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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노피에 매달린 말들 - 톨게이트 투쟁 그 후, 불안정노동의 실제
기선 외 지음, 치명타 그림, 전주희 해제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들을 자신의 손으로 해내면서 나의 이야기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의 노동환경이 나아질 수 있도록 그들은 끊임없이 투쟁하기로 했다. 끝나지 않을 투쟁은 혼자가 아닌 함께라서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캐노피에 매달린 말들>은 대한민국에 감춰져 있던 불안정 노동 현실을 고발한다.
201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여러 가지 논란과 분쟁을 남기고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러갔다. 노동의 불안정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는 여전한 지금의 시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아야 할까. 돈과 기업 그리고 노동자 사이의 간극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완전한 승리, 쟁취와는 거리가 있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그날처럼 여전히 생생했다.
본격적으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면서 노동자 처우 개선이 아닌 정쟁으로 이어졌다. 그리곤 이들을 “떼쓰면 다 해주는 나라, 공정•공평이 무너진다“라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톨게이트 불법 파견으로 인한 정규직 전환 요구는 그 자체로 정당했기 때문에 이 문장과는 전혀 맞지 않는 상황이었다. 언론은 부정적 인식을 심었고 여론은 그에 동조했다. 전적으로 회사의 잘못이었고 누군가의 것을 뺏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부당함이 당연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문제는 시대에 따라 달라져야 하지만 편견에 의해 판단되고 만다.
회사의 꼼수에 넘어가지 않고 끝없이 투쟁하던 노동자들은 법원의 판결 이후, 정규직 전환에 성공하지만,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은 기존의 요금 수납 업무가 아닌 화장실 청소, 풀 뽑기, 담배꽁초 줍기와 같은 일을 하게 된 것이다. 다른 직무로 전환이 아닌 일종의 보복과도 같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정규직의 시선과도 맞서야 했고 일자리를 빼앗는 듯한 기분도 느껴야 했다. 복귀 이후에도 별로 달라진 것 없는 열악한 처우는 또다시 자신을 위한 투쟁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 주었다.
기사로만 접했던 사건을 당사자들의 구술 방식을 통해 볼 수 있었던 책이었다. 법원의 판결 후 후속기사가 전해지지 않아서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는데, 책을 통해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투쟁을 마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이 투쟁을 계기로 순응하고 받아들이던 기존과는 다르게 끝없는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해피엔딩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내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건 확실하다.