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 Zimmer, Dream is Collapsing

여름날 대낮 혼자서 부산을 출발하여 서울로 가고 있었다.
거의 변화가 없는 고속도로의 풍경은 지금 여기가 어디인지,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리는지,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모두 흐릿하게 만들었다.
한여름날의 과도한 일사량은 썬글라스의 보호가 없는 내눈을 백색광의 포화상태로 만들어 놓았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차가 언제 쯤이었나.
언제부터 인가 도로에는 더 이상 오는 차도 가는 차도 보이지 않았다.
그냥 끝간데 없이 달릴 뿐이었다.

결국은 톨게이트가 나타난다.
톨게이트 주변은 SF에서나 등장할만한 거대한 콘크리트벽의 아파트들로 요새화 되어 있다.
텅 빈 톨게이트로 서서히 진입해 들어 간다.
하얀 얼굴의 여자가 아무 표정 없이 내려다 보고 있다.
얼굴은 두텁게 분칠되어 있으며 입술은 불타고 있다.
오른손엔 통행권을 찾아 들고, 왼손 중지로 스위치를 눌러 창문을 내린다.

눈앞에서 빛이 폭팔한다.
그녀가 터져 나가는 빛 줄기 사이로 산산히 부서진다.
톨게이트가 모두 사라져 없어진다.
주변 콘크리트 벽도 일순 없어진다.
눈뜰 수 없이 밝은 힌빛으로 가득찬 고속도로 만이 남는다.

왼손 중지는 아직도 스위치 위에서 까딱이고 있었다.
차는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거의 스치듯이 달리고 있었다.
여전히 끝간데 없이 달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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