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이해솔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7월
평점 :
삶은 현재를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살다 보면 도달할 수 없는 답을 찾아 나서고 싶을 때가 있다. 인생의 고민이 있을 때, 찾게 된 안식처에서 발견한 자신만의 답이 담겨있는 책 <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산티아고에 가면 "당신은 왜 이 길을 걷고 있나요?"라고 의례적으로 묻는다고 한다. 이곳을 건너는 순례자들은 각자의 이유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순례를 통해 나 자신을 마주하고 삶의 방향을 정할 수 있었던 저자에게 있어서 순례자는 '스스로 정체성을 찾는 사람'이라고 한다. 길을 잃은 것처럼 삶을 살아가는 것이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산티아고는 스페인 북부의 갈라시아 지방에 있는 도시로, 야고보의 무덤 위에 만들어진 산티아고 대성당 및 종교의 순례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어떠한 자격도 요구하지 않아 누구나 순례자가 될 수 있으며 길 위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 무언가를 얻고자 하지만 마음을 비우고 오는 그곳은 산티아고이다. 저자는 31일간 두 번째 순례길 위에서 겪었던 일을 글로 풀어낸다. 800km라는 긴 여정 속에서 오로지 자신의 결정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받아들이며 어떤 의미를 받아들이게 됐을까.
32살까지 부모님, 친구 혹은 직장 동료, 사회에서부터 인정받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자신이 추구하던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불러오는 공허함은 상실감으로 이어지곤 했다. 대학 졸업 직전 떠났던 첫 번째 순례길의 좋은 기억을 떠올려 두 번째 순례길을 오르기로 결심한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두고 무작정 비행기 표를 끊어 떠났지만 잃어버린 나를 되찾기 위한 이 선택에 후회는 없었다. 첫 번째 순례길과는 달리 두 번째 떠나는 순례길은 좀 다른 마음가짐으로 가고 싶었던 저자는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오르기로 한다.
모든 것이 쉽게 흘러갔던 첫 번째 순례길과는 달리 두 번째 순례길에서의 산티아고는 많은 어려움을 겪게 했다. 스페인의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는 변덕스러운 날씨, 여러 가지 변수는 처음의 마음이 흔들리게 했다. 그래서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마음과 홀로 외롭게 고생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공존하는 탓에 억지로 마음을 막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만나고 도움을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며 그 환경에 적응해 간다.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살아온 답 외에도 여러 가지 정답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예전과는 다르게 불편한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하면서 그곳의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순간을 가진다. 자연을 통해 삶의 이치를 배우는 건, 쉽게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면서도 평범한 일상에 의미를 불어넣고 사소한 행복을 배워가는 여정이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 삶의 방향성을 잡아가며 뚜렷해지는 것들을 발견한다. 그러면서도 불확실해지는 것들을 마주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내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