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이우일의 단어 인문학 1 - 만화로 보는 조승연 이우일의 단어 인문학 1
조승연 지음, 이우일 그림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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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어 인문학 1_ 조승연, 이우일

 

만화가 아니었다면 머리 꽤나 아플뻔했다. 만화였기 때문에 끝까지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영어와 아웅다웅한 지도 어림잡아 20년이 다 되어가는 듯하다. 함께한 세월은 이렇게나 긴데 아직도 친해지기는커녕 무심한 영어는 툭하면 내 발목을 잡아채고는 한다. 예전 수능에서도 그렇고 대학에 와서도 짧은 영어로 인해 겪어야 했던 제약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물론 모질게 공부하지 못하고 매사 게으른 내 문제가 가장 크겠다만은 원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중에서도 어휘 이 친구가 가장 요물이다. 짧게 짧게 외워서 시험을 보거나 문제를 푸는 건 어렵지 않게 해내는데 막상 말을 하려고 하거나 다른 일들을 핑계로 공부를 잠시 쉬면 머릿속에 남아있는 단어가 하나도 없다. 말하기나 쓰기는 애초에 답이 없기라도 하지 단어는 잡힐듯하면서도 잡히지 않아서 더 속을 태우게 한다.

 

비교하긴 좀 그렇지만 저자 조승연 작가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나 보다. 지금은 7개 국어를 구사하고 여러 매체에서 언어 천재로 이름을 날리는 저자 또한 첫 유학 시절 영어 단어와 오랜 씨름을 했었다고 한다. 물론 누구와는 다르게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냈지만 말이다.

 

여러 방법으로 영어 어휘 공부를 했다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단어의 형태 안에서 실질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어근을 추출하여 역으로 단어의 의미를 추론하는 방법이다. 영어 단어의 어마어마한 양과 비교했을 때 어근의 수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어근에 대한 이해가 선행된다면 그에 파생되는 어휘들을 묶어서 학습할 수 있기에 꽤 효율적인 공부법으로 여겨진다. 수능 단어집 중에서는 김기훈 선생님의 어휘 끝이 이런 방법을 사용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문학책답게 단순한 어근과 단어 설명에 그치지 않고 더 깊이 들어간다. 모든 단어는 저마다의 나이테를 가지고 있다는 가정 아래 단어를 있게 한 역사, 문화, 종교 그리고 파생되는 단어들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일례로 ‘caput(cape)’이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머리를 뜻한다고 한다. 유럽 수도승들이 입는 비옷을 또한 caput이라 불렀는데 cap(모자), cappuccino(카푸친의 옷 색과 같은 색의 크림 커피, 카푸치노) 등이 여기서 나왔으며 captain(대장), chef(주방장), chief(추장, 중요한)와 같은 우두머리를 뜻하는 단어, capital(수도, 자본), chapter(새로운 머리 -> 책의 장) 역시 머리(처음)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총 14편이 수록되어 있다. 정말 이렇게 공부를 했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하면서 체화만 가능하다면 오래 기억에 남을 좋은 방법이겠구나 싶었다. 꼭 영어 공부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기에 앞으로의 시리즈 또한 기대가 된다. 이번 방학도 영어 공부에 시간을 좀 투자할 예정인데 이제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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