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병의 끝없는 이야기 특서 어린이문학 17
이상권 지음, 오이트 그림 / 특서주니어(특별한서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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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소년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는가. 전 세계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지만, 우리에게 닿지 않는 '보도되지 않는 전쟁'은 여전히 실재한다. 그 어둠의 사각지대에서 아이들은 누군가의 병사로 소모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비극이라 치부하기엔 그들이 짊어진 총구가 너무나 무겁다. 하지만 정작 우리가 기함해야 할 사실은 전쟁의 한복판이 아니다. 진짜 비극은 총성이 멈춘 뒤, '전쟁 후'에 남겨진 소년들의 삶 속에 흔적을 남겼다.

가슴 속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표현은 마음을 아프게 만든다. 남자 소년병에게는 살해 트라우마를, 여자 소년병에게는 성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그 상황은 눈물을 흘릴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희망이라 외치는 세상이지만 정작 소년병들에게 희망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가난과 가족은 그들이 군대에 동원될 수 있는 가장 비열하고도 효과적인 ‘협박’ 요소가 된다.

한참 가족의 품에서 자라야 할 소년들은 전쟁터에서 돌아와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다. ‘낙인‘은 그들이 사회로 돌아왔을 때 마주하는 또 다른 형태의 전쟁이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건 ‘부랑아‘, ’또 다른 전쟁‘, ’강제 노동’과 같은 것뿐이다.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모순 속에서 마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은 소년들을 사지로 내몬다.

전쟁은 여자 소년병들에게 더 잔혹하다. 전쟁 중 겪어야 하는 성폭력의 고통은 사회로 돌아온 뒤 '부도덕한 아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되어 돌아오고, 결국 이들을 생존을 위한 매춘의 길로 다시금 내몰기 때문이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성적 착취의 사슬에 갇혀 영혼까지 파괴된다. 이는 총성이 멈춘 뒤에도 이들의 전쟁이 왜 '현재 진행형'일 수밖에 없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소년을 비껴간 총알은 그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지만, 그가 쏜 총알은 사람을 죽인 낙인이 되어 돌아온다. 총을 쏘는 법은 배웠으나 살아가는 법을 배우지 못한 이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끝나지 않을 이야기는 우리의 관심이 멀어질수록, 어른이 보호해주지 않는 이상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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