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셔틀 ㅣ 특서 청소년문학 50
고정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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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0년, 화성으로 향하던 셔틀이 습격당했다. 살아남은 사람은 단 여섯 명, 생존 가능 시간은 47시간. 통신마저 끊긴 우주 한가운데서 이들이 살아남으려면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 않고, 산소를 아껴야 한다. 그렇게 견디던 이들은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이왕 죽을지도 모른다면 서로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죽자는 것이다.

고정욱 작가의 청소년 소설 《스토리텔링 셔틀》은 극한의 생존 상황에 놓인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이야기의 힘을 전달한다. 우주라는 낯선 공간에서 펼쳐지는 조난과 생존의 서사는 처음에는 제한된 시간 안에 살아남아야 하는 사람들의 사투처럼 보이지만 생존자들이 각자의 삶과 꿈은 이야기의 전개를 바꾼다.

산소가 부족한 상황에서 한 사람이 더 깨어나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생존 시간을 단축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지만, 죽었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두고 가는 일조차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생존 가능성을 따지는 계산과 한 사람을 함부로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맞부딪치는 것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한 선택은 어디까지 합리적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우리가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 속에서 생존자들의 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들은 서로의 과거를 들으며 무엇을 꿈꾸었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알아 간다. 캐리가 우주비행사의 꿈을 통해 자신과 같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가능성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개인의 꿈이 자신만의 성취로 끝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소타가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내어 주는 마음에서 정의의 의미를 찾는 대목 역시 그렇다. 누군가를 향해 내민 손길은 그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단순히 서로를 알아 가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타인의 삶을 알기 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이야기를 들은 뒤에는 다르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생존자들은 각자의 사연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이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를 다시 생각한다. 산소를 아끼기 위해 침묵해야 하는 공간에서 오히려 말과 이야기가 이들을 이어 주는 셈이다.

물론 이들이 나누는 이야기만으로 눈앞의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지구는 이미 인간이 살아가기 어려울 만큼 황폐해졌고, 화성으로 향하는 여정 또한 모두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기회가 아니다. 새로운 행성으로 떠나는 인류의 미래에는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아야 하는 현실이 놓여 있다.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면서도 지금 살아가는 세계를 잃어버린다는 모순은 작품의 우주적 배경을 넘어 오늘의 우리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이야기가 후반부에 이르러 드러내는 진실은 생존자들이 처한 상황을 더욱 냉혹하게 바라보게 한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한 선택과 그 선택으로 인해 남겨지는 사람들의 몫은 언제나 같은 방향을 향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희생이 다른 사람들을 살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그들이 그 희생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렇기에 생존 이후에도 이야기는 끝나지 않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이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세상에 전하며,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는 여전히 남겨진 질문이다.

《스토리텔링 셔틀》이 전하는 연대의 가치는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거나 같은 꿈을 꾸는 데에 국한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타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과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데 있다. 한 사람의 삶은 우주 전체의 규모에 비하면 작을지 모르지만, 그가 남긴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선택을 바꾸고 또 다른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나는 것만으로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중요한 것은 얼마나 멀리 나아가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나아가며, 그 과정에서 무엇을 지키느냐에 있을 것이다. 죽음을 기다리던 여섯 사람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처럼, 타인의 삶을 듣고 기억하는 일은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확인하는 방법이 된다.

 

우주에서 살아남는 일은 셔틀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시키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이 그 의미를 이어 가고,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할 때 이야기는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가장 냉혹한 공간에서 시작된 대화가 우리에게 남기는 것은 생존의 기술보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을 다음 세대에 전하려는 책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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