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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 프로젝트 -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
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평점 :
<평등사회 프로젝트>라는 제목은 하나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과연 평등사회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저자는 어떤 방법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듯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유지하는 구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이데올로기를 차근차근 분석해 나간다. '평등사회'라는 다소 이상적인 목표를 현실에서는 어떻게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지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 사회가 미국식 자유시장 모델을 이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과 북유럽 국가들의 복지 모델은 현실성이 없다고 여기는 인식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또한 노동운동이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연대보다는 일부 정규직 중심으로 인식되면서 대중적 신뢰를 잃었다는 비판 역시 현재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지점이었다. 책은 단순히 불평등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동·여성·청년의 연대를 통해 새로운 정치적 주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까지 제시한다.
그러나 책의 주장에 모두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저자는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모델을 비교적 이상적인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각 국가가 처한 역사적·문화적·경제적 조건은 크게 다르다. 높은 복지와 강한 노조 체계가 성공적으로 운영된 배경에는 높은 조세 부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오랜 정치적 신뢰가 존재한다. 이러한 전제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한국에서 같은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회 문제를 지배 이데올로기의 영향으로 설명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이나 시장의 긍정적인 기능은 다소 축소되어 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읽는 내내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에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다른 방식의 접근도 충분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청년 세대의 자산 격차, 비정규직 문제, 지역 간 교육 격차와 같은 현실은 분명 개혁의 필요성을 보여 준다. '평등사회'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다소 이상적이고 추상적인 구호처럼 느껴졌지만, 책을 읽을수록 오히려 지금의 사회가 얼마나 불평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되었다. 정치권은 끊임없이 평등과 공정을 이야기하지만, 구조를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쉽게 체감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왜 많은 청년들이 허탈감과 박탈감을 느끼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취업과 주거, 자산 형성의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는데 청년들이 체감할만큼 구조가 달라졌는지 답하기 어려웠다. 최근 청년들의 정치적 양극화를 단순히 이념의 문제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무엇을 선택해도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무력감과 냉소가 누적된 결과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결국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 이념의 승리가 아니라, 노력한 만큼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사회가 조금씩이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믿음을 주는 변화일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도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왜 우리는 지금의 불평등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였다.
<평등사회 프로젝트>는 모든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라기 보다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주장과 대안에 모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불평등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보게 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큰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책임 역시 함께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복지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부담을 나눌 때 지속될 수 있다. 세금은 적게 내면서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지속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희생이 아니라, 어떤 수준의 부담을 함께 나누고 그 대가로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불평등과 사회 개혁에 대해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계기를 마련해 주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