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수유병집 - 글밭의 이삭줍기 정민 산문집 1
정민 지음 / 김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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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수유병집(滯穗遺秉集)-글밭의 이삭줍기_ 정민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일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한자 모른다).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서문에서 바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데 <시경> 대전(大田)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고 한다.

 

저기에도 남은 볏단이 있고, 여기에도 흘린 이삭이 있다(彼有遺秉 此有滯穗).”

 

체수는 낙수, ‘유병은 논바닥에 흘린 벼 이삭을 의미한다. 저명한 고전학자이자 수십 권의 책을 집필한 한양대학교 정민 교수님이 그동안 저서에 담지 못했던 50편의 이야기를 추수를 마친 논바닥에서 흘린 볏단과 이삭을 줍듯이 한 권으로 모은 것이 이 책, ‘체수유병집이다.

 

정민 교수님의 책은 이전에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오직 독서뿐에서 접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특유의 간결하고 힘 있는 문장에 여러 번 감탄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책 또한 역시였다. 고전을 통해 간접적으로 의견을 드러냈던 기존의 책들과는 달리 교수님 본인만의 독서법을 소개한 1(문화의 안목), 조선을 대표하는 두 지성 연암 박지원과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를 다룬 2(연암과 다산), 한 번쯤 들어봤지만 진정한 의미는 알지 못했던 호질’, ‘장광설등의 옛이야기를 통해 지금 오늘을 비춰보는 3(옛 뜻 새 정), 교수님이 바라보는 인문학과 공부, 그리고 고전의 진정한 가치를 담고 있는 4(맥락을 찾아서)까지. 수없이 밑줄을 긋고 책 끝을 접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신간과 실용서 위주의 독서를 하는 지금, 고전과 함께 진짜 공부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 샘솟는다. 책에서 극찬하고 있는 연암의 열하일기를 포함한 여러 역작들을 부족하기 그지없는 현재의 안목으로라도 한 번쯤은 엿보고 싶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읽고 싶은 책은 그 이상으로 또 늘어만 간다. 큰일이다.

 

서문 다산은 보름에 한 번은 책상을 정리하라고 했고, 연암은 젊은 날에 쓴 메모 쪽지를 냇물에 흘려 지웠다. 이제껏 하고 싶은 공부 실컷 하며 즐겁게 지냈다. 문득 돌아보니 책상은 엉망이고, 책꽂이는 정신이 없다. 한 번씩 치우고 버리고 정돈해야 정신이 든다. 글을 한자리에 모아 묶는 것에는 이 뜻도 있다. 그때그때 쓴 글이지만 모으고 보니, 평소에 못 느끼던 흐름이 얼핏 보인다.

 

대학 문에 들어선 젊은 벗들에게라는 부록처럼 책에서는 대학의 예를 주로 들었지만, 배움과 학문의 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무언가를 새로이 시작하고자 할 때 이 책을 읽고 마음가짐을 바로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표지 위쪽에 쓰인 정민 산문집 1’이라는 문구가 너무나 반갑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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