뤼미에르 피플 - 개정판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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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하지 않은 인간의 형태 혹은 인외 존재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었다. 인간은 본래 불완전하기에 서로를 수용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로는 받아들여지지 않기도 한다. 우리는 나와 다른 것을 배제하고, 비슷한 것끼리 어울리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누군가를 밀어내는 일은 정당화될 수 없다. 너무 당연해서 언급하는 것조차 무의미하다고 여겨지는 '당연함'이 과연 모두에게 내재해 있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소설은 끈질기게도 옆집과 옆집이 연결되어 있지만 별다른 관련성은 없다. 그저 사람 사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사람이 아닌 존재가 비밀을 품는 그런 이야기 같기도 했다. 도리어 그런 괴상한 사건들은 해프닝이 아닐지 여길 정도였다. 신비한 힘일까 우연의 일치일까?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일지도 몰랐다. 모든 것이 이어져 있지만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은 그런 현대사회의 단면이 담겨있었다.

〈박쥐 인간〉이나 〈쥐들의 지하 왕국>에서의 배제된 존재들은 인간의 경계 밖에 있기에 인간의 불완전함을 더 부각하는 장면이었다. 이웃이지만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의 단절과 소통 부재가 어떻게 그렇게 깊어졌는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타인과 다른 점이 아니라 같은 점만을 바라본 결과가 어떤 결말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댓글부대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는 단편 <삶어녀 죽이기>에 눈길이 갔다.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내뱉을 수 있는 말, 자행하는 폭력은 너무나도 쉽다. 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정말 무겁고 생채기를 마구마구 낸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 비난에 두려워하기도 한다. 소설은 세상 곳곳을 비추며 그곳의 어둠과 빛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심지어는 그림자까지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나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까지도 생각하게 돼서 조심스러워졌다. 소설이 차분히 이어지고 연결성이 있는 듯 없는듯한 느낌이 특이하게 다가왔다.

소설은 다양한 방식들로 사람들과 이 세상을 그려낸다. 이 열 편의 이야기가 다른 방향을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우리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한 궁극적인 '대답'을 제안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확실하지 않고 애매모호했던 이유는 그 '답'이 우리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타인과 다른 모습을 한 이가 세상에 이해받지 못하는 그런 모습은 주변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성을 잃고 비슷한 모습이 되어가는 현실이 미래에도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 모습에 씁쓸해지면서도 나 또한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반성하게 된다. <뤼미에르 피플>의 사람들은 우리와 너무나도 닮아있었다.

특히 장강명 작가님의 전 소설에서의 인물들이 등장해서 너무 반가웠고, 책장이 덮여도 작가님의 머릿속에서는 이 인물들은 여전히 살아있는다는 것을 느꼈고 애정도 느껴져서 조금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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