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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 : 생물.도시.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관한 보편 법칙
제프리 웨스트 지음, 이한음 옮김 / 김영사 / 2018년 7월
평점 :
이전에 읽은 모토카와 다쓰오 교수의 저서 ‘코리끼의 시간, 쥐의 시간’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다. 동물은 종에 상관없이 일생 동안 3억 번의 호흡과 20억 번(‘스케일’에선 15억 번으로 나온다. 뭐가 정확한지 내가 알 방법은 없으나 다쓰오 교수의 책이 1992년에 출간된 점을 고려했을 때 후자가 좀 더 정확하지 않을까 싶다.)의 심장박동을 마치면 그 수명을 다한다는 것이었다. 큰 동물은 그 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긴 삶을 산다는 게 책의 주된 내용이었다. ‘스케일’은 이 논의를 보다 확장한다. 부제 ‘생물, 도시, 기업의 성장과 죽음에 대한 보편 법칙’에서 알 수 있듯이 제프리 웨스트 교수는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이 가능한 ‘규모 증감의 법칙’을 소개한다.
전반부에는 자연 생태계에서 스케일링 법칙을 도출해낸다. 한 가지를 예로 들면, 동물의 시간당 대사량은 그 크기에 따라 지수가 3/4, 0.75에 가까운 거듭제곱으로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 즉, 커다란 동물일수록 에너지 효율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법칙은 포유류뿐 아니라 어류, 조류, 세균, 식물 심지어 세포까지 거의 모든 분류군에 적용된다. 저자는 TED 강연에서 다른 정보 없이 한 포유류의 크기만 알려주면 그 동물의 생리학, 생명의 역사 등에 대해 90% 수준에서 확답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생물만 이러한 법칙을 따른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약간의 조정을 거치면 스케일링 법칙은 인간이 만든 도시, 나아가 기업까지도 설명할 수 있다. 인구가 2배로 늘어나면 도로, 주유소, 수도 등 인프라는 기존의 85% 증가한다. 반면 특허 건수, 평균 임금, GDP, 범죄율 등은 115%가 늘어난다. 이는 미국, 유럽의 도시뿐 아니라 도쿄, 상하이, 남미의 도시 등 전 세계 모든 도시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인구가 도시로 계속 유입되는 이유가 이 15%의 차이에 있을 것이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데 독립적으로 발전한 도시들에서 증감 수치가 일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도시가 이처럼 생물과 같은 법칙을 따른다면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초선형의 확장을 하는 도시는 결국 어느 시점에서 한계에 다다르며 성장을 멈추고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붕괴를 막기 위해, 저자는 붕괴점에 도달하기 전에 혁신이 반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그 혁신의 주기는 점점 빨라져야 하기에 매우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인다.
흥미롭지만 무서운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법칙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아직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에 이 스케일링 법칙이 무조건 옳다고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리학과 생물학 그리고 사회학과 경제학 등 ‘학제간 연구’의 진수를 보여주는 이 새로운 학문에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하다.
제프리 웨스트 교수의 TED 강연 영상을 첨부한다. 부족한 글로는 다 설명할 수 없었기에 https://www.ted.com/talks/geoffrey_west_the_surprising_math_of_cities_and_corporations?language=ko#t-8100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