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국방의 가성비 - 대한민국, 누가 어디까지 지킬 것인가
정욱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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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국방’과 '전시작전 통제권 환수’는 대한민국 정치에서 종종 등장하는 용어다. 그러나 그 의미와 필요성을 둘러싼 논쟁은 오랫동안 진영 간의 소모적 공방과 정쟁의 도구로 소비되어 왔다. 자주국방을 강조하면 한미동맹을 경시하는 것으로, 반대로 동맹을 중시하면 자주국방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식이다. 그 사이에서 정작 우리가 어떤 국방을 표방해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반세기 넘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도 여전히 자주국방은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자주국방의 가성비》는 이러한 문제를 정치문제가 아닌 비율과 효율이라는 현실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인구절벽, 재정적 한계, 지정학적 대변동과 같은 복합적 위기 속에서 국방을 군사력 증강이 아닌 민생과 국가 재정 그리고 안보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하는 문제로 재정의하고자 한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한국 안보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내린다. 2003년부터 2025년까지 천문학적 국방비를 지출했음에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며 단순하게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는 국방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군 내부의 육군 중심 기득권 구조와 지휘구조 개편에 대한 저항, 무기체계와 병력 운용의 비효율성, 여기에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리면서 국방 개혁이 번번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절벽 상황에서 형식적인 경계근무나 비효율적인 병력 운용을 개혁하고 과학화 첨단화된 국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현재 한국이 직면한 현실을 생각하면 충분히 귀 기울일 만하다.

이 지점에서 책이 던지는 질문은 ‘얼마나 강한 군대를 만들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한정된 국가 자원으로 어디까지의 안보를 확보할 것인가’에 가깝다. 국방비 역시 국민이 부담하는 세금에서 나오며, 병력과 예산을 국방에 투입하는 만큼 복지·교육·산업·저출생 대응 등 다른 국가적 과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줄어든다. 따라서 국방력의 강화가 곧 무조건적인 국방비 증액을 의미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주어진 자원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력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성비’라는 문제의식 자체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오히려 지금까지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무엇을 얼마나 투자했으며, 그 투자가 실제 안보 역량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따져보자는 저자의 문제 제기는 상당히 현실적이다.

하지만 책의 대안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안보의 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국방의 범위를 ‘군사분계선 이남’으로 축소하자는 제안은 현실적인 충돌을 줄이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일 수 있지만, 대한민국이 한반도 전체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에 관한 헌법적·안보적 관점과 충돌할 여지가 크다. 특히 유사시 한반도의 안보 상황이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끝날 것이라고 전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면 방어해야 할 공간과 국가의 전략적 목표를 먼저 축소한 뒤 그에 맞춰 국방력을 계산하는 방식이 과연 ‘효율적인 자주국방’이라고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핵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비핵화 무음 처리’와 핵 동결을 전제로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구상은 당장의 긴장을 낮추고 현실적인 평화를 모색한다는 점에서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를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 핵 동결을 평화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은 핵무기를 보유한 북한과 장기간 공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핵무기를 가진 쪽과 그렇지 않은 쪽 사이의 비대칭성이 그대로 남는다면, 그것을 ‘평화’라고 부르기에는 해결되지 않은 안보 불균형이 너무 크다. 평화를 위해 현실을 인정하는 것과 현실을 이유로 위협 자체를 감수하는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책의 핵심적인 한계는 ‘가성비’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비용으로 보고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에 있다. 국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켜야 할 목표를 먼저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목표 자체를 낮추는 것은 다르다. 전자가 국방개혁이라면 후자는 자칫 국방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아무리 효율적인 군대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국가의 범위와 감수해야 할 위협의 수준을 지나치게 낮춘다면, 그것은 ‘적은 비용으로 더 강한 국방’을 만든 것이 아니라 ‘적은 비용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국방의 목표를 낮춘 것’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구체적인 해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지금까지 자주국방이라는 이름 아래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다시 질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병력이 줄어들고 국가 재정의 부담은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국방을 유지할 수는 없다. 무엇을 지키기 위해 얼마를 투입할 것인지, 어떤 군사력이 실제로 필요한지, 그리고 한미동맹과 자주국방을 어떤 방식으로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결국 자주국방의 해결책은 무조건 더 많은 돈을 쓰는 데 있지도, 반대로 돈을 적게 쓰는 데 있지도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안보의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그 목표를 가장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저자가 제시한 ‘자주 국방의 가성비’에 동의하기 어렵다면 질문은 더 선명해진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자주국방은 무엇인가.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과 그에 따른 대답은 이 책이 남기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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