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영원한 고전, 철저한 고증,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오디세이>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호메로스 지음, 김헌 옮김 / 을유문화사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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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개봉 전, 오디오북과 요약본을 통해서만 접했던 『오뒷세이아』 이야기를 김헌 교수의 완역본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영화로 먼저 이야기를 접한 뒤 원전을 읽으니 머릿속에 그려지는 장면들이 더욱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이야기에도 미처 알지 못했던 맥락과 인물들의 감정이 있었고, 오뒷세우스가 지나온 긴 여정을 직접 따라가고 나니 『일리아스』까지 원전으로 읽어보고 싶다는 욕구가 샘솟았다. 759페이지라는 어마어마한 분량과 조금은 읽기 어려운 문장들도 있었지만, 거의 3주에 걸쳐 드디어 완독했다. 한 사람의 귀향을 따라가는 이야기 안에 신과 인간, 명예와 욕망, 환대와 무도함, 가족과 죽음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오뒷세이아』는 트로이 전쟁이 끝난 이후를 비춘다. 전쟁이 끝나면 모든 것이 끝날 줄 알았지만, 영웅들에게는 그때부터 또 다른 여정이 시작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그리고 전쟁과 그 이후 자신이 저지른 일의 대가를 치르는 길이다. 수많은 영웅들이 귀향을 시도했지만 그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 고통받는 인물이 오뒷세우스다. 그는 칼립소에게 8년 동안 붙잡혀 있었고, 수많은 섬과 바다를 떠돌며 동료들을 하나둘 잃는다. 그러나 그의 고난이 신들의 심술 때문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포세이돈의 분노로 귀향이 늦어졌지만, 그 분노를 불러온 것 역시 오뒷세우스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래서 『오뒷세이아』의 영웅들은 완벽하지 않다. 지혜롭지만 오만하고, 용감하지만 두려워하며, 명예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도 욕망에 흔들린다. 그런 모습은 오뒷세우스를 비롯한 인물들이 왜 ‘인간’, ‘필멸자’일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무도함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었다. 신들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폴리페모스, 거듭된 경고에도 욕망을 참지 못했던 오뒷세우스의 동료들, 그리고 이타카에서 주인의 집과 재산을 차지했던 구혼자들까지 결국 자신이 한 행동과 마주한다. 운명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 과정까지 모두 신이 대신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으로 스스로 파멸에 가까워지기도 한다.


오뒷세우스의 귀향과 함께 텔레마코스의 성장도 인상적이었다.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무력하게 구혼자들의 횡포를 바라보던 소년은 아버지의 소식을 찾아 길을 떠나면서 자신의 목소리와 용기를 갖게 된다. 신의 도움이 그의 성장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그 길을 걸어간 것은 텔레마코스 자신이었다. 한 사람은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집을 떠나고, 다른 한 사람은 아버지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난다.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여정은 결국 이타카에서 만난다. 759페이지의 긴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나니 『오뒷세이아』는 한 영웅의 모험담이라기보다, 무엇을 잃고 나서야 자신이 돌아가야 할 곳을 알게 되는가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오뒷세우스가 페넬로페에게 자신의 긴 여정을 들려주는 마지막 순간, 24권의 이야기가 하나의 긴 귀향으로 완성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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