 쯧쯧쯧 하셨지. 역시나 그때나 지금이나 다를바가 없나봐. 작가는 이런 이야길 하고 싶은 거겠지. 사회적 책임이나 도덕적 의무를 져버리면서까지 자신의 꿈과 만족만을 위해 사는 삶이 어떤가 하고 말이지. 옳아? 나뻐? 생각해보면 말이지. 만약에 그게 그림이 아니고 다른 거였다고 봐봐. 만약 그게 돈버는 사업이었다면 그래서 자기 욕심만을 채우기 위해 가족도 전혀 돌보지 않았다면. 그래도 우리는 괜찮게 볼 수 있을까? 멋있다고 생각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생각하지. 예술은 고귀하고 돈버는 일은 속물이라고. 아니면 적어도 그런 관념이 있긴 할거야. 분명 몇몇은 이런 예술에 올인하는 삶에 대해서 잘못된게 아니라고 말하겠지. 꿈을 위해 뭔들 못버릴것이고 원래 바로 이런게 자유 아니겠냐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좀 더 다른 관점에서 생각을 해보면 일견 어떤 부분은 단순히 그가 화가라는 점에서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나 싶어서 말이야. 소설에서는 의사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오지. 결국 어떤 곳에서 의사질을 하든 자기의 주관적인 만족이 중요하지 않냐는 식으로 나오는데, 나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이 의사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주인공 화가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가족을 그렇게 철저히 외면하면서까지 그림을 그릴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말이야. 만약 그게 돈버는 사업이었다면, 그래서 가족을 저버리고 이젠 돈을 많이 벌어서 맘 맞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사실 직업의 차이만 빼면 이 남자가 저지른 행동은 별반 차이가 없지. 단지 예술이라서 순수하다고 생각하는건 아닐까? 물론 작가는 이런걸 얘기할려고 했던건 아니겠지만...그 상황설정에 있어서 나는 확실히 이 주인공 남자가 솔직히 막나가긴 막나갔다는 거야. 그리고 만약 이 남자를 인정한다면 다른 어떤 분야의 올인하는 사람들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 작가가 말하는게 결국 주관적인 만족에 관한 것이라면, 사회적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도박이라든지 혹은 당구의 달인은 이제 다 인정하는 분위기지만...또 옷장사라든지, 사업이든지 간에 말이야. 내 멋대로 정말 사악한 짓만 아니라면 거기에 몰입하고 몰두하는 삶...주관적인 만족도가 최고조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말이야. 그러고보면 부처도 아내 자식 다버리고 가출을 감행하셨지. 만약 부처가 안됬다면, 현재 우리사회에서는 그를 그냥 거지라고 부를 뿐이겠지. 난 아직도 뭐가 옳은지 모르겠어. 그리고 과연 한 사람이 그렇게 모든걸 내버릴정도로 사명감 혹은 어떤 열망에 붙잡혀서 어느 한가지에 올인한다는게 얼마나 자주 벌어지는 일인 건지에 대한 확신도 없고, 어쩌면 그것은 그냥 소수의 마치 잔다르크 처럼 선택받은 자들에게 주어진 어깨의 짐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어...나는 그냥 나대로 살면 그만인거겠지. 그러니 결국 달과 6펜스는 무의미하단 말이야. 달을 보든 6펜스를 손에 쥐든 간에 너는 그냥 너대로 살면 된단 말이지. 무엇을 추구하든 전부다 꿈은 꿈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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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궁전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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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편없는 개 쓰레기였던 주인공을 키티라는 동양 여자가 왜 좋아했는지 알 수가 없다. 현실에서는 그런 일이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주인공은 엄청난 미남에 자신도 모르는 뭔가 수컷의 마력을 풍기는 놈이었던 걸까? 또는 달변가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내내 주인공이 가장 잘하는 것은 궤변늘어놓기였던거 같으니. 이 녀석 그런데 알바도 안한다. 기껏 찾은게 아무도 하지 않는 노인 비서역할이었다. 그전까지는 ...아 그래 하나뿐인 혈육인 외삼촌이 죽어서 실의에 빠져있어더랬지..그리고 그냥 갈때까지 간다. 파크 라이프를 시작하는데, 아니 대체 왜 키티가 그런 녀석을 좋아하게 된걸까? 가장 부러웠던 것은 키티와 언제 어디서나 섹스를 즐겼다는 부분이었다. (..사실 소설상에서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내용이지만, 가장 내 머릿속에서는 주인공 삶의 빛나는 부분이었다.) 달의 궁전은 처음으로 접한 폴오스터의 소설이었는데, 대체로 이 폴오스터란 작가는 소설 문장이 하드보일틱하다. 또 이야기꾼이란 별명이 정말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소설을 어떤 특정한 장치를 해놓고 쓴다기 보다는 (예를 들면 히가시노 게이고가 쓰는 추리소설처럼 문장 내용 하나하나가 어떤 복선을 깔아놓고 있는 것에 비해) 그냥 타자가 쳐지는 대로 하고 싶은 얘기 마구 연이어 줄줄이 늘어놓는다는 느낌이다. 뭔 반전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조금 있긴 한데, 전혀 뭐랄까..반전이 주는 어떤 짜릿함이나 충격같은 것은 없었다. 그냥 아 그렇구나 정도랄까. 성격 나쁜 할아버지에 대한 묘사는 왜 이리도 길고 지루한지..여기에 대해 감탄사를 늘어놓은 평론가가 있다는게 놀라울 따름이다. 뭐라고 했더라. 마치 음악같은 언어의 묘사, 구사? 폴 오스터가 언어의 마술사란 별명도 있던가? 그랬던거 같기도 하고..하지만 내게는 너무도 지루하고 별 내용없어보이는 부분이었다. 뒷 내용도 뭐 정말 뭐냐..이상한 서부얘기에 결국 키티랑 헤어지고 서부로 떠난다였나. 무슨 의미가 있는거냐 도대체. 장담하건데 폴오스터도 딱히 뭔가 깊은 상징성을 두고 소설을 쓴거 같지는 않다. 이 사람 분명 천부적인 재능으로 되는대로 타자친 것이다. 달의 궁전이란 제목부터가 그렇다. 정말 그럴싸한 제목이지 않은가? 폴오스터는 언어감각이 뛰어난게 틀림없다. 그냥 떠오르는데로 다 갖다붙이는 것이다. 나는 고아였다. 외삼촌이 죽었다. 나는 노숙자가 됬다. 키티가 다가와 내 엔젤이 되었다. 나는 할아버지 비서가 됬다. 할아버지 아들을 찾았다. 알고보니 할아버지는 내 할아버지고 그 아들은 당연히...난 서부로 떠났다..봐라..플롯만 놓고 볼때는 정말 난감하다. 그런데 여기에 이렇게 살을 붙이다니...대단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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