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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세계화 - 왜 전 세계적으로 엘리트에 대한 공격이 확산되고 있는가
존 B. 주디스 지음, 오공훈 옮김, 서병훈 / 메디치미디어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포퓰리즘의 세계화
표퓰리즘(Populism)이란 단어는 선거철마다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이 의미심장한 용어는 대중의 인기만을 목표로 하는 ‘대중영합주의’로 흔히 해석되는 것으로 보인다. 주로 복지문제와 관련해서 보수 진영이 진보 측을 공격할 때 이 프레임을 사용하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민주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대중(Population)’이 들어가 있는 포퓰리즘이라는 정치형태가 이렇게 단순한 의미 만을 가지고 있을까. 항상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 존 주디스는 포퓰리즘이 간단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논의를 시작한다. 포퓰리즘은 그 역사가 짧지 않으며 좌, 우, 중도를 가리지 않고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힘을 얻고 정치권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위에서의 특정 상황은 국민이 지배적인 정치 규범(지도층, 즉 엘리트가 제안하고 옹호하는 규범)과 자신들의 희망, 두려움 등이 서로 충돌한다고 여기는 시기를 말한다. 예를 들면, 포퓰리즘이 처음 등장한 19세기의 미국 인민당은 당시 지배이념이던 자본주의의 개혁을 주장했다. 이들은 사회주의자는 아니었지만, 개혁을 거부하는 엘리트를 주적으로 설정하고 일반 대중과 분리시켰다. 최근의 사례는 더 명확하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국가 그리고 주요 정당들은 이민을 지지했다. 이에 해당 국가의 상당히 많은 국민이 반기를 들었고 포퓰리스트 후보와 정당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유럽의 단일 통화 문제, 미국에서의 자유무역 문제 또한 유사하다. 이들 포퓰리스트들이 정권을 가져오는 경우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저자는 또한 좌익 포퓰리스트와 우익 포퓰리스트를 구분했는데 이점이 꽤 흥미롭다. 우선 샌더스나 스페인의 포데모스(정당), 그리스의 시리자와 같은 좌익 포퓰리스트는 엘리트, 기득권층에 맞서는 국민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 기득권에 대항해 하류층과 중간층을 수직적으로 정렬한다는 특징을 지닌다고 저자는 밝힌다.
트럼프나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같은 우익 포퓰리스트 또한 엘리트에 대항하는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여기서의 국민은 엘리트, 즉 사회 지도층이 제3그룹을 지나치게 보호하고 특혜를 준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이다. 국민과 엘리트 두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좌익 포퓰리즘과 달리 우익 표풀리즘은 엘리트, 국민, 외집단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진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역사적 사건과 여러 국가의 현상을 통해 포퓰리즘을 세세하게 분석한다. 길지 않은 책임에도 담고 있는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포퓰리즘을 무작정 비판하지도 또 옹호하지도 않으면서 숨겨진 함의를 끄집어낸다. ‘표준적 세계관’이 오작동할 때, 지배적인 정치 이념에 수리가 필요할 때 강력한 신호를 주는 포퓰리즘의 확산을 그저 지켜보기만 하면 안 될 것이다.
PS.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에 나온 책이라 이 점은 감안하고 읽어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