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조해진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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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사회의 소외 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깊은 이해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낯선 도시에서의 만남과 인간관계의 복잡성을 통해 진정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짧은 만남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을 보여준다. 2024년 3월 1일 공개될 넷플릭스 오리지널 <로기완을 만났다>의 원작 소설로 영화에 어떻게 표현할지 기대감을 자아내고 있다.

이니셜로 존재했던 L인 남자가 있었다. 그는 유령처럼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무국적자, 난민, 불법체류자를 다 포함하는 이방인으로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 불안감을 넘어서기 위해 이곳저곳을 유영했고 삶의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으나 자신의 어머니의 몫을 위해 더 살아야 한다는 생각 하에 그저 흘러갔다. 어떤 서류도 개인의 존재감을 증명할 수 없었으며 수도 없이 사라질 시간과 순간을 살아간다. 자신을 증명하듯 그가 남긴 문장만이 그를 존재한다고 말할 뿐이었다.

한편, H에 실려있는 기사에는 이니셜 L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그리고 그 기사의 마지막 한 줄이 브뤼셀로 자신을 이끌었고 익숙했던 세계를 떠나는 계기가 되었다. 이방인이 되어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브뤼셀행 비행기를 예매했다. 해당 기사를 쓴 기자에게 L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봤지만, 그와는 연락이 끊겼고 그를 잘 아는 사람은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방인이 되어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사람에 대해 글을 써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유령처럼 살고 있을 L이 누군가에게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암호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희한한 일인지 몰랐다. 그의 일기와 자술서를 통해 '로'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간다.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겉도는 로의 모습에서 연민을 느낀다. 안도감은 그의 흔적을 따라가서가 아니라 고독과 불안까지도 내 것으로 끌어안은 채 이 도시를 보유하고 있다는 일체감에서 형성된 것이었다.

여전히 낯선 이곳에는 몸을 뉠 곳도 마음을 둘 곳도 없었다. '신분이 보장되지 않는' '젊은 남자'가 일을 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동정심을 이용해 호의 혹은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그를 이용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거짓 없는 진실이 이곳에 존재하는 걸까?

어떤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전체의 삶을 변화시키는 시작에 불과한 일일지도 모른다. 과거에 머물렀던 상처를 '로'라는 인물을 통해 마주하고 또 풀어나가는 과정을 거친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문장들에서 느꼈던 불쾌감의 이유를 책을 감상하며 파악하게 되었다. 삶의 이유를 무언가에 대한 흥미로 옮겨간 가벼운 마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이해하기 위해 타인의 상처를 헤집는 일이 가장 불쾌하게 여겨졌다. 세상에 지쳤던 그의 마음과 타인을 함부로 판단하는 오만함은 어느새 관용이라는 단어로 바뀌게 된다. 그의 세계와 나의 세계가 만나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한 사람의 생애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생을 넘어 억겁의 시간이 걸려도 모자를 정도이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끌리는 과정은 단 몇 문장, 몇분도 걸리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가 로기완을 만났을 때, 환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에서는 정말 끝부분에서 만남을 하고 온기를 나누는 장면은 다음에 나올 어떤 희망을 가리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느끼는 감정들에 환멸을 느끼기도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느끼는 감정은 '로'를 통해 해소되고 자신의 진실된 감정을 마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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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 특서 어린이문학 7
정명섭 지음, 불곰 그림 / 특서주니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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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석 작가의 <아브카라디브카, 마법의 언간독>은 타임 슬립 역사 동화로 과거와 현재를 재치 있게 이어가며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주인공 주희의 모험과 성장은 마법적인 요소와 함께 현실적인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독특한 소재와 흥미로운 소재로 판타지 소설만의 재미를 펼쳐낸다.


아이돌 그룹 코스트 컨티뉴를 좋아하는 주희, TV 프로그램을 챙겨보던 중 지승이라는 멤버가 언간독을 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휴식처이자 위안이 되어준 책으로 자신은 <언간독>을 가지고 있어서 그 물건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연락을 달라고 말한다. 주희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 물건은 바로, 증조할머니의 유품이었으며 주희의 옆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멤버에게 물건을 건네주고 꿈을 이룰 생각에 부푼 주희는 언간독을 품에 안고 방에 들어가 잠들고 만다.


이 소설은 주희가 언간독을 통해 1937년의 옥천으로 시간 여행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흥미진진한 사건들을 그려낸다. 주희는 과거의 옥천에서 자신의 할머니와 만나게 되면서 그녀의 삶과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성을 통해 과거의 사건들이 어떻게 현재의 세계를 형성했는지 이해하게 된다.



<언간독>은 증조할머니의 젊은 시절 애환이 담긴 책이다. 할머니가 살던 시절은 차별이 당연해서 여자의 역할은 집안일에 국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여자가 공부할 권리가 없어 '몰래' 야학당을 다녀야 했고 '몰래' 글을 깨쳐 <언간록>을 써내려 간 것이다. 차별이 당연했지만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피워낸 열망은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책에서는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평화에 대해 논하며 누군가의 저항과 희생을 통해 누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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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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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제 작가의 <터널 103>은 제4회 창비 X 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대상 수상작이다. 소설 Y 클럽 10기 책이며 재난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는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제공한다. 이제는 끝없는 고난 속에서 펼쳐지는 인간의 선택을 마주할 차례다.


외딴섬에 괴생명체가 나타나 인간을 감염시키고 잡아먹었다. 피부 없는 괴물들은 무파귀라고 불렸고 이들로부터 도망치던 사람들이 해저터널에 숨었다. 한편, 무파귀를 피해 달아나던 군인들은 터널 중간의 차폐문을 닫았고 사람들은 그곳에 남겨져 터널에서 삶을 이어간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어느 날, 터널에 바닷물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다형이 나가서 방법을 모색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던 터라 차폐문을 열 방법을 찾기 위해 터널 밖의 세상으로 나가게 된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에 발을 디딘 다형은 터널 안의 사람들을 살릴 수 있을까?


외딴섬에 나타난 괴생명체 "무파귀"로부터 피해 터널에 숨어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폐쇄된 공간에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40년 동안 터널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제한된 환경 속에서 삶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안전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외부 세계와의 단절은 고립감, 답답함,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불러온다. 재난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었다.


<터널 103>은 다형을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희망과 절망, 그리고 희생과 이기심 등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는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여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게 만든다. 제목에 담겨 있는 의미를 유추하면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유이제 작가의 <터널 103>은 흥미로운 소재와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 그리고 심오한 주제 의식을 결합하여 장르 소설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극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과 선택의 윤리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에게 재미와 감동, 그리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SF, 스릴러,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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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 - 나를 살리러 떠난 곳에서 환자를 살리며 깨달은 것들
김준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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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작가의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는 한국에서의 안정된 삶을 떠나 캐나다로의 여정을 담은 이야기로, 그의 삶을 크게 바꾼 의미 있는 결정과 그에 따른 변화를 다룬 책이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의 여정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저자의 개인적인 여정을 통해 얻은 깊은 깨달음과 인간의 연약함에 대한 고찰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전달한다.

한국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아가던 중 답답한 현실에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캐나다로 이민을 결심한다. 하지만 낯선 환경과 언어장벽으로 인해 수많은 어려움과 실패를 겪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우연히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꿈을 이루게 된다. 낯선 땅에서 새로운 직업을 시작하며 그는 삶의 가치와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응급구조사로서 그는 삶의 죽음의 경계선에 서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연약함과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목격하는 가슴 아픈 상황과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은 큰 충격을 안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삶의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나는 캐나다의 한국인 응급구조사>는 저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책이다. 낯선 환경에서 꿈을 향해 도전하는 그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삶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과거와 함께 맞닿아 있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만큼 더 중요한 게 있을까. 특별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삶의 가치를 다시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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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 - 어느 인류학자의 한국전쟁 유골 추적기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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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헌터>는 충남 아산에서 발견된 정체불명의 유골들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스펙터클한 유골 추적기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 당시 자행되었던 민간인 학살사건과 국가폭력 피해자의 상처를 심도 있게 다루며 민간인 학살의 참상과 땅속에 묻힌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역사의 희미한 골목에서 발굴된 미지의 이야기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고경태 작가의 한국 전쟁 유골 추적기는 지금 바로 시작된다.

 

이 책을 통해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사건의 잔혹한 현실을 드러내고 그 고통을 겪은 희생자들의 목소리를 되살려낸다. 또한, 국가 폭력과 집단 죽음의 배경을 파고들어 사건의 본질을 분석하고 침묵 속에 감춰진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한다.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는 '교차식 구성'을 채택하여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의 은폐된 진실을 추적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A4-5의 독백을 시작으로 한쪽 축은 민간인 학살 사건의 이야기로 전개되며, 다른 한 축은 인류학자 선주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이 두 이야기는 서로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출발하지만, 유골의 증언을 따라 점점 가까워지며 결국 아산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연결된다.

 

각 챕터에서 다양한 화자의 시점을 통해 민간인 학살의 참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역사적 사건의 다양한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민간인 학살의 참혹한 실체를 보여준다. 특히, 유골 발굴 현장의 생생한 사진과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은 독자에게 강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유골에 새겨진 기억의 흔적을 통해 과거 비극의 현실로 전환되는 느낌이다. 더불어 민간인 학살의 정치·사회적 맥락을 보강하기 위해 발굴 연표, 이름 대조표, 역사 사회학자의 발문 등을 추가하였다. 이러한 깊은 탐구와 연구에 기반한 내용을 제공함으로써 객관성을 더한다. 사건의 배경과 함께 실제적인 내용을 이해하며 폭넓은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게 돕는다.

 

이 책은 민간인 학살의 참상과 희생자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전쟁기의 어둠 속에서 일어난 비극을 다루면서, 독자에게 한국 사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훌륭한 서술력은 독자를 깊이 생각하게 하며, 과거의 역사적 사건이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침통함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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