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이 있는 사람은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고통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상황에 정말 익숙하다. 

하지만 편두통은 통증뿐만이 아니라 구역질, 구토를 수반하며 빛과 소리에 민감하게 만든다. 즉, 편두통은 정말 극심한 고통인 것이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5/10/09/story_n_8269552.html


10대에, 혹시 이 편두통이 평생동안 지속될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아직까지는 정확히 들어 맞고 있다.

10대 이전에, 기억이 더욱 희미한 시절에도 뚜렸한 기억들이 있는데, 할머니가 이마에 아까징끼를 발라 주곤 했는데 내 편두통의 역사는 정말 징그럽게 오래되었다.

별 효과가 없다는 점에서는 아까징끼나 아스피린이나 동등하다.


춥다는 생각이 들면 감기가 들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할 수 있지만 편두통은 아무런 징조가 없다.

어떤때는 조금 심하게 고개를 젖혔다고 생각한 순간에 오기도 한다.

일단 시작되었다하면 만약이 불통이고 거의 정확히 24시간 동안 폐인이 된다.

20년을 같이 한 전 주치의 말에 의하면 알면 알 수록 더욱 더 미로에 빠져드는 것이 편두통이란다.

슬프지만, 냉정하게 보아서 죽을때까지 같이 할 게 거의 확실해 보인다.


근래에 가장 확실한 약을 찾아 내었다.

고농도의 순수 카페인.

자연산으로는 이 정도 고농도 제품을 양산하기 어려워 합성 카페인을 사용한다고 한다.


약의 부작용만큼 주변의 만류도 심각하나 더 솔깃한 동생의 주장을 받아 들였다.

"편두통의 고통으로 인한 손실이 부작용으로 인한 것 보다 월등히 크다."


양 보다는 타이밍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투여되지 않으면 효과가 전혀 없다.

과감하여야 한다.

조금 아픈것 같으나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어. 이러면 백에백,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알면서도 또 놓쳤다.

편두통의 부대효과는 참으로 다양하고 개인차가 크다 한다.


나는 혈압이 떨어진다.

심장이 아주 천천히 뛴다.

호흡이 느려지고 혈중 산소량이 줄어 든다.

답답해진다.

심호흡을 계속 해보지만 잠깐 좋아지는 것처럼 느껴지다 만다.

더 답답해 진다.

정도가 심해지면 졸음이 온다.

이제 이번이 마지막이 아닐까. 

다시 깰 수 있을 지 왠지 확신이 안서는 가운데 점점 바닥으로 빨려 들어간다.


24시간이 넘어가면 약간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체온은 올라가고 봄날의 아지랭이가 보인다.

몸은 깃털 같아지고 발은 중력을 무시할 수 있다.

마음은 낙관과 사랑으로 충만해진다.

다시 세상은 살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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