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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윤진현 교수의 <돼지 복지>는 국내 동물 복지 축산의 현재를 설명하고, 동물의 복지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을 제시한다. 동물 복지에 대한 논의가 전무했던 시절부터 연구를 시작했던 윤진현 교수의 연구와 경험을 토대로 한국 축산 현실에 맞는 동물 복지 시스템을 제안하는 책이다.
최초로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고발하여 현대 축산 시스템에 경종을 울린 루스 해리슨의 <동물 기계> 이후 60년이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대식 축산 시스템의 문제는 특히 한국에서 더 심각하게 작용한다. 슈퍼 박테리아, 축산물 유해 물질 잔류, 가축 전염성 질병 확산 등의 문제는 현대 축산 시스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한국의 동물 복지 축산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농장은 전체의 0.3%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대 축산 시스템에 만연한 항생제 오남용이 가축의 내성균 감염을 촉진시키고, 섭취하는 과정에서 인간 사회에 전염병이 확산된다. 현대식 축산 시스템의 부작용은 동물을 넘어 인간과 자연을 위협하고 있으나 왜 공장식 축산을 그만두지 못하는 걸까. 바로, 현대 사회의 육류 소비량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물 동장의 현실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한국의 육류 소비 시장과 축산업계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물 복지 축산을 위해서는 어떤 해결 방안이 필요할까. 우선, 책에서는 선진국의 사례와 국내 동물 복지 농장 사례를 소개하고, 구체적인 방안과 실증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핀란드와 같은 동물 복지 선진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실현 가능한 동물복지형 농장의 예시를 소개하고 있다. <규따야 농장>, <올릭 깔라올릭깔라 농장>를 예를 들고 국내 1호 동물 복지 농장인 <더불어 행복한 농장>을 보여주며 한국의 현실에 맞게 설계된 농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농장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동물을 최대한 고려한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국내에서 동물 복지형 농장을 실현하고자 하는 농장주들에게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또, 동물복지 인증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실정에 맞는 평가 기준 마련과 부분 인증제 도입 등의 개선 방안도 제시한다. 이 책은 동물복지에 관심 있는 독자들뿐만 아니라, 축산업 관계자와 정책 입안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윤진현 교수의 연구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방안들은 현실적인 농장 운영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동물의 행복과 인간의 행복이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준다. 동물복지 축산이 더 나은 삶으로 이끌어가는 길을 제시하며,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행복한 세계를 향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