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잡이란걸 알게 된건 학교에 가고 나서부터였다.
집에서는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다.
아마 할머니는 손자가 왼손잡이란걸 몰랐을지도 모르겠다. 음..이게 맞는 것 같다.
처음에는 대단한 착각에 빠졌다.
다른 애들은 오른손으로도 글자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물론 이런 터무니 없는 생각은 곧 정정이 되었지만 말이다.
하여간 이런 것 때문에 눈에 띄는 것이 싫어서 오른손으로 갈아 타기로 결심하였다.
그렇지만 당연히 그렇게 될리가 없지 않은가.
각고의 노력끝에 1학년이 끝나갈 즈음에 가서는 극도의 삐딱뻬딱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알아볼 정도로는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아주 조금씩 좋아지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사소한 실수로 왼손잡이이기에 남의 눈에 띄지 않겠다는 원래의 목적은 덧 없이 날라갔다.
괜히 우쭐한 맘에, 양손을 다 사용하여 칠판에 써대는 시범을 보인 탓에 조그만 시골학교의 전교직원+학생들이 모두 날 알게 되버렸다.
이제 어느 손도 제대로 못 쓴다는 게 현실이며, 원초적 해결은 매우 테크니컬한 방법 즉 키보드의 도입으로 종결되었다.
여전히 급하면 왼손이 먼저 나가고 오른쪽 어깨는 왼쪽 어깨에 비해 터무니 없이 약하다.
멍해질때면 왼손으로 젖가락질을 하고 있거나, 더 심하면 좌우를 잘 분간 못할때도 있다.
모든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으며 상황을 매우 나쁘게 만들었을 뿐이다.
결국 숨길 수는 있겠지만 바꿀 수는 없는게 본성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