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잠이 깨었다.

얼마나 잤을까.
잠시후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는 창으로 들어오는 으스름한 불빛만으로도 온방이 훤하게 들어 온다.

여기가 어딜까.
내가 뉘여져 있는 곳이 소파인걸 보니 케이블을 보다 잠 들었나 보다.
그럼 TV는 누가 껐을까.

열려진 방문으로 침대가 보인다.
방 천정이 주황색으로 밝혀져 있는 걸 보니 안쪽 화장실 등이 켜져 있나 보다.

침대 위에 멍멍이가 잠 들어 있다.

이상하지.
이 녀석은 침대에 올라가질 않는다.
어쩌다 애들이 올려 놓으면 좌불안석 불안해 하다 금방 내려 오는데.
누가 올려 놓았을까.

손가락 하나 꼼짝하기가 싫다.
눈 돌리기도 귀찮다.
그냥 그대로 잠든 멍멍이를 보고 있었다.
이제 곧 다시 잠들겠지.

멍멍이가 머리를 든다.
어둠속에서 망막에 반사된 빛이 번쩍인다.
멍멍이가 일어 선다.

오 맙소사.
두발로 일어 선다.
앞발을 들고.

오 맙소사.
두발로 선 멍멍이가 공중제비를 돈다.
360도 회전하면서 침대 밑으로 살짝 내려 앉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심장이 심하게 뛰기 시작한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진다.
그러나 몸은 차거워 진다.
호흡은 점차 느리게 느리게 진행 된다.

멍멍이가 가슴 옆에 서 있다.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목이 완전히 잠겼다.
아무 소리도 낼 수가 없다.

물어 본다면 무엇인가 답을 해 줄 것만 같다.

유리구슬을 박아 넣은 두눈은 인광으로 빛나며
삐쭉 솟아난 이빨을 따라 침이 흘러가며
비웃는 얼굴로 무엇인가 알려 줄 것만 같다.

중대장은 M1 갤런드를 좋아했고 선임조교는 교육기간 내내 그 총을 매고 다녔다.
사격장에 뛰어든 개를 중대장은 200미터 거리에서 그 총으로 명중 시켰고 사체를 치우러 내가 올라갔다.
단 한발에 반이 짤려나간 머리가 허덕대며 올라오는 나를 비웃으며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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