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연금책 - 놀랍도록 허술한 연금 제도 고쳐쓰기
김태일 지음,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 기획 / 한겨레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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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저자의 <불편한 연금책>은 한국의 연금 제도를 쉽고 명쾌하게 설명한 책이다. 저자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공무원연금 등 다양한 연금 제도의 역사, 운영 방식, 문제점 등을 꼼꼼하게 분석하고, 앞으로의 연금 개혁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한국 연금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재정 위기를 꼽는다. 국민연금 기금은 2057년에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이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연금 수급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재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추거나,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또한 저자는 한국 연금 제도가 소득 재분배 기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소득 수준에 따라 보험료를 납부하고, 수급액을 지급하지만 소득 수준이 높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료를 납부하고, 많은 수급액을 받는다. 저자는 소득 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책은 한국 연금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그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저자는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 인상, 보험료율 인상, 퇴직연금의 사전지정형 제도 도입, 연금 정보 접근성 개선 등의 개혁을 통해 한국 연금 제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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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추는 찻집 - 휴고와 조각난 영혼들
TJ 클룬 지음, 이은선 옮김 / 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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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J 클룬의 신작 장편 소설 <시간을 멈추는 찻집>은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섬세하고 따뜻한 이야기이다. 죽음 이후의 삶을 그린 판타지 소설이지만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이 아닌 삶의 의미와 소중함에 대한 성찰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는 만큼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얻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로커스상 판타지 부문 파이널 리스트, 버즈피드 선정 2022년 최고의 책, 뉴욕타임스 USA 투데이 월 리스트 저널 인디펜던트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월리스는 효율적으로 일해왔고 자기 뜻대로 모든 것이 진행돼야 직성이 풀리는 변호사였다. 실수는 용납할 수 없었으며 효율적인 회사 운영을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일을 하다가 죽음을 사무실에서 맞이한 월리스는 장례식에서 눈을 뜬다. 그는 자기 죽음을 인지하기도 전에 장례식에 찾아온 사람들을 보게 되었고 어떤 슬픔을 기대했지만, 장례식에 찾아온 사람은 극소수였으며 그조차도 눈물도 흘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 충격을 받은 월리스에게 사신 메이가 다가와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죽음을 눈앞에서 마주했지만 쉽게 이해할 수 없었던 월리스를 이끌고 ‘카론의 나루터’ 찻집에 도착하게 된다.

카론의 나루터 찻집은 영혼들이 이승에서의 삶을 마치고 다음 세상으로 건너가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그곳에서 죽은 자들이 문을 무사히 건널 수 있게 돕는 사공 휴고는 사공 휴고는 영혼과 어울리는 차를 준비한다. 그리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 월리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월리스는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삶을 살았고 행복했는지를 생각하면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일들이 점차 희미해진다.

일로서는 완벽하게 성공한 사람이었지만 주변의 관계를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만큼 형식적인 인간관계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죽음 후에는 잇따른 절망이 그를 뒤덮었지만,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권층으로서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것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미사여구가 다 떨어져 나가니 진정한 자신만이 남아있었다. 그렇게 본연의 모습을 마주하며 죽음 후에도 새로운 시작을 감행한다. 죽고 난 후에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는 월리스였다. 사랑도, 우정도, 삶과 죽음도 거쳐 갈 정거장일 뿐이지만 소중한 관계를 ‘함께’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들과 함께할 방법을 모색한다. 과연 월리스는 처음으로 가지게 된 소중한 관계를 지켜낼 수 있을까.

죽음은 누구나 겪는 것이며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이따금 삶이 덧없이 느껴지며 하나의 세상이 저물어 사라져 두려움이 느껴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있음을 시사하며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던 죽음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비록 누구나 그 죽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현실에 적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모두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게 돕는 자들의 따뜻함을 마주하게 된다면 죽음 후의 세상이 두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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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퓨테이션: 명예 1
세라 본 지음, 신솔잎 옮김 / 미디어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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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 전부터 넷플릭스 영상화가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킨 스릴러 소설 <레퓨테이션1: 명예>는 세라 본 작가의 신작이다. 넷플릭스 TV 시리즈 「아나토미 오브 스캔들」의 원작자로 유명한 만큼 이번에는 영국 정치의 중심에 펼쳐진 SNS 선동, 협박, 디지털 성범죄 범죄, 폭로 등의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 실제로 온*오프라인에서 많은 위협을 당하는 영국 국회의원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현실감이 더해진다.

포츠머스 지역을 대표하는 하원의원인 엠마는 ‘리벤지 포르노’라고 불리는 디지털 성범죄의 형량을 늘리고 그 피해자들의 익명성을 보장해 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등의 활약으로 대중의 주목을 받았다.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경력을 쌓느라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던 엠마는 옳은 일을 하고 있다는 사명감 하나로 정치 생활을 계속해 왔다. 하지만 인기와 더불어 악플과 스토킹을 시달리며 일상에 큰 위협을 받게 된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몰락은 상상치 못한 곳에서 벌어졌으며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점이 더욱 끔찍했다.

이야기는 엠마와 플로라의 시점으로 전개되며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인간의 습성을 반영하듯 각자의 사정으로 인해 또 다르게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SNS의 발달과 그로 인한 영향력이 큰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명예가 어떻게 빠르게 훼손되는지를 보여준다. 빠른 전개는 아니지만 반전의 연속으로 충격적이면서도 2에서 이어질 어떤 내용에 대해 궁금해지게 만든다. 1편에서는 주인공이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줬지만 2편에서는 또 다른 이슈로 인해 다시 재기하게 될 것 같아서 기대된다. 책 자체는 빠른 전개를 택하고 있지 않아 더욱 긴장감 있었고 사건의 전말에 대해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로 공개된다면 또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졌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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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과 나 - 배명훈 연작소설집
배명훈 지음 / 래빗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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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연작 소설집 <화성과 나>는 누구보다 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만든 화성 이야기이다. 6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으며 화성 이주를 공통 주제로 하여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화성에 대한 연구가 SF 소설로 이어진다면 바로 이런 모습일까. 진짜 화성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해 내 소설 전체의 흥미로움을 더한다. 단편 소설의 경우, 첫 부분의 강렬함으로 인해 뒤로 갈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에 결코 지루하지 않다.

 

<화성과 나> 중에 가장 재미있게 여겨졌던 단편소설은 <붉은 행성의 방식>이다. 화성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관리자들이 진심으로 화성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지구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정말 쉽겠지만 그들은 쉬운 방식을 택하지 않고 지구와는 다른 화성만의 생활 방식과 제도, 사회 전반적인 것들을 꾸미기 시작한다. 권력자라면 당연히 느낄 수 있는 야망보다 진심으로 다른 삶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고 그에 화답하듯 여백이 생길까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공백을 마주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화성은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가진 행성이다. 화성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의 정체성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지구에 비해 물적 자원이 많이 부족하지만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의 행동이 인상 깊었다. 지구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 화성에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투명하게 밝혀지는 이 곳에서 또 다른 시작을 꿈꿀 수 있게 만든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제시한다.

 

<화성과 나>는 화성 이주라는 상상력을 바탕으로 인간의 본성과 정체성, 그리고 사랑과 그리움, 삶과 죽음과 같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뛰어난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빚어낸 소설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다룬다. 화성 이주는 단순히 새로운 행성에서의 삶을 의미하지 않는다. 화성에서 인간은 지구에서 누리던 편리함과 안정을 포기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 해야 한다. 지구와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감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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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즈루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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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카미 히로미의 장편 소설 <마나즈루>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로 인해 오랜 아픔을 외면했던 한 여성이 작은 바닷가 마을인 마나즈루를 오가며 상실을 회복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낯선 존재의 기척과 남편의 흔적이 묻어나는 마나즈루, 그곳에 과연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마음과 함께 흘러가는 모호한 이야기의 전개가 매력적인 책 <마나즈루>는 2006년 발표작임에도 불구하고 빛바래지 않은 신선함이 돋보인다.

소중한 존재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떠나게 되며 자연스럽게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게 된다. 남겨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각자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가겠지만 책에 나오는 이 여성은 그 상처를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고 살아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새어 나오는 상흔은 점차 자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감각을 차단해 두고 기억을 봉인해 두었던 그 일은 그녀를 마나즈루로 이끌었다. 마치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오는 기척을 느꼈으며 그는 점차 자신과 가까워진다. 존재와 함께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남편 레이와 함께했던 사랑의 기억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케이는 사실 큰 상실을 겪으면서도 주어진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감각을 차단하고 기억을 봉인해 두었다. 오랜 시간 동안 외면했던 그 사실은 바닷가 마을인 마나즈루에 들리게 되며 조금씩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괴로움의 감정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기억은 더욱 솔직한 자기 모습을 마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 남편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여러 수단으로 자신의 공허함을 채우려 하지만 마나즈루를 오가며 어떤 것으로도 남편을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세이지라는 존재는 결국 남편을 대체하기 위한 수단이었으며 그는 그저 회피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자신이 극복의 대상이 되지 못하면 어떤 감정도 회복할 수 없다는 것을 그 공간을 통해 깨닫게 된다.

한 여성의 시선으로 기록된 이야기는 사랑의 상실을 마주하며 겪는 알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 무의식의 세계에서 마주할 수 있는 감각은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도록 그 자리를 공고히 지킨다. 그뿐만이 아니다. 현실과 환상의 모호함의 경계가 다소 산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 부분을 제대로 살려 이야기가 전개되며 의문의 요소가 제대로 해소된다. 다만, 책의 전개 자체가 오로지 그녀의 생각과 감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한 사람의 시선으로 마주하기 때문에 사건의 객관성은 조금 떨어진다. 모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해소되지 않다 보니 애초의 목적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으나 나름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에 안도감을 느꼈다. 또한, 상실과 극복의 과정을 거치며 그동안 외면해왔던 상처를 마주하고 잊었던 기억을 되찾게 된다. 모든 게 완전히 돌아왔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희망적이게 느껴진다.

책은 남편의 실종으로 인해 무너진 한 여성의 이야기를 초점으로 하여 실종과 관련된 추리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케이의 상실로 인한 분열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감정을 담았지만 오로지 감각에 의존하여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을 택하여 안개 사이를 걸어 들어가듯 흐릿하면서도 모호하게 느껴졌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는 케이의 상황을 마나즈루의 공간으로 이끄는 '나'라는 유령을 등장시켜 그녀의 분열된 상태를 표현했다. 그리고 내내 꿈과 현실 사이의 경계를 맴돌던 모든 일들이 점차 명확해지는 순간을 마주하게 만든다. 바라보는 독자의 관점으로는 명확하게 느껴졌으나 무너졌다가 금방 일어선 케이의 관점에서는 명확해졌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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