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 랜덤하우스 히가시노 게이고 문학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일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물론 난 살인을 저지르지도 살인을 저지른 누군가와 친분도 없지만, 사회라는 시스템 속에 만연한 편견을 당연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았다고 한다면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이 소설은 그런 내용이다. 히가시노 소설 중 처음으로 읽은 그냥 미스터리 아닌 단순 그냥 소설이었지만 참 재밌고 공감가게 잘썼다. 다채로운 사건들이 주인공에게 벌어지면서 그때마다 직면하게 되는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겪게 되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는 그닥 영웅스럽지도 않고 또 심히 속물스럽지도 않은 딱 평범한 사람의 심리 그 자체였던거 같다. 답답한 답이 없는 사회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기도 하고 말이다. 내가 만약 좀 더 어린 나이에 이런 내용의 소설을 읽었다면 굉장히 분개하거나 너무 말이 안된다거나 이건 정말 재수가 드럽게 없는 경우라고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현실이 이와 별반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한다. 또 이런 편견으로 이루어진 사회 역시 결국 필요악일 수밖에 없다고 긍정한다면 긍정한다. 사회는 가끔 정말 양파껍질 같다. 누구도 그 중심이지 못한채 벗겨내고 벗겨내도 다들 양파껍질마냥 주변인이 될뿐이다. 세상에 전혀 어떠한 편견에도 시달리지 않는 소위 주류라고 불리는 인간들이란 과연 얼마나 있는걸까. 애당초 모든게 환상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은 전부 거기에 매달려있고, 그래서 아마도 사는건 고통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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