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으로 보는 조선의 치열했던 역사

조선전쟁실록 - 전쟁이 바꾼 조선, 조선이 바꾼 세계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8년 5월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한다. 역사 전반을 다룬 그 어떤 서적에서도 전쟁사를 소흘이 한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만큼 전쟁은 좋고 나쁨을 떠나서 역사를 이해하고 문명을 파악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당장 주위로 눈을 돌려봐도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 의학의 상당수는 전쟁을 통해 진보해왔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전쟁을 ‘인간의 가장 잔혹하고 비정한 표현 방식이자 인간 문명과 지혜의 결정체’로 정의했다. 이 책은 이러한 전쟁을 통해 조선의 치열했던 역사를 관찰한다.

책은 총 6부로 나뉘어 있지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을듯하다. 왜구와 여진 토벌을 다룬 1, 2부, 왜란과 호란을 다룬 3, 4, 5부. 그리고 나머지와는 성격이 다른 서양의 침략을 소개한 6부로 나름 나눠 보았다. 각각 조선 초기, 중기, 후기와 시대가 맞아 떨어진다.

여말선초, 국력이 강했던 때에는 공세적인 전략으로 왜구와 여진을 관리했던 조선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뒤바뀌자마자 조선의 국토는 수차례의 전란으로 유린당했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는 관민이 힘을 합쳐 극복했지만 결국은 일제의 식민지배라는 수모를 당했다. 이렇게 표면적인 전쟁사의 큰 사건들만 나열해봐도 약육강식의 국제정치를 볼 수 있다. 국가는 일단 부강 하고봐야 하나보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등 베스트셀러를 통해 역사 대중화에 앞장선 저자답게 이 책 또한 막히는 부분 없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어려운 한자어는 쉬운 말로 풀어져 있고 생소한 무기나 개념 등은 따로 설명이 들어간 페이지가 있다. 친절하다.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흥미롭게 책장을 넘겨나갈 수 있다.

조선사와 관련된 책을 읽을 때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방대하고 상세한 사료에 이번에도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각종 기록들이 너무나 상세하게 남겨져 있어 저자의 글이 아닌 사료의 기록만을 통해서도 당시의 사건을 자세하게 파악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은 이러한 우수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록이 되었는데 집착에 가까운 당시 사관들의 노력과 조선의 기록 시스템은 박수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읽은 역사책이었다. 중, 고등학교 때 역사에 빠져 관련 도서를 정말 많이 읽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읽으며 그때의 추억이 떠올라 나쁘지 않았다. 편식하지 말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해봐야겠다. 아, 책이 갑자기 끝나서 약간 아쉬웠다. 맺음말이나 하다못해 자료출처라도 있으면 완성도가 더 느껴졌을 텐데 급하게 마무리한 느낌이 들었다. 뭐 그래도 본문에 영향을 주는 정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