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선 멧돼지가 종종 사람을 파먹곤 하였다.
물론 잘 묻어 놓은 걸 파내서 먹는거다.
이놈들이 할아버지를 갈기갈기 뜯어 놓아 날 피곤하게 만들었다.
복원하는데에 수백만원의 현찰이 날라가고 경찰이 오라가라 하는 통에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처지에 기아선에 놓일뻔 하였다.
이렇게 된 근본 연유는 전적으로 작은 할아버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무슨 황당한 집안 전통이란 걸 들어 왜 멀쩡한 관뚜껑은 다 뜯어냈느냔 말이다.
자기 관은 멀쩡하게 해서 묻었는지 사촌들에게 물어 봐야 겠다.
애들은 어릴적에 잘 죽는다.
나도 여섯살이 넘어 출생신고가 되었다.
출생신고서랑 사망신고서를 같이 접수하자면은 참 번거러울거다.
애가 귀하다고 너무 일찍 출생신고만 덜렁 해 놓고서는 사망신고는 하지 않아 수십명의 귀신들이 호적에 줄줄히 붙어 있다.
호적 한번 떼면 십수장이 나온다. 이 귀신들을 구천에다 쫒아버릴려면 하나 하나 소송을 해야 한데서 그냥 내벼 뒀더니 호적이란게 없어졌단다.
애들은 관에 잘 넣지 않았다.
그냥 거적데기에 둘둘말아, 그 집에선 가장 좋은 이불이라고 주장들은 하지만, 구덩이에 던져 넣고 큰 돌덩어리들로 꾹 눌러 놓았다.
보름달이 뜨면, 무덤에서 기어 나와, 산을 내려가서, 자기 집을 찾아가, 엄마 아빠 옆에 끼어 들어 올까봐 돌덩어리로 눌러 놓은건 물론 아니다.
머 가끔 그런 극성 맞은 애도 있다고 수근거리기도 하지만, 들개가 파 갔다는 소문만큼 믿을게 못 된다. 다 돼지 때문이다.
산을 네개 넘으면 옆동네 바운더리에 들어간다.
그 동네엔 거친놈들이 몇몇 있어 학교에서도 마주치는 걸 슬슬 피하는 판에 산길에서 본다면 절대 바람직한 상황이 될 수 없으므로 산속 깊이 들어갈때는 충분히 조심하여야 한다.
한날은 메뚜기 잡아 먹는데 정신이 팔려 너무 깊이 들어 갔다가 조그만 다리 하나를 줏었다.
거무틱틱하게 적당히 썩은 걸로 보아 죽은지 그리 오래되진 않아 보이지만 이거 하나 가지고선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
옆동네 애 인게 분명하지만, 울 동네에서 근자 죽은 애가 없으니까, 세상만사 확실히 하는 게 좋지. 괜히 옆동네에 내려 갔다가 안 좋은 꼴 당할수는 없으니까.
해서 머리를 찾아, 그래야 누군지 알지, 근방을 열심히 샅샅히 뒤졌다. 한손엔 메뚜기를 줄줄히 꿴 억새를 들고, 다른 손엔 줏은 다리짝을 지팡이 삼아 들고.
그러나 해가 산에 걸리기 시작하니 모든걸 포기해야만 한다.
작년에 같은 반이었던 여자애가 홍수난 다리위에 멍청히 서 있다 물살에 휩쓸려 떠 내려 갔다.
그 애 아부지가 지류를 십리는 더 따라 내려가 찾아 왔다.
자갈밭, 돌덩어리들, 계곡, 암초, 갖가지 콘크리트 구조물에 부딫치며 그 거리를 떠 내려갔으니 믹서에 넣고 돌려 덴거나 진배 없다.
처음 발견했다는 친구말로는 그냥 쓰레기 뭉치인줄 알았단다.
산으로 올라가는 그 애 아부지를 뒤 따라 갔다. 지게에 담긴 정부미 자루위로 툭 튀어 나온 발려진 뼈를 보고서는 그냥 슬퍼졌다.
그래서 더 이상 안따라가고 지척에 있던 할머니 무덤옆에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울었다.
며칠후 경찰이 와서 정부미 포대를 도로 파가지고 갔다. 그 애 아부지두 지 맘대로 딸을 묻었다고 같이 붙들려갔다.
왜 그애가 그날 그 다리위에 있었는지를 아는 것은 나 뿐이다.
그래서 깊게 파인 상처는 없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사촌이 한밤중에 깊게 잠든 나를 깨웠다.
그리고 책상위에 올려 놓은 보자기에 싸인 물건에 대해 출처와 법적 문제에 대해서 짧게 알려주었다.
난 개구리가 주종목이고 그거 보다 큰 거리곤 개를 딱 한번 만들어 본거 밖에 없다고 하였지만 병원서는 눈이 많아 도저히 숨길 수가 없다고 막무가내다.
사촌이 가고 나자 어짜피 남들 눈에 띄이면 나만 곤란해지니 작업을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