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 - 월스트리트 저널 부고 전문기자가 전하는 삶과 죽음의 의미
제임스 R. 해거티 지음, 정유선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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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부고를 쓰는 기자이다. 보통 부고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유명인이 아니라면 쓰이지 않을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흥미롭고 주목받을 만한 삶을 살았지만,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의 부고를 썼다. 당신은 깨닫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당신의 이야기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한다. 나의 인생도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또, 우리의 인생이 이야기로 펼쳐진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책<그렇게 인생은 이야기가 된다>에서 말해주는 인생이 이야기가 되어가는 과정이 궁금해진다.

우선, 우리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탐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쓸 수 있다. 틀에 박힌 글이 아니라 우리의 인생 이야기를 보존할 기회다. 부고의 표준 형식을 따르지 말 것을 강조한다. 그 대신 내가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려 했고 삶이 어떻게 펼쳐졌는지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정확한 자신의 글을 써내려 가기 위해서는 세 가지 물음이 꼭 필요하다.

1.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2. 그 이유는 무엇인가?
3. 목표를 이루었는가?

이 질문은 앞의 인생에 있어서 더 나은 선택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고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갈 수 있는 통찰력을 가져다준다. 인생의 경기 전략을 변화시킬 기회 또한 주어진다. 그 통찰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모든 에피소드를 넣을 수는 없지만 조금씩 두드러지는 사건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신이 되살린 추억과 삶에 대한 통찰은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기도 했다.

부고는 분노로 가득한 인생 이야기이다. 거기에 약간의 유머와 의미 있는 교훈을 섞어 넣으면 자신만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죽음은 그 이야기를 하려는 구실일 뿐이다. 성공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의 경험 그리고 삶의 굴곡, 영광과 실패의 순간, 심지어 굴욕의 순간까지 나열해도 괜찮다. 부고는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졌고 원하는 만큼 길이도 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나만의 것이다. 마지막이 타인의 것이 아닌 나만의 것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안네의 일기만큼의 명성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이야기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멋지지 않은가. 글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음성으로 남겨도 괜찮다.

누구나 사람은 책 한 권의 서사를 가지고 있다. 그 서사를 위해 이야기를 조금씩 꾸준하게 써 내려가면 삶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처음에는 벽화의 의미를 해석하듯 멀리서 보다가 세부 사항을 들여다보면 어떤 해석이든 나만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편지든, 경험이든 삶의 기록이 되어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었다는 것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과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완벽한 도입부는 필요 없다. 그저 당신의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조금씩 글을 써내려 가다 보면 형체를 갖추고 문장은 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더욱 자신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을 준다. 예시를 통해 자신의 글을 더욱더 다채롭게 할 방법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한다. 영감을 얻어 자신의 이야기를 표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뿐만 아니라 어떻게 이야기를 담을지에 대한 큰 그림을 내어주는 과정을 거친다. 내 이야기를 할 자격이 있는지가 아니다. 오직 나만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 쓸 수 있을 때 정확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쓰도록 하자고 말한다. 언제 죽음이 찾아올지 모를 이 상황에서 당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해보자고 조언한다. 미완이어도 괜찮다. 완벽하지 않고 서툴러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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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해몽사전 걷는사람 소설집 10
박정윤 지음 / 걷는사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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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윤 작가의 장편소설 <꿈해몽사전>은 주어진 운명을 벗어나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인간의 무의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꿈이라는 공간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윤소리, 그녀는 복잡한 감정을 벗어나 '꿈 해몽 사전'에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다. 그 순간에서 우리가 은연중에 느꼈던 편견과 오해를 어떻게 풀어나가는지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꿈을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주하고 싶었던 소리는 처음에 할머니에게 부탁해 보지만 개꿈이라며 거절당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꿈을 해몽하기 위해 참고 자료를 찾아보지만, 통계적이고 주술적이라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직접 꿈 해몽 사전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현재의 상태에서 할 수 없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카페를 이용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꿈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정리하기로 한다. 꿈을 사는 행위를 통해 해석 범위를 넓히고 꿈 해몽 사전을 완성하는 데 힘을 쓴다. 보통의 기준에서 겹치는 건 있었지만 꿈은 딱 맞아떨어지는 풀이가 없었기 때문에 꿈을 꾼 본인의 감정에 맞춰서 해석을 해나간다.


소리는 자신을 두고 떠난 동시에 자신의 운명을 바꾼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을 꿈 해몽 사전을 통해 해소한다. 여러 사람의 도움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일들은 절대 당연하지 않았다. 그렇게 축축하게 젖은 목소리는 이토록 슬프게 하면서도 가슴에 차곡차곡 쌓여 내면을 잠식하기도 한다. 지금, 이 상황을 손쉬운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누군가를 원망하며 편안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이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엄마의 안녕을 바랐고 재회를 기다렸다. 설령 자신의 해석이 틀렸다고 해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은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아마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들어주지만, 막상 사회에 나오면 멸시당하는 무당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어진 운명에 순응했던 1세대, 2세대를 지나 3세대에 이르러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젊은 무당들의 이야기이다. 왠지 모를 씁쓸함이 감도는 책은 소리의 시선으로 보면 더욱 그 운명이 잔혹하게 느껴진다. 선택할 수 없어서 더욱 가혹하게 느껴지는 일들은 무업 전승 체계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순간에 아무것도 아닌 사이가 되는 건 참으로 쉬웠다. 무례한 언어를 내뱉는 이들이 잘못했다고 느끼면서도 계속된 배제와 혐오에 의한 따돌림은 내면에도 스며들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마치 모두 자신이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언제부터 혐오는 당연하게 된 걸까.


불안한 마음은 본인이 운명을 결정할 수 없는 무력감에 더욱 저항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펼쳐질지 모를 미래에 대한 운명의 흐름을 과연 자신이 바꿔나갈 수 있는 것인 걸까. 숙명적인 운명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어떤 행동으로 인해 그 운명을 벗어나기도 한다는 생각이 때론 희망을 가져다주는 것도 같다. 이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시작점에 놓여있었다. 아마 이전 세대들처럼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의지'를 가지게 되었음에 만족할 수밖에. 여전히 선택하지 못한 삶과 그로 인해 배제된 자신의 삶은 그 자리에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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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정원
홍준성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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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지하정원>은 홍준성의 장편 소설이다. '비뫼'라는 가상의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묵직하고 빼곡한 세계관은 극도의 몰입감을 자랑한다. 분명 한국 소설이지만 굉장히 넓은 세계관을 통해 접근하는 허무의 대서사시는 상당히 인상깊다. 소설의 배경이지만 인간 문명사에서 한번쯤은 등장했던 도시처럼 느껴진다. 우리가 살아온 사회에와 인간에 대한 본질을 탐구하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 뿐만 아니라 철학적 성찰까지 고려하는 소설의 결은 오랜 시간 동안 남을 것 같다.

삶을 정리하는 것은 일련의 과정으로 흘러가 책이 될 수 있지만 책은 삶이 될 수 없다. 조금씩 단어가 더해져 하나의 글이 된다. 정하지 않은 기간의 경계에서 자기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인생은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다. 그가 말한 것처럼 자신은 과거의 결과물이자 우연의 덧없는 퇴적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좀 달랐을까. 비극의 시간은 언제부터 시작된 줄도 모를 정도로 빨리 흘러가 자신을 뒤덮는다. 그의 정체는 나라의 외면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어 없는 존재로 살아야 했던 어떤 식물학자의 이야기이다.

잇따른 비극으로 인해 그 존재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혼돈을 뿌리로 덮지는 못했던 존재를 철저한 비밀에 부치고 있었다. 비밀을 밝히려는 자와 감추려는 자의 치열한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믿음은 한없이 무너지고 존재하지 않았던 허상처럼 느껴졌다. 모든 것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고 진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현재에서 바라보는 과거는 참혹함 그 자체였다. 무언가 또렷해지지만, 정확히 보이지는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끼지만, 점차 그 존재에 가까워짐을 느낀다. 사람을 빨아당기면서도 베일에 가려져 저주받은 도시를 받치고 있는 한 나무는 이유도 모른 채,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 나무에 대한 것은 무성한 소문은 은폐에 의해 그 존재감을 더해가고 있었다. 신빙성을 더하는 진실은 어느샌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연구가 지속될수록 그 미지의 존재는 더욱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여러가지 단어들이 맴돌며 한 문장을 완성하는 어떤 존재는 순수한 절망과 죽음의 두려움으로 남았다.

많은 이들이 겪었던 비극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했다. 과거를 잊지 못하는 건 나름의 괴로움이었지만 고통의 연속이었음에는 틀림이 없다. 과거의 모습은 사라지고 현재의 나약함만 남은 모습에 동정심보다는 알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했다. 그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은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죄에 의한 것에 불과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고통의 근원을 찾아 헤매지만, 권력에 의한 억압은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세상의 그릇된 점을 성토하는 이들이 존재했다. 각기 계층마다 이루어지는 교육과 사상은 그들의 평생을 좌우했다. 사람에게는 자아가 있었지만, 세뇌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것은 세상의 원리며 본질이었다. 희망이 사라진 곳에서는 희망이 사치였으며 참혹한 비극은 익숙했다. 권력자들은 체제를 바꾸는 것보단 폭동을 일으켜 제압하는 방법을 택했고 무의미한 연례행사처럼 이어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금씩 생겨나는 변화는 내면에 스며든다.

책의 단락에 놓인 문구가 결말과 맞닿아 한 줌의 의미마저 소실된 고통으로 이어진다. 여전히 모르는 것들로 가득하지만 설령 그 사실에 대해서 안다고 해도 그의 손으로 바꿀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앞에서 이야기했듯 모든 것이 붕괴한다는 건 비극도 종결된다는 것이다. 후회로 물드는 인생 낯빛의 정체는 비극의 다른 면모를 보인다. 그곳에서도 희망을 부르짖는 이들의 소망처럼 기꺼이 마무리를 짓는다. 허무함은 예고된 또 다른 완결의 시작이다. 죽음은 죽음으로 끝이 나지만 새로운 탄생이 이루어질 것만 같았다.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도 그 공허함마저 마치 정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나무는 생처럼 죽음과 함께 세상을 지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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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휴먼스 랜드 (양장) 소설Y
김정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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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의 장편 소설<노 휴먼스 랜드>은 제3회 창비 x 카카오페이지 어덜트 소설의 수상작이다. 어느 날, 찾아온 기후 재난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한 노 휴먼스 랜드에서 일어난 일을 다뤄낸 책 <노 휴먼스 랜드>를 소설 y 클럽 8기 활동으로 만나봤다. 상황 설정에 흥미로움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 더욱 몰입감 있게 감상할 수 있었던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은 기후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2044년 기후 변화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뀐 지구. 폭염과 폭설, 가뭄과 한파, 지진과 쓰나미가 일어나 식량 생산량이 급감하고 대기근이 발생했다. 지구를 회복하기 위해 유엔은 세계 곳곳을 '뉴 휴먼스 랜드'로 지정한다. 그리고 한국은 국토 전체가 노 휴먼스 랜드로 지정되어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땅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나서 2070년, 노 휴먼스 랜드를 조사하기 위해 파견된 다섯 명의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그중 미아는 누군가의 청탁을 받고 '시은'이라는 이름으로 잠입하여 수상한 점을 발견하면 보고하는 임무를 맞게 된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하게 된 노 휴먼즈 랜드 조사단은 황폐해진 서울에 도착한다.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서 하나, 둘씩 발견되는 흔적은 의심으로 가득하게 만들었다. 과연 이곳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여러 가지 의심 요소들은 사라지는 사람들만큼이나 익숙하지만 자연스럽지 않았던 것만큼 반드시 밝혀내야 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일은 표면적으로 괜찮아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일을 저지하기 위해선 빠른 판단력과 막을 힘이 필요했다. 문제를 직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뒤늦은 상황 판단이라고도 볼 수 있는 내면의 갈등이 이어지고 끝끝내 자신만의 답을 찾으면서 상황을 해결해 간다. 어른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은 나름의 해결 방식을 찾아 세상을 변하게 했지만, 또 다른 세상과의 조우는 정해지지 않은 채 끝났다. 이것이 살아감의 정답은 아니겠지만 누군가의 이득을 위한 다수의 희생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듯하다.


현재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책의 설정은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인물들이 현재 상황에 처했지만 살아가게 만드는 인생의 의미를 되찾게 만든다. 그 과정이 순탄치 않고 답답하게 여겨지지만, 자신의 신념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앞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은 굳건했다. 두려움에 익숙해지면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무감각해진다고 한다. 과거의 아픔을 이겨내지는 못했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뒤로 하고 살아간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 것들로 인해 무기력해진 감정들이 조금씩 깨어난다. 이 세상을 구하는 일은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중요한 일이었으니까. 다시 멸망의 순간이 온다고 해도 인간이 해결해 나갈 힘의 존재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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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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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도달할 수 없는 답을 찾아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인생의 고민이 있을 때, 찾게 된 안식처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답이 담겨있는 책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산티아고에 가면 "당신은 왜 이 길을 걷고 있나요?"라고 의례적으로 묻는다고 한다. 이곳을 건너는 순례자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순례를 통해 나 자신을 마주하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던 저자에게 있어서 순례자는 '스스로 정체성을 찾는 사람'이라고 한다. 길을 잃은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부의 갈라시아 지방에 있는 도시로, 야고보의 무덤 위에 만들어진 산티아고 대성당 및 종교의 순례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어떠한 자격도 요구하지 않아 누구나 순례자가 될 수 있으며 길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오는 그곳은 산티아고이다. 저자는 31일간 두 번째 순례길 위에서 겪었던 일을 글로 풀어낸다. 800km라는 긴 여정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결정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어떤 의미를 받아들이게 됐을까.

32살까지 부모님, 친구 혹은 직장 동료, 사회에서부터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불러오는 공허함은 상실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대학 졸업 직전 떠났던 첫 번째 순례길의 좋은 기억을 떠올려 두 번째 순례길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어 떠났지만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첫 번째 순례길과는 달리 두 번째 떠나는 순례길은 좀 다른 마음가짐으로 가고 싶었던 저자는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오르기로 한다.

모든 것이 쉽게 흘러갔던 첫 번째 순례길과는 달리 두 번째 순례길에서의 산티아고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 스페인의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여러 가지 변수는 처음의 마음이 흔들리게 했다. 그래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과 홀로 외롭게 고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는 탓에 억지로 마음을 막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나고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며 그 환경에 적응해 간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살아온 답 외에도 여러 가지 정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불편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하면서 그곳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순간을 가진다. 자연을 통해 삶의 이치를 배우는 건, 쉽게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면서도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불어넣고 사소한 행복을 배워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의 방향성을 잡아가며 뚜렷해지는 것들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불확실해지는 것들을 마주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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