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읽기란 어디에서 올까.

읽기의 말들 - 이 땅 위의 모든 읽기에 관하여 ㅣ 문장 시리즈
박총 지음 / 유유 / 2017년 12월

진정한 읽기란 어디에서 올까.

은유 작가의 ‘쓰기의 말들’을 읽고 나서 같은 시리즈(?)인 읽기의 말들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밀리다 못해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니었지만, 호기심에 길지 않은 이 책의 분량이 더해져 결국 새치기를 허락했다.

구성은 쓰기의 말들과 비슷하다. 왼쪽 페이지에 읽기와 책에 관한 명사들의 ‘한마디’가 담겨 있고 남은 부분을 저자의 글이 채운다. 페이지를 조금만 넘겨봐도 저자가 책은 물론 읽는다는 행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수많은 인용과 풍성한 어휘에서 저자의 독서량을 감히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저자는 읽기 자체의 즐거움에서 독서의 의미를 찾는다. 만연하고 있는 ‘수단으로의 독서’를 비판하고 ‘잉여의 책읽기’를 독서의 최고봉으로 추켜세운다. 순수한 유희와 쾌락을 위한 쓸데없는 읽기를 체화해야지 진정한 활자중독자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 100 퍼센트 공감은 하지 못하면서도 찔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딱히 목적이 있기보다는 그냥 재밌어서 책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그런 걸까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작가이자 동시에 목사인 저자의 직업 특성 때문일지는 모르겠다. ‘쓰기의 말들’에 비해 종교적이고 추상적인 표현들이 자주 등장한다. 엄연히 다른 책이라 직접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전에 읽었던 책에 보다 마음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직은 삶의 방향을 바꿀 생각은 없나 보다. 시간이 지나고 이 책을 다시 읽어 봤을 때 지금 쓰고 있는 이 리뷰를 보고 어떤 생각을 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읽기와 독서, 그리고 교육 등에 대해 생각해볼 만한 글이 많이 담겨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렸다가기 좋을 책이다.

12p 책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지기 위해 읽는다. 독서는 품위 있게 지기 위한 무장이다.

21p 책은 생의 가풀막을 오르다 그대로 주저앉고 싶을 때 부드럽게 손잡아 일으켜 준 손길이었다. 메마른 시절마다 목비를 내려 주진 않아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내면의 먼지를 가라앉히는 먼지잼이었다.

44p 책은 다른 이의 몸 안에서만 박동하는 심장이다. - 레베카 솔닛

81p 유난히 어느 책에 눈길이 가고 마음길이 간다면 책이 내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틀림없다. 부디 책이 작업을 걸 때마다 넘어 갈 준비가 되어있기를.

248p 우리의 힘을 송두리째 앗아가는 공포에 대한 유일한 치료법, 그 시작은 그것을 바로 보는 것이다. 그 뿌리를 캐고 들어가는 것이다. - 지그문트 바우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