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빨리 기억이 사라져 간다.
특히 이름에 관한 기억이 그렇다.

기억은 뉴런간을 연결해 주는 시냅스에 만들어 진다는 게 정설이다.
시냅스에 생화학적 변화가 생기면 정보가 저장 되어 기억이란게 만들어 진다.
그러나 이 변화는 그리 오래 가지 못하여 단기 기억이 된다.
반복되는 기억은 시냅스에 돌기가 생기는 물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최근에 알려졌다.
그러니까 장기 기억이 된다.
오래된 기억은, 오랫동안 유지되었던 기억은, 시냅스에 물리적인(상대적으로 영구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시냅스가 손상된 것이 아니라면 그 기억은 없어진 것이 아니다.
단지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찾을 수가 없을 뿐이지.
그러다 우연히 그 기억을 연결하는 태그가 잡아 당겨지면 같이 연결되어 있던 한무더기의 기억들이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오그락지가 한 접시 딸려 나왔다.
무심결에 바로 튀어 나오지 않았다면, 오랜 기억을 더듬었다면, 과연 이런 발음이었던가를 의심하였을 것이다.
오그락지? 오구락지?
그 동네 발음을 완전히 표현하기에는 한글시스템은 완전 역부족이다. 

태그 오그락지를 따라 뉴런 속을 누벼보자.

따로 모아 쌓아 놓은 배추 겉 껍질 (이를 지칭하는 먼가 용어가 있었는데 연결이 안된다)을 새끼로 주렁 주렁 엮어 햇볓 잘 드는 담벼락에 걸었다.
씨레기 보다는 쓰레기에 가까운 발음이었던 것 같다.
밭에 팽겨쳐 진, 버려지다시피한 무우를 끌어 모아 산산히 토막을 내어 대나무 소쿠리에 담아 널었다.
9살 꼬마가 초겨울에 한 일이다.
겨울은 추웠다. (지구 온난화 만만세)
방에 있던 주전자가 얼어 붙었다.
가진 옷은 모두 입고 잤다.
이가 딱딱 소리를 냈다.  
먹을 것이라곤 잘 말라서 바싹거리는 배춧잎, 무우 말린것
문득 깨니 깜깜한 어둠속에서 누나가 울고 있다.
머라고 할려다 그냥 우는게 더 좋을 것 같아서 그대로 잤다.
그 해 겨울 같은 반 애가 얼어 죽었다.
죽었으니 9살 형체로 영원히 기억된다.

시냅스에 물리적 변화가 생겼다면 뇌가 생리적으로 죽었다 하여도 기억은 그대로 유지된다.
'연속된 기억' 이란 정체성의 정의를 받아 들인다면
그리고 절묘한 우연의 결과(혹은 테크놀로지의 결정판이 되든) 뇌만 극히 정교한 화석이 되어 시냅스 하나 하나의 분자적 구조가 보존된다면
그 해 겨울도 영원히 따라 가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