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형이 세상을 떳다.
죽는다는게 워낙히 시간문제라 딱히 별다른 감흥은 없다.
유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원래가 감정적인 고통을 별로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무덤덤할 뿐이다.
대신 몸이 고통을 느낀다.
딱히 어디가 아픈지 알 수 없다.
그냥 시름시름 아파온다.
심한 몸살 같은 거랄까.
원체 힌 피부가 더욱 하애진다.

2.
형이 독실한 기독교인이란다.
피식 웃음이 터진다.
엄청 넓은 영안실이 교회 부속건물이 되었다.
화장을 한덴다.
훌륭한 결정이라고 상주를 칭찬해 주었으나 유언이란다.
또 한번 피식.
대표목사에게 화장에 대한 교회의 공식입장이 무엇이냐고 시비 걸었다.
공식지침은 없으며 신도들이 원하는 대로 하면 된단다.
교회가 확고한 신념하에 교인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야지 그런 어정쩡한 오락가락 태도가 무어냐고 준엄히 꾸짖었다.

3.
화장후에는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고향에 있는 절로 간단다.
교회에는 적당한 납골시설이 없단다.
마땅한 곳이 나올때까지 절에 두기로 했단다.
아는 절이냐고 물었다.
좀전에 고향 사는 형이 절에 전화 해 봤는데 멀 믿던 상관없이 그냥 오면 된단다.


4.
수원에 있는 화장장은 다 차서 시간을 맞출 수 없단다.
가까운데 두고 멀리 벽제로 빙 돌아 간단다.
예약이라도 좀 잘하라고 누가 상주에게 시비 건다.
미친넘. 너 죽을때가 언제라고 알고 예약 할 수 있겠느냐.
문중 최고위층의 자격으로 또 준엄히 꾸짖었다.
같은 사인으로 세상 뜬 3인이 모두 벽제의 신세를 지는구나.


5.
수원이 인기 폭팔한 이유야 다 짐작이 간다.
다들 간과해버리는 사실이지만 화장절대애호주의자의 자격으로서 그분의 가장 훌륭한 치적으로 기록해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매장의 폐해는 널리 알려진바이지만 아직 화장이 획기적으로 늘지 않으니 사회 지도층 인사의 솔선수범이 절대 필요하다.
게다가 딸랑 쪼그만 묘비하나만 원하지 않았는가.
산하나를 작살낸 호화분묘를 보거들랑 침을 뱉아 주자.
 

추신. 
보복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화장장 개소는 45곳이다.
놀라운 건 대한민국 인구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도가 합쳐서 딸랑 3곳뿐이다.
더 놀라운건 벽제 화장장이 서울시 소유란다. 즉 서울시에 화장장은 단 한 곳도 없다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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