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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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를 시작으로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등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 소설은 적지 않게 접해봤다. 하지만 하루키의 단편을 펼쳐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63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이며 그마저도 작가의 말과 카트 멘시크의 일러스트를 빼면 더 짧아진다.

 

일단 이 책의 적지 않은 부분이 낯설게 느껴졌다. 단편 소설은 몇 편을 엮어 소설집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100페이지도 넘지 않는 짧은 소설 한 편이 책 한 권으로 나온 것이 꽤나 낯설었다. 또 하나는 책에 가득한 카트 멘시크의 일러스트였다. 소설의 내용을 화려하고 몽환적으로 표현한 일러스트는 책의 분위기를 한층 더 신비롭게 만들었다. 짧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13,000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도 이 일러스트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와서 버스데이 걸은 스무 살 생일을 맞은 그녀의 이야기를 다룬다. 생일 당일에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게 된 그녀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나이 든 사장을 만난다. 특이한 말투를 구사하는 사장은 그녀에게 무엇이든 들어줄 테니 스무 살 생일의 소원을 말해달라고 한다. 사장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녀는 와 만나 당시의 일을 떠올린다. 그리고 에게 물으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당신의 스무 살 생일과 그 날 빌었던 한가지 소원은 무엇이었냐고...

소설에서 그녀의 구체적인 소원의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부나 지식, 아름다운 외모 같은 일반적인 소원이 아니라는 것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다. 독자에게 소원의 해석을 넘김과 동시에 질문을 던진다. 스무 살 생일에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는가 그리고 그 당시에 소원은 무엇이었는가.

 

솔직히 말해서 스무 살 생일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입시에서 좋지 않은 결과를 받고 미래를 고민하던 시기로 생각한다. 아마 그냥 평범한 하루 중 하나가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일생에 단 한 번뿐인 스무 살 생일이라는 말에 아쉬운 감정도 많이 느꼈지만, 최근의 생일들을 생각해보면 또 그렇지는 않았다.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생일을 보낸 기억들이 맘속에 가득하다. 앞으로의 생일도 일생의 단 한 번뿐인 소중한 날들로 채워졌음 한다.

 

짧았지만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은 하루키의 단편이었다. 하루키의 소설에서 느껴보는 이런 감정도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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